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삶의 가치를 담담히 그려낸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소중한 것을 잃고도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절망뿐인 삶도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상실의 풍경을 그린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자책을 들여다보는 인생의 가슴 시린 상처를 가진 한 남자의 슬픈 마음 속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 보스톤에 살고 있는 잡역부 리(케이시 애플렉)의 고단한 삶을 응시하면서 시작된다.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리에게 형(카일 챈들러)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는 수 년 만에 고향인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어촌마을인 맨체스터바이더시로 향한다.

하지만, 형은 죽고, 대신 형의 10대 아들인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유서를 받아든다. 순간 리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고향을 떠나게 한 ‘그 사건’을 떠올린다. 자신의 실수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그 사건 말이다. 형의 죽음은 그의 상처를 헤집는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상처를 받으면 우리는 그것을 회피하거나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리는 자신의 실수로 자녀들을 잃게 된 상처를 지녔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하며 상처를 회피하려 하지만 형의 죽음으로 상처가 재발된다. 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조카 패트릭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가슴속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불안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며 사람은 오직 사랑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리와 패트릭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아픈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주는 관계다. 결국 남겨진 자들이 보듬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리의 한계를 긍정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말할수 없는 큰 아픔을 지닌 한 남자와 이제 막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년이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조절해 나간다. 영화는 죽음과 상처를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에 위트와 유머가 흐른다. 슬프고 아플지언정 우리의 삶은 살아지는 법이고, 죽음과 삶이 하나이듯 슬픔과 기쁨은 공존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삶이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 영화는 감독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고 감정을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리의 고통을 관객들이 온전히 느끼도록 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보다  일상적인 대사, 상처받은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췄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시 애플렉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무감각해 보이는 표정과 행동은 궁금증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대사 없이도 슬프고 절제된 감정을 완벽하게 전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버릴 것 같은 미국 동북부의 추운 겨울, 차디찬 바람이 이는 스산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듯, 관객들은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아픔을 따라 그의 감정선에 이입되고 동화되어 버린다. 몸은 살아있지만 마음은 죽어버린, 살아도 사는것 같지 않는 절망의 몸 동작을 영화는 아무 수사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누군가의 슬픔을 함부로 추측하거나 가늠하지 않겠다는 사려 깊은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삶이 각박해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갖게 되는 우리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되살려 준다. 마음이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휼륭하고 강추하고 싶은 아주 좋은 영화이고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후회없는 최고의 감동 영화가 될 것이다.

이흥수 기자, lhsjej7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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