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의 몰락, 우리가 아는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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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의 몰락, 우리가 아는 그는
  • 온라인뉴스
  • 승인 2016.08.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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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검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변호사들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모 변호사는 총수가 복역 중인 CJ 사외이사로, 검찰총장 출신 모 변호사는 특혜대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서울변회 겸직 허가 없이 이렇게 사외이사를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었다. 서울지방변회는 이들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징계를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장관을 비롯한 간부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 서로의 형편을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 간부가 당당하게 “돈 몇 푼 번다고, 추접스럽게 그런 일을 하느냐”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분위기를 확 바꾸는 의외의 발언이었다. 그는 진경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이었다.
 
진경준에게 이는 맞는 말이다. 전화 한 통화, 아니 친구가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수억원이 들어오는 그였다. 그런 진경준에게 몰래 사외이사로 등록해 연봉 1억~2억원을 받는 것은 정말 ‘푼돈’에 불과했다. 또 그 몇 푼을 받겠다고 재벌 총수에게 굽신거리며 법률적 조언을 하거나, 새까만 후배 검사에게 수사·재판 상황을 물어보는 것은 진경준의 눈에는 진짜 ‘추접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현직 검사장급으로 최초 구속
이날 대선배 법무부 장관 앞에서 일개 본부장급이 감히 이런 말을 한 것은 진경준의 진면목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장관까지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선배들에게 모욕을 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유독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진경준의 특징이다.
그렇게 당당하던 진경준이 구속됐다. 특임검사의 긴급체포 과정을 거쳐, 검사장급 고위 검사가 현직에서 구속되는 최초의 기록을 만들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부정부패를 척결할 책임이 있는 만큼 누구보다도 청렴해야 할 고위직 검사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큰 실망감을 국민에게 드렸다”고 사과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진경준이라는 인간이 이 사회에 주는 메시지다. 진경준과 대학교(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며, 군검찰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진경준은 문과계를 지망하는 모든 학생과 그 학부모들의 모델케이스이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벤처기업을 창업한 김정주 넥슨 회장은 이과계를 지망하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모델케이스였을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진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이 사건은 이 사회가 만든 최고 엘리트, 그들만의 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진경준은 1967년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 중구 만리동에 있는 환일고를 나왔다. 1960~1970년대 비평준화 시대 환일고(옛 균명고)는 서부역 앞 중림시장과 만리동 고개 판잣집 등의 환경에 자리한 ‘그렇고 그런’ 수준의 고등학교였다. 그러나 1980~1990년대 환일고는 명문대에 합격자를 많이 내는 신흥명문으로 등장했다.
 
1986년 진경준은 서울대 법대에, 친구인 김정주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다. 문과와 이과 두 천재 대학교 동기동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진경준은 대학 3학년 때에 사법시험에 합격(30회)하고, 4학년 때 행정고시에도 합격(33회)했다. 군(공군) 법무관으로 군대생활을 마친 그는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했다.
 
1995년 판사를 마다하고 검사의 길을 택한 진경준은 ‘거대한 야심’을 가졌을 것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에 재학시절 고시 양과 합격, 사법연수원 수석, 하버드대 로스쿨 수료, 20대 나이에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한 프라이드와 그의 탄탄한 출세를 알리는 것이다. 1999년 미 하버드대 로스쿨을 수료한 그는 평소 하버드 출신임을 자랑하고, 명함에도 공직 혹은 검찰청 메일이 아닌 하버드대 메일(post.harvard.edu)을 썼다고 한다.
 

대학 때 고시 2관왕, 하버드 로스쿨 수료
그는 일선에서 수사를 통해 칼(기소)을 휘두르기보다 두뇌 회전이 빨라 법무부 본부에서 기획통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기획에 뛰어난 검사는 보통 윗사람들이 좋아한다. 동기 중에서도 인사·승진에서 앞선 것은 물론이다. 그는 지방근무도 잠깐, 그것도 주로 수도권에서 근무했다. 진경준에 대해 “처세에 능해서 요직으로만 다닌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 처세는 사실 기획능력이었다. 능력이 있어 잘나갔지만 그에게 한 가지 결점이 있었다. 최강욱 변호사는 “동기 중 선두이고, 잘나갔지만 자신의 재주를 숨기지 못하다 보니 겸손하지 못해 검찰 내부에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그의 출신은 ‘서울’로 통했다. 호남 출신 법조계의 한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선 1998년 이전까지 선배들이 ‘호남 출신으로는 검사로 성공하기 어려우니 판사로 가라’는 조언을 할 정도였다”면서 “진경준이 호남 출신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들은 진경준을 지금껏 서울 출신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최근 그에 대한 비판(투서) 등이 빗발치자 진경준은 “영남 출신들이 호남 출신인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말해 그가 호남 출신인지 알았다는 것이다.
 
