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 칼럼] 외모와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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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외모와 낭패
  • 김덕권
  • 승인 2016.11.15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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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막노동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혹은 차림새가 조금 초라하다거나 몸에 걸친 의복이 다소 남루하다고 해서 사람을 낮춰보는 우(愚)를 범하기 쉽습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낭패(狼狽)를 당하는 경우가 많지요.  
 
‘낭패’라는 말은 일상생활 중에 자주 쓰이는 말의 하나입니다. 어떤 일을 도모했을 때 잘 풀리지 않아 처지가 고약하게 꼬이는 경우에 사용하지요. 그런데 ‘낭’이나 ‘패’의 글자를 보면 한 결 같이 ‘개 사슴록(犬)’변으로 이루어진 것을 봅니다. 한자에서 ‘犬’변이 들어 있는 글자는 모두 동물이거나 또는 동물의 특성을 함축한 글자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우 호(弧)’, ‘개 구(狗)’, ‘살쾡이 리(狸)’, ‘돼지 저(猪)’, ‘고양이 묘(猫)’ 등등이지요. 물론 ‘낭(狼)’과 ‘패(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낭패는 전설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낭(狼)은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아주 짧습니다. 그런가 하면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지요. 그런 이유로 두 녀석이 함께 걸으려면 어지간히 사이가 좋지 않고서는 넘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안 되면 아주 낭패인 것입니다. 
 
그 낭패를 당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1732~1789)’이 군대에서 제대하고 민간인의 신분으로 있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홍수가 범람하자 물 구경을 하러 나갔습니다. 물이 넘친 정도를 살펴보고 있는데 육군중령의 계급장을 단 군인 한 사람이 초로(初老)의 워싱턴에게 다가왔습니다. 
 
“노인, 미안합니다만, 제가 군화를 벗기가 어려워서 그런데요. 제가 이 냇물을 건널 수 있도록 저를 업어 건네주실 수 있을까요?” “뭐, 그렇게 하시구려!” 이리하여 중령은 워싱턴의 등에 업혀 그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노인께서도 군대에 다녀오셨나요?” “네, 다녀왔지요.” “사병이셨습니까?” “장교였습니다.” “혹시 위관급(尉官級)이셨습니까?” “조금 더 위였습니다.” “아니 그러면 소령이었나 보네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그럼 중령이셨군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아니 대령이셨단 말씀이십니까?” “조금 더 위였습니다.” “아니 그럼 장군이셨네요.”  
 
중령이 당황해서 “노인어른, 저를 여기서 내려 주세요.” “냇물을 건너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소. 내가 업어 건네 드리리다.” “그럼 노인께서는 준장이셨습니까?” “조금 더 위였습니다.” “혹시 중장이셨나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그럼 최고의 계급인 대장이셨단 말씀이세요?” “아니 조금 더 위였습니다.” 
 
이때 막 냇가를 다 건너게 되자 워싱턴이 중령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자신을 업어 준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육군 중령은 그 텁수룩한 노인이 당시 미합중국의 유일한 오성장군(五星將軍)이던 ‘조지 워싱턴’임을 알아보고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야말로 중령은 낭패를 맛본 것입니다. 또 외모(外貌)로 사람을 평가하다가 낭패를 본 얘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설립 비사(秘史)이지요. 
 
빛바랜 줄무늬의 드레스를 입은 부인과 올이 다 드러나 보이는 허름한 홈스펀 양복을 입은 남편이 보스턴에서 기차를 내려 약속도 없이 하버드 대학교 총장의 사무실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갔습니다. 총장 비서는 이 사람들을 보자마자 이와 같은 시골 촌뜨기들이 하버드는 물론이고 케임브리지에서 조차도 별 볼일 없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남자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꺼냈으나 “총장님은 오늘 하루 종일 바쁘실 것입니다.” 비서가 딱 잘라 거절을 한 것이지요. “그러면 기다리겠습니다.” 비서는 그 부부가 지쳐서 돌아가겠거니 하고 그들을 모르는 척하였지요. 그런데 그들이 지치질 않자, 비서는 당황하여 결국 총장에게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총장님! 잠깐만 만나주시면 곧 갈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일일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던 총장은 굳은 표정으로 위엄을 부리며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부인이 총장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우리에겐 하버드에 일 년을 다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애는 하버드를 대단히 사랑하였고, 무척 행복해 했습니다. 그런데 약 일 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제 남편과 저는 캠퍼스 내에 그 애를 위한 기념물을 하나 세웠으면 합니다.” 
 
총장은 감동하지는 않고,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부인! 우리는 하버드에 다니다 죽은 사람 모두를 위해 동상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다면 이곳은 아마 공동묘지같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아니에요. 총장님 그게 아닙니다. 동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버드에 건물을 하나 기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총장은 눈을 굴리며 낡은 줄무늬 옷과 홈스펀 양복을 번갈아 보고 나서, 소리를 높여 말을 하였습니다. “건물이라고요! 건물 하나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 구나 하시는 말입니까? 현재 하버드에는 750만 달러가 넘는 건물들이 들어 차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남편에게로 얼굴을 돌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대학교를 하나 설립하는데 비용이 그것 밖에 안 드는가보죠. 그러지 말고 우리들의 대학교를 새로 하나 세우지 그래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총장의 얼굴은 낭패와 당혹감으로 일그러졌습니다.  
 
스탠포드 리랜드(Leland Stanford)씨 내외는 바로 일어나 곧장 캘리포니아의 팔로 알토(Palo Alto)를 향한 여행을 떠났고,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 자기들의 이름을 딴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를 설립한 것입니다.  
 
옷차림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면 이와 같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손재수(損財數)가 들 수 있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법입니다. 누구를 대하던 우리는 겸손과 양보로 자신을 낮추고 살면 좋겠습니다.  
 
저도 요즘 들어 허름한 개량한복을 입고 중절모에 지팡이를 짚고 다닙니다. 그리고 바보처럼 조금 손해를 보고, 무조건 베풀며,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뛰려고 노력합니다. 도인에게는 도인의 풍모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온유함, 부드러움, 따뜻함, 사랑스러움, 세상의 욕망에서 자유롭고 평안한 얼굴 그것이 진리와 소통하는 진정한 도인(道人)의 모습이 아닐 런지요! 
 
 
▲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프로필 :

법명 김덕권 1940년생

원불교 여의도교당 고문

원불교 청운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원불교 모려회장

덕화만발 카페지기 역임

덕화만발 <덕인회 상임고문>

저서 : 진흙 속에 피는 꽃외 다수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1월 1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다음카페 덕화만발(德華萬發)고문 클릭http://cafe.daum.net/duksan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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