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문화재청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이번에는 분명한 결론이 내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지를 놓고 7년 가까이 진위 논란 중이었던 ‘증도가자(證道歌字)’와 관련,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어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 지정 심의를 벌인 끝에 ‘부결’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의 서체 비교, 주조와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검증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또한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시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2010년 9월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됐다.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고미술 수집상인 ‘다보성 고미술’이 가지고 있던 옛 금속활자 100여 점 가운데 12점이 ‘증도가자’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그 증거로 13세기 고려시대 불교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의 글자체와의 유사성을 들고, 활자에 묻은 먹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결과도 제시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다음 해인 2011년 ‘다보성 고미술’ 측은 이 금속활자들에 대해 보물 지정 신청을 했다.

현재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금속활자본은 전해지지 않지만, 다만 금속활자본을 토대로 1239년 목판에 새겨 찍어낸 책이 존재해 이를 통해 활자의 진위 여부를 간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증도가자’는 출현 직후부터 그 파장이 컸다. 만약 남 교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증도가자’는 1377년에 간행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가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학자를 비롯해 전문가 사이에서 진위 여부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다. 일부 학자들은 현재 금속활자본 원본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서체 대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먹이 고려시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활자까지 그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그 뒤 일부 활자에 대한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20세기에 만들어진 인공 원소인 테크네튬(Tc)가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논쟁은 더욱 불이 붙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서체를 분석했다. 이번엔 목판본 글자와 ‘증도가자’의 유사도가 낮다는 결론이 나왔고, 또 성분 분석을 실시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증도가자’의 구체적인 제조연대는 확정하기 어렵지만 오래 전에 국내에서 제작된 청동 재질 활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문화재위원회도 지적했듯이 불분명한 ‘증도가자’의 출처와 입수 경위도 문제였다. ‘다보성 고미술’ 측은 일본에서 활자가 넘어왔다고 밝히고 있으나 중간에 활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소장자가 사망해 입증에 한계가 있던 상태였다. 따라서 출처가 불확실한 유물을 무리하게 국가문화재로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제기됐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증도가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할 만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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