절친인 넥슨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받은 것은 2005년이다. 당시 진경준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로 기획·인사 등을 담당하던 때였다. 넥슨 김 회장 측은 당시 진경준이 새끼검사에 불과했고, 친한 친구 사이라 대가 없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두 사람은 서로의 아이들 돌잔치를 챙길 정도로 부인끼리도 친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경준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이 됐을 때도 계속 이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은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2015년 2월 드디어 진경준은 ‘검찰의 별’로 통하는 검사장에 승진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작년 검사장에 승진했을 때 장인상을 당했는데, 주변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진경준 검사장 장인상’이라고 보냈다”면서 “친구들에게 알리는 데 꼭 ‘검사장’이라고 쓴 것은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평소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준은 워낙 자신이 잘나간 데다 꼭 도움이 될 만한 사람과 사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시하는 인간성 때문에 교우관계도 넓지 않았다고 한다.
 
진경준의 출세는 멈출 줄 몰랐고 오히려 가속도가 붙었다. 검사장으로 승진하면 고검 차장이나 지검 검사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기획조정실장이 됐다. 기획조정실장은 차관 다음으로 부처의 기획·예산·인사·국회 업무를 총괄하는 선임 실장이다. 검찰 출신 한 인사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초짜 검사장이 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라면서 “이때부터 청와대 모씨가 뒷배를 대주고 있다는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이러는 가운데 친구가 준 미상장 주식은 100억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그는 ‘유일하게 밥 안 사는 검사장’으로 통했다고 한다. 법무부의 한 인사는 “밥도 잘 안 사는 진경준은 짠돌이라고 보기보다 싸가지가 없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혼자 잘난 맛으로 사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쉬울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는 진경준의 ‘진면목’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빠른 출세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된다. 보통 4급 이상 공무원부터 재산을 신고하고, 1급 이상 공무원부터 재산내역을 공개한다. 검사는 평검사부터 대검에 재산을 신고해야 하고, 부장검사부터는 공직자윤리위에 재산을 신고해야 하며, 검사장이 되면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진경준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재산을 공개하면서 ‘꼬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법조인 공직자 중 재산보유 1위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156억원을 신고, 법조인 중 재산보유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공직자윤리위는 주식 취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지만, 법무부는 ‘아무 문제 없다’고 회신했다. 사실 검사나 판사 중에는 부자 처갓집 덕에 상속 등을 통해 갑자기 재산이 수십억원씩 늘어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보통 이런 사람들을 ‘사위족’이라고 부른다.
사위족도 아니고, 특별한 상속도 받지 않은 진경준이 156억원의 재산을 신고하며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친구로부터 종잣돈을 빌려, 가치 있는 미상장 주식을 사고(사실상 받고) 정보를 활용해 또 다른 주식에 투자하고…. 그는 2004년 ‘금융 프라이버시권’ 논문으로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런 진경준이 이것이 범죄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의외다.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거나 ‘겁’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진경준 재산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4억2500만원을 빌려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사서 10년 만에 126억원을 벌었다. 자연히 돈의 출처를 따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진경준은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 “처가에서 사줬다” “사실상 친구가 줬다” 등으로 말을 바꾸면서 궁지에 몰렸다. 연이어 해외여행과 고급 승용차까지 받은 혐의가 드러나고, 나중에는 재벌비리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처남 명의로 청소용역을 받은 파렴치함까지 드러났다.
 
그는 친한 친구에게까지 “리스크를 안고 투자한 것이다. 억울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의 해명을 주변에 소명했던 친구들도 진경준의 거짓 해명에 분노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진경준은 집에 찾아간 기자들에게 “저는 진경준이 아닙니다”라는 거짓말까지 했다. 진경준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친한 친구는 물론, 간부회의에서 선배까지 대놓고 능멸할 수 있는 ‘철벽 심장’을 가졌다. 심지어 자신마저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연구감’이다.
 
이에 최강욱 변호사는 “그는 세상에 어려운 것, 무서운 것이 없는 스타일”이라며 “제어된 적이 한 번도 없이 승승장구만 했으니 조절이 안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7월 15일 진경준은 긴급체포되고 이틀 후 뇌물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급으로 구속된 최초의 인물이 됐다. 검찰 최고의 엘리트에서 가장 수치스런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그가 뇌물을 통해 이뤄낸 백억대가 넘는 재산도 몰수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진경준은 오직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것’에만 의미를 뒀던 인간형이다. 그는 시험 천재가 낳은 ‘시대의 사생아’였던 것이다.
 

지금은 모두 진경준을 비난한다. 법무부의 한 인사는 “한진그룹을 봐주고 처남이 청소용역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간부들 사이에서 ‘뭐 이런 개××가 다 있나’ 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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