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하늘나라 누이를 대신해 외삼촌이 입대한 조카에게 매일 써줬던 편지들을 묶은 산문집 ‘외삼촌의 편지’은 육군 22사단 신병교육대 카페 위문편지 게시판에 매일 이 편지가 올라가면서 많은 훈련병 엄마들을 눈물짓게 했다.

단순히 조카의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차원을 떠나, 병영생활 시작부터 정서적인 안정을 갖도록 격려하면서 군 생활을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받아들여야 함께 좋은 인생 변곡점이 될 수 있는지 외삼촌의 정감어린 메시지를 담았다.

따라서 앞으로 입대할 청년들이나, 지금도 여전히 땀 흘리면서 고생을 하는 훈련병들이나, 본격적인 군 생활을 하는 병사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혹은 여타 가족들과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식이 입대하면 부모는 마음을 졸이게 마련이다. 이 책 속의 조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를 잃었다. 30여 년 전 저자의 어머니가 밤새 끓인 백숙을 들고 강원도 외진 골짜기까지 면회를 왔던 것처럼, 특히 엄마의 애틋한 마음은 군 생활에서 가장 큰 위안이다.

그런데 저자의 조카는 애초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여서 혹여 그 빈자리가 더 힘들게 할까 봐 훈련받는 내내 그리고 자대에서 어는 정도 적응이 될 때까지 저자는 매일 편지를 써주기로 마음먹었다. 동기들이나 선후임 엄마들이 면박을 올 때마다 멍하니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조카를 떠올리니 짠한 마음을 도무지 내려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정서가 풍부한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으니 무슨 일이든 열정적이고 하고자 하는 일에도 집중한다. 군 생활도 마찬가지다. 군인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을 때 보다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내무생활 또한 보다 돈독한 전우애를 이끌어갈 수 있다.

사회가 정서적으로 삭막해진 이때야말로 가족 간, 친구 간, 연인 간, 기타 관계에서 다시 끈끈한 편지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평사들에게는 편지가 주는 정겨움이나 따뜻함,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은 군 생활하는 데 상당히 유익하다. 이것이 ‘가벼움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외심촌의 편지’의 존재감이다.

‘외삼촌의 편지’는 병영체험기나 병영일기가 아니다. 지나온 병영생활 이야기를 묶은 책은 더러 있었지만, 훈련소 때부터 군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병사를 격려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주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국방부 권장도서를 보면 시간과 정독을 요하는, 무게감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무게감 대신 ‘외삼촌의 편지’는 마치 나의 외삼촌이 내게 쓴 편지처럼 다정다감하게 느끼면서 사병들이 휴식 삼아 읽는 가운데 긴장과 곤함을 편안한 정서로 순환시켜 줄 산문집이다.

입대하기 전까지 20여 년 세속에서 살다보면 부정적 생각이나 나쁜 습관이 몸과 정신 구석구석 배어 있을 수 있다. 국방의무라고는 해도 22개월이라는 기간은 각종 훈련 및 조직 생활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해 자신을 재탄생시킬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군 생활이 ‘수련’의 의미를 함께 담아 자신을 거듭나게 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군 생활을 마치면 건강한 몸을 유지해감은 물론,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의롭고 희생할 줄 알고, 가족의 소중함과 이웃 사랑과 효를 깊이 알고, 조직의 질서를 중시하는 좀 더 반듯한 젊은이로 숙성해 있을 수는 없을까. 군 생활을 통해 그런 인격체로 거듭나 돌아온다면 우리 사회와 국가의 저력과 정서도 질적으로 한층 성숙해 질 것이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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