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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갈등, 중재하려던 아베… 면박만 당한 채 ‘빈손 귀국’
  • 디지털뉴스팀 기자
  • 승인 2019.06.15 05:09
  • 수정 2019.06.1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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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중재하겠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일본 총리로서는 41년 만에 이란을 국빈 방문하던 도중에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과 이란 간 대화를 주선하겠다던 야심 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베 총리는 결국 이란에서 면박만 당하고 돌아왔다. 미국 쪽에서도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2박 3일 간의 이란 방문 일정을 마치고 14일 오전 전용기편으로 귀국했다.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건 1978년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 이후 처음이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단절됐던 정상외교 복원을 시도한 것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면서 이란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외교적 자산을 바탕으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풀어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원대한 계획과 달리 성과는 신통치 못하다. 이란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의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해온 발언을 미뤄 ‘이란과의 정상급 대화를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일 가능성이 컸다.

하메네이는 아베 총리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하메네이는 “아베 총리 당신의 진정성과 좋은 의도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그에게 응답을 주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 국가로서 압박을 받으며 대화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도 말했다. 정상외교에 걸맞지 않은 거친 표현이어서 아베 총리에게 면박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아베 총리는 회담 내내 미국의 입장을 바탕으로 하메네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미국은 이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으며 이란의 핵개발만을 막으려 할 뿐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하메네이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에 반대하며 나 자신도 이미 핵무기 생산을 금지하는 파트와(종교적 칙령)를 선포한 바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원한다면 미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정권 교체를 원치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나오는 반응도 싸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베 총리가 이란에 가서 하메네이와 만난 건 감사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란과 합의를 이뤄내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이란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대(對)이란 압박 강도를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중에 이란과 대화하는 건 시기상조다. 아베 총리가 이란 측의 대미 메시지를 받아왔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일본 국빈 방문 중에도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에 회의적인 태도를 내비친 바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의 외교정책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고 자국을 책임 있는 정상국가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게 최대 목적”이라며 “이런 점에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이란에게 외교적 승리를 가져다 줬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이란과 협력하고 미·이란 간 긴장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이란 제재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긴장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 열도에서 멀리 떨어진 중동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갖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에너지 안보 확보 차원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일본의 유일한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끊기면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아베 내각은 중동 정세가 악화로 호르무즈해협에 기뢰가 부설돼 유조선 통행이 막히는 경우를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을 발동하고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기뢰 제거 작업에 나설 수 있다. 기뢰 제거는 사실상 무력행사로 간주되기 때문에 자위대의 ‘전수방위(專守防衛·모든 군사력을 자국 영토 방위에만 할당)’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한때 일본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일본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측면도 있다. 일본은 2017년 북·미 대결 국면 당시 미국의 편에 서서 대북 압박 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한반도 대화 국면이 갑작스럽게 열리는 와중에도 대북 압박만을 고수하다가 정세 변화에 뒤처지고 말았다. 현재 6자회담 당사국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못 해본 정상은 아베 총리가 유일하다.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자 이란으로 눈을 돌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주선했듯 미·이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아 존재감을 키우려 했다는 것이다. [= 국민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  online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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