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2019 모다페

<Asylum> 공연사진 /ⓒEyal Hirsch(제공=비단거북이)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홀로코스트 생존가족이 느낀 정체성, 이질성, 난민의식을 표현한 키부츠현대무용단의 'Asylum'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모다페 개막작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역동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한 <Asylum>공연사진 /ⓒEyal Hirsch(제공=비단거북이)
에너지 넘치는 이스라엘의 안무를 볼 수 있는 <Asylum> 공연사진 /ⓒEyal Hirsch(제공=비단거북이)

모다페 개막작이기도 한 이스라엘의 키부츠현대무용단 KCDC(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이후 KCDC) 라미 베에르(Rami Be’er) 예술감독의 세계초연작 <Asylum(피난처)>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 가족의 일원이기도 한 예술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그가 어려서 겪어야했던 소속과 정체성, 이질성에서 오는 감정들과 난민의식을 기괴한 표정과 괴성,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고압적인 소리 등을 활용해 춤으로 표현한다.

“둥글게 둥글게,

우리는 원으로 걷는다.

하루 종일 원으로

우리 자리를 찾을 때까지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앉아. 그리고 일어서.“

때론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동요 <Uga, Uga(우가, 우가)>가 히브리어로 연주되며 고향과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자신과 난민을 위로한다. 어둡고 괴로운 감정들이 테크니컬하면서도 격정적인 움직임으로 표현되어 관객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함께 평화롭게 공존해 나가야 할 인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확성기를 들고 스피커를 통해 반복되는 숫자들은 ‘개개인의 정체성’을 말한다고 라미 비에르 예술감독은 이야기했다. 우리 삶에 군대, ID, 여권, 전화, 오토바이, 병원 No 등 현대사회는 번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내 가족의 팔에 이름없이 일련번호만 새겨진 홀로코스트 victim No.일 수도 있다. /ⓒ권애진
<Asylum> 커튼콜 사진1 /ⓒ권애진
라미 비에르 예술감독과 한국인 무용수 김수정, 석진환 과 KDCD 무용수들 /ⓒ권애진

 

<Asylum> 커튼콜_한국인 무용수 정정운과 KDCD 무용수들 /ⓒ권애진

KCDC는 한국인이 열광하고 사랑하는 세계적인 이스라엘 현대무용단으로 이번 공연에는 특히 2014년 한국인 최초로 KCDC에 입단한 김수정 무용수를 비롯, 석진환, 정정운 무용수가 함께 해 더욱 의미가 깊다. 16일 공연을 마친 후 이들 자랑스러운 한국인 무용수 3인과 라미 베에르 예술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열려 늦은 시간에도 많은 관객들과 함께 했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중인 무영수 석진환, 김수정, 라미 비에르 예술감독과 통역사, 무용수 정정운_유니크한 아티스트로 세 명의 한국 댄서들을 만나게 된 걸 감사하다 생각한다는 라미 비에르 감독 /ⓒ권애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중인 무용수 석진환, 김수정, 라미 비에르 예술감독 /ⓒ권애진
KDCD의 메인 무용수 석진환과 한국인 최초로 KDCD에 발탁된 무용수 김수정_몸으로 많은 걸 표현하며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이 힘든 속에 연습이 반복되며 몸이 반응하고 적응하며 역동적인 부분들에 더욱 감동하며 열심히 연습했다고 전하였다 /ⓒ권애진
생애 첫 무용단으로 KDCD를 선택한 무용수 정정운_라미 비에르 예술감독이 홀로코스트 이스라엘피해자 일원으로 풀어낸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라 전하였다  /ⓒ권애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라미 메이르 예술감독은 공연 <Asylum>이 '난민의 이주'의 큰 그림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동시간대 분리된 작은 스토리ㆍ기억ㆍ느낌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 각각의 작은 이야기가 모인 그림이기도 하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전하였다. 본인의 'shelter'라 여기는 곳은 모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춤은 소통의 예술'로 어디에 있든지 어떤 누구든지 고통ㆍ행복ㆍ슬픔ㆍ분노 등의 기본 감정은 같기에 다른 언어ㆍ인종ㆍ문화ㆍ종교ㆍ배경ㆍ성별ㆍ나라의 다리 역할을 하며 모든 인간을 연결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라미 메이르 예술감독은 이 시대에 함께 살며 아픔을 공감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질,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작품 속 무용수 석진환과 정정훈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대사는 JJ(감독이 무용수 정정훈을 부르던 호칭)와 석진환의 감정과 느낌대로 본인 스스로 만들며 뱉어내며 따로 감독이 디렉팅하진 않은 부분으로, 이국적인 음악과 움직임 속에서 관객들에게 오히려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KDCD의 예술감독 라미 비에르는 이스라엘 가아통 키부츠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첼로를 연주하며 이후 KCDC 설립자인 에후딧 아논에게 무용을 사사받았기에 그가 안무 외에도 음악을 디자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무용단 KCDC는 예술감독인 라미 비에르의 작품과 동일시되곤 한다. 비에르의 독점적이고 독특한 혁신적인 안무 스타일은 이스라엘과 해외에서 키부츠 무용단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테크닉적으로 뛰어나고 육체적으로 다재다능한 무용수들과 역동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이스라엘 댄스를 만들고 전 세계 유수 극장과 축제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한다. KCDC는 국제댄스빌리지의 기초를 닦은 고 예후디트 아르논에 의해 1973년에 설립되었다. 오늘날 번창하고 있는 국제댄스빌리지는 라미 비에르 및 KCDC의 경영진과 스태프의 주도로 최고 수준의 무용센터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국제댄스빌리지와 함께 무용단은 북부 이스라엘 키부츠 가톤에 있는 서부 갈릴레이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국제댄스빌리지는 무용단의 심장부이자 본거지로서 총 100명에 가까운 이스라엘인과 국제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다.

2019 MODAFE 포스터 /(제공=비단거북이)

13개국, 27개 단체, 134명의 무용수가 무대에서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일 때 나타나는 고통과 불안을 몸의 언어로 표현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2019 모다페(2019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는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마로니에 공원 일대를 비롯 이음아트센터 앞 야외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야스민 바르디몽의 무용극 <피노키오>도 지난 주말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치며 관객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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