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단체사진_창식(김은우), 명환(이호열), 창호(성노진), 거북이(오순태), 악사(한충은), 강아지 메롱이(이상숙), 어머니(강지은), 경애(이봉련), 은희(방은희), 재철(서동갑)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아침이슬’로 한국 대중음악을 세계수준으로 올려놓았다 평가받는, 작사, 작곡, 편곡 뿐 아니라 가수로도 활동한 아티스트 김민기의 ‘가뭄’을 모티브로 박근형 연출이 만들어 낸 연극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자 지난 5일부터 21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그 시절 우리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어와

몇 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린다

길섶에 핀 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

허공에 맴도는 소리는 잠잘 줄을 모르는가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갑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

죽 죽 대나무야 어찌 이러도 죽었나

옛 집 추녀엔 이끼마저 말라 버렸네

옛 집 추녀엔 이끼마저 말라 버렸네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 해야 무정한 놈아 찾을 줄을 모르는가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내 걸음아

흥흥 흥타령일세 시름도 겨우면 흥이 나나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 해야 무정한 놈아 찾을 줄을 모르는가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내 걸음아

흥흥 흥타령일세 시름도 겨우면 흥이 나나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김민기 작사,작곡 ‘가뭄’ 가사>

이 작품은 지독한 더위와 긴 가뭄이 있던 며칠 동안의 이야기다. 동생은 어린 시절 고향을 등지고 도회지로 나왔지만,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평생 변방을 떠돌다 노인이 되었다. 형은 오롯이 땅을 일구고 살아왔지만 그의 삶 역시 녹록치 않다. 그래도 땅에 대한 믿음 하나로 오늘도 밭으로 나간다. 어느 날 동생이 형이 살고 있는 고향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서울서 잘 나가는 직장에 다니던 형의 아들이 고향으로 내려온다. 아들은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아내와 이혼 소송중이며 어떤 사건으로 법원의 출두 명령서를 받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형과 동생이 부모의 성묘를 다녀온 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공연사진_은희(방은희), 재철(서동갑) /(제공=극단 골목길)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공연사진_강아지 메롱이(이상숙), 어머니(강지은) /(제공=극단 골목길)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공연사진_경애(이봉련), 창식(김은우), 거북이(오순태) /(제공=극단 골목길)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공연사진_어머니(강지은), 악사(한충은) /(제공=극단 골목길)

‘박근형스럽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많은 느낌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극단 골목길’이라는 이름처럼 골목길에서 쉽게 마주칠 법한 이웃에서부터 구석진 뒷골목의 어두운 그늘까지 있는 그대로보다 더욱 진하게, 촌스러운 일상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공연 전날 바뀌었다는 결말 부분은 단말마의 비명까지 지르게 만든다.

아티스트 김민기의 곡조에 KBS국악관현악단 부수석 한충은의 대금 연주가 더해졌지만, 대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라이브로 소리를 줄이며 어떤 곡들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였다. 아티스트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랑’, ‘백구’, ‘가뭄’의 대금 연주를 무대 뒤쪽이나 한 켠에서 연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남인수의 ‘울리는 경부선’ 노래와 70년대, 80년대 개그에 10대 청소년들이 더 반응이 컸다. 이는 명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포스터 /(제공=극단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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