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려낸 실험적인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가 LG아트센터에서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에 걸쳐 단 두 번의 공연을 선보였다. <렛 뎀 잇 머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훔볼트 포럼이 “우리를 굴복시킬 다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얻기 위해 시작한 <Which Future?!>라는 연구 및 연극제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하였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250여명의 과학자, 예술가, 관객들은 2년간의 연구조사와 심포지엄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과 계획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면서 향후 10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 <렛 뎀 잇 머니>가 ‘참여형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극 제작 극장으로 손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는 막스 라인하르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등 저명한 예술가들이 거쳐 간 독일 최고의 명문극장이다. 매년 레퍼토리 작품 50편, 신작 30편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80편에 달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현대 연극의 담론을 확장시켜온 리더로 세계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4년 처음 내한하여 데아 로어(Dea Loher)가 극본을 쓴 <도둑들(Diebe)>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2023년 이탈리아의 EU 탈퇴 이후, 유럽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위기가 닥치면 해결책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정치인들은 기본 소득을 구제책으로 삼고 있고, 이익이 목표인 권력자와 자본주의가들은 개방된 바다 위 인공섬 주(州)를 세워 국가 폐지와 함께 자치권 획득이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법의 지배가 사라진 2028년 현재, 무력감과 고착된 권력 구조에 반대하는 운동인 <렛 뎀 잇 머니>는 실패로 판명 난 해결책 – 기본 소득, 인공섬 설립 추진 – 의 책임자들을 납치하고 심문함으로써 진실을 찾으려고 한다.

<렛 뎀 잇 머니>의 얼굴이자 리더로 추앙 받는 일듄(Yldune)과 사이버 공격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며 일듄을 보호하는 옹즈(Onz), 그리고 일듄의 딸 시나(Sina). 여기에 드론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전직 배달원 유르겐 반도프스키(Jürgen Bandowski)까지 합세하여 <렛 뎀 잇 머니> 운동은 전문화되며 동시에 급진화된다. 이 흐름에는 미디어로 생중계되는 심문 자리에 참석하는 1,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들도 한 몫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참여 방식을 통해 <렛 뎀 잇 머니> 운동에 직접적이고도 신속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렛 뎀 잇 머니>는 다수의 추종자들을 대표하여 지금의 결과를 가져온 과거의 중요한 선택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려고 한다.

<렛 뎀 잇 머니>가 책임자로 지목한 첫 번째 표적 - 유럽위원회 의원 프랑카 롤로그(Franca Roloeg)와 전직 노동조합원이자 Our Basic Income e.V. 협회 설립자인 라포 로저(Rappo Rosser). 이 둘은 위기의 상황에서 기본 소득을 해결책으로 내세웠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기본 소득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연 기본 소득은 다수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반면, <렛 뎀 잇 머니>의 또 다른 표적인 탐욕적인 미국의 투자자이자 자본주의자인 스테판 타르프(Stefan Tarp)와 유럽중앙은행 총재 프레리히 콘스트(Frerich Konnst)는 인공섬 주 설립을 미래의 대안으로 추진했던 권력자들이었다. 명백히 일부 특수 계층의 이익을 위한 계획으로 보이는 이 계획이 이렇게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렛 뎀 잇 머니' 공연사진_프랑카 롤뢰그(Susanne-Marie Wrage), 라포 로써(Paul Grill),  옹즈(Thorsten Kierse), 지나(Celia Bähr), 유르겐 반도프스키(Jürgen Huth/(제공=LG아트센터)

공연이 시작되면 새하얀 소금이 촘촘히 깔린 무대 위에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렛 뎀 잇 머니’라고 불리는 이들은 2028년 현재 유럽 사상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게 된 이유를 조사한다. 유럽의 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정치가, 자본가, 권력자들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렛 뎀 잇 머니’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의사 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을 납치하여 질문한다. 질문과 추궁을 받는 사람들은 서로 한 편이 되기도, 혹은 책임을 전가하는 반대편이 되기도 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렛 뎀 잇 머니' 공연사진_프랑카 롤뢰그(Susanne-Marie Wrage), 라포 로써(Paul Grill) /(제공=LG아트센터)

무대 위에는 와이어에 매달린 커다란 철판이 바닥과 천장을 오가며, 스크린을 통해서는 인물들의 끝없는 설전과 라이브 방송,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댓글이 투사된다. 여기에 배우들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이 더해지며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렛뎀잇머니' 리더 Yldune Kaayan 역 배우 Kathleen morgeneyer | '렛뎀잇머니'의 얼굴이자 리더로 추앙 받는 일듄. 원인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질병인 트레머(tremor)를 앓고 있다 /ⓒ권애진
'렛뎀잇머니' Jans "Onz" perret 역 배우 Thorsten Kierese | 일듄과 함께 '렛 뎀 잇 머니'를 이끌어가는 운동가이자 사이버 공격을 주도하는 해커 /ⓒ권애진
'렛뎀잇머니' Sina 역 배우 Luise Hart | 일듄의 딸, 엄마와 엄마의 연인인 옹즈 때문에 '렛 뎀 잇 머니' 운동에 자연스럽게 가담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 자꾸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다. 왜? /ⓒ권애진
'렛뎀잇머니' J&#252;rgen Bandowski 역 배우 Jűrgen Huth | 전직 배달원 & '렛 뎀 잇 머니' 운동가 /ⓒ권애진
'렛뎀잇머니' Franca Roloeg 역 배우 Susanne-Marie Wrage | 유럽위원회 의원 /ⓒ권애진
'렛뎀잇머니' Rappo Rosser 역 배우 Paul Grill | 전직 노동조합원 & '우리의 기본소득' 협회 설립자 /ⓒ권애진
'렛뎀잇머니' Frerich Konnst 역 배우 Jőrg Pose | 유럽중앙은행 총재 /ⓒ권애진
'렛뎀잇머니' Stefan Tarp 역 배우 Timo Weisschnur | 투자자/자본주의자 /ⓒ권애진
'렛뎀잇머니' 커튼콜 사진 /ⓒ권애진
'렛뎀잇머니' 커튼콜 사진 /ⓒ권애진
'렛뎀잇머니' 커튼콜 사진 /ⓒ권애진
'렛뎀잇머니' 커튼콜 사진 /ⓒ권애진

유로존 붕괴부터 난민 대이동,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노동력, 데이터의 통제와 감시,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렛 뎀 잇 머니>는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약 10년 간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들이 촘촘하게 나열된다. 이 모든 문제들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또는 우리 모두가 예측할 수 있었지만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손 놓고 바라보던, 이미 정해진 결과가 드디어 초래한 것일까? <렛 뎀 잇 머니>는 누구도 원치 않았던 실패의 결과와 책임을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치열하게 질문한다.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많은 이야기를 던지고 있는 <렛 뎀 잇 머니>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2011)과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 등을 수상한 바 있는 독일의 저명한 영화감독이자 안드레스 바이엘(Andres Veiel)이 연출하고 2018년 9월 독일에서 초연하였다. 연출자 안드레스 바이엘은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처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가치관을 충돌시키고, 이로 인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 출구를 찾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미래를 맞이한다면 우리는 매번 최고 속도로 똑같은 벽을 향해 달려드는 ‘충돌시험용 마네킹’과도 같은 존재로 역사를 반복할 것이다”라고 쉽지 않고 난해하기까지 한 작품의 의도를 전하였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 중인 연출자 안드레스 바이엘(Andres Veiel)과 통역을 맡은 작품의 번역가 이단비 | 연출자 안드레스 바이엘은 복잡하고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 생소하고 쉽지 않은 연극을 끝까지 관람해 주고 관객과의 대화까지 함께 해 준 많은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깊은 감사를 표하였다 /ⓒ권애진

13명의 전문가 그리고 관객들과 여러 개의 워크샵을 거치며 유럽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미래, 두려움, 바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는 극장이 있는 건물을 통째로 빌려 집중적으로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기까지 하면서 너무 많은 자료가 나온 덕분에 소화하는 자체가 문제가 많았고,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부분들을 걷어냈고 아마 그대로 자료들을 진행했으면 10시간도 넘는 작품이 올라갈 뻔 했지만, 연출, 배우 뿐 아니라 관객들 모두가 함께 힘들것이기에 포기했다고도 이야기했다. 여러가지 암울한 이야기들을 어떤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고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에 집중을 했고 현재의 10년 후를 상정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선택할 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어떤 희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작품으로 16개월 전부터 시작한 연극 작업에 우리도 연습하면서 싸우고 실수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기에 배우, 음악, 무대 그리고 관객들에게 모두 감사를 드린다 전했다.

또한 작품에서는 독일의 기본소득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였지만 연출가는 노동과 임금이 분리되는 것 자체가 혁명이며 자유를 가져올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찬성한다고 하였다. 그는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독인을 빈부격차가 심각하게 더 커지고 있는 중으로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기본소득의 효과가 크다 여기며, 실제로 독일의 큰 은행의 총재는 자기는 돈이 많기에 더 많은 세금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직접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길 원했다. 기본 소득을 위해 자본가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것은 공산주의와 다른 이상적 생각이라 여기는 것 또한 본인의 생각이라 이야기했다.

그는 많은 바다생물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그리고 나노플라스틱 입자는 이미 알고 있는 문제이고 많은 의사들이 이미 경고하고 있는 문제로 전환지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을런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발생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며, 작품 속 인공섬이나 생체건강정보를 수집하는 칩 또한 장점과 함께 정보유츨의 단점도 존재할 것이며 2028년 상정한 가상현실도 어쩌면 현재진행형이라는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당장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다른 매체가 안하면 우리 예술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마지막에 일룬의 딸 지나는 스스로 결정하고 인간과 인간 대 직접적인 소통과 공유를 이야기한다. 미래의 새로운 시작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의 회귀일런지도 모르겠다.

환경 파괴와 식량 부족, 그에 따른 위험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파괴의 주범이자 식량의 많은 부분을 소비하고 있는 대다수가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속력 있는 환경협약은 환경오염을 유발한 선진국들이 규제자가 되어 피규제자를 부당할 정도로 압박하고 있고, LGMO(유전자변형생물 : Liv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LMO) 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는 협약은 오히려 완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지정책의 사각지대, 주거 관련 급여 조정에 대한 보고서는 거의 매년 보고되고 있다. 2011년 ‘복지정책의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출처-정책보고서 2011-112)’에 따르면 ‘주거관련 급여의 조정은 최저생계비의 160%에서 200%로 조정이 가능하다’라는 분석을 내어 놓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음 선거를 위한 정책적 복지가 아닌 실질적인 복지가 필요할 것이다.

'렛 뎀 잇 머니' 포스터 /(제공=LG아트센터)

한두 가지 문제만 살펴보아도, <렛 뎀 잇 머니>에서 다뤄진 문제들은 먼 나라 유럽만의 문제도 아니고, 먼 미래의 문제만도 아닐 것이다. 우린 어떻게 변화를 해야 할 지 모색해야 될 때는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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