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일자리 추경’ 청년실업 특단 조치… 국회통과 최대 관건

청년 3명 정규직 채용 中企에 1명 임금 2000만원 3년간 지원 
청년창업펀드 5000억 추가 조성…육아휴직 급여 70만~150만원

촛불집회가 이끌어 낸 대선에서 다양한 정책이 쏟아진다. '안보', '외교', '경제', '교육'...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더 궁금한 분야가 있다. 청년 세대 공약이다.  눈에 띄는 건 '청년 사회 상속제'다. 매년 징수되는 상속·증여세를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사회적 급여 명목으로 천만 원씩 떼어준다. 청년 수당의 다른 모습처럼 비친다. 일정 금액 이상 상속·증여받는 청년에게는 환수받고, 아동 양육시설 퇴소자에게는 자립정착금으로 2천만 원을 안긴다. 올해 상속증여세 세입예산만으로도 해결 가능할 만큼 재원대책도 꼼꼼하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점이나 기존에 투입된 세수를 끌어와야 한다는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채용하면 그중 1명의 임금(연간 20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직업 훈련을 마친 취업 준비생에게는 3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월 30만원)이 지급된다. 육아휴직 급여는 지금보다 두 배 오르고 한도도 늘어난다.

정부가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7년 추가경정예산’(추경)에는 이런 내용의 일자리 창출 및 여성 일자리 지원방안이 담겼다.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해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의 경우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새로 뽑으면 세 번째 직원의 임금을 정부가 연 2000만원 한도로 3년 동안 지원하는 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신재생·발광다이오드(LED) 응용산업 등 성장 유망업종과 11대 신산업 분야 업종 등을 중심으로 오는 8월 500명, 9월 1500명, 10월 3500명 등 모두 5000명의 대상자를 선정하며, 기업당 최대 3명까지 지원한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중소기업 1만 50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의 통합 취업지원서비스인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직업훈련을 마치고 구직 중인 취준생에게 한 달에 30만원씩 3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올 하반기 6개월간 약 11만 6000명이 지원받을 전망이다. 취업성공패키지 규모도 36만 6000명으로 5만명을 더 늘린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 등에 유사한 청년수당 지원 제도와 중복을 피하고 지방자치단체·민간 지원과 연계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 수령액도 1200만원에서 1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600만원, 기업이 300만원을 지원했다. 앞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각각 300만원, 100만원을 더 지원한다. 대상자도 5만명에서 6만명으로 1만명 더 늘린다.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청년창업펀드 5000억원이 추가 조성되고 창업기업융자 예산도 6000억원이 확충된다. 창업 때 연대보증 부담을 덜기 위해 2000억원을 신·기보에 지원하고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3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신설된다. 4차 산업혁명 지원을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전용펀드도 신설한다. 은퇴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청년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는 ‘세대융합형 창업’도 신설해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민간 일자리 지원에 고용장려금 1048억원을 포함해 모두 2조 2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3만 8500명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517억원을 들여 육아휴직 첫 3개월간 급여를 약 두 배로 확대한다. 현재 100만원 한도에서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 급여로 주고 있는데, 한도를 150만원으로 높이고 통상임금의 최대 80%까지 주기로 했다. 현행 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 하한도 70만원으로 올린다. 여기에 205억원을 투입해 당초 올해 180곳을 확충할 계획이었던 국공립 어린이집을 360곳으로 두 배 더 늘리기로 했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육아휴직 급여는 추경뿐 아니라 내년 예산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면서 “직접적인 지원보다 소득 증대를 통한 민생 안정 차원에서 중소업체, 지방에 인접한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사업들도 추경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편성 배경·문제점·전망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1호다. 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소득의 원천은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야당 반발에도 사상 첫 일자리 추경을 예상보다 1조원 증액해 강력히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공공일자리 확대에 따른 중장기적 재정 부담과 지방으로 내려가는 3조5000억원이 멀쩡한 아스팔트를 깨고 다시 까는 데 쓰이지 않고 오롯이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숙제다. 

일자리 추경, ‘큰 정부’ 출발점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1%로 5분기 만에 0%대를 벗어났다. 수출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경기침체에 따른 추경 편성 요건으로 보면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은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겉보기 등급과 달리 저소득층 소득 감소, 고용 양극화, 최악의 청년실업 등 체감경기는 바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내외나 된다. 전체 실업률의 2.5배 규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등 일자리 양극화도 심각하다. 기획재정부 구윤철 예산총괄심의관은 5일 “일자리가 좋은 데는 굉장히 좋은데 그보다 나쁜 일자리가 더 많다”면서 “이 현상을 내버려두면 수출이나 내수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에 일자리 창출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경 재원은 공공일자리로 집중됐다. 기재부 박춘섭 예산실장은 “외환위기 시절 실업대책이 포함된 추경은 있었지만 일자리 창출만을 위해 추경이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공일자리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을 시작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재정지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절 기능을 불신하는 현 경제팀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세제 개편안, 내년도 예산 편성 등에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추경은 그 첫 시작인 셈이다. 

‘꼬리표’ 없는 3.5조, 제대로 쓰일까 

박근혜정부 시절 담뱃세 인상 등 영향으로 새 정부는 풍족한 곳간을 갖고 있다. 이번 추경 재원 11조2000억원의 80%가량인 8조8000억원은 올해 예상되는 세수 초과분이다. 이는 나랏빚을 새로 내지 않고도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장점이 되지만 추경의 전권을 중앙정부가 쥘 수 없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국세의 40%가량은 지방교육교부금 등 명목으로 지방정부에 의무적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번에도 예상 세수초과분 8조8000억원의 40%인 3조5000억원은 지방정부로 이양된다. 정부는 지방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써 달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명목으로 내려간 예산이 엉뚱한 지자체 사업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방으로 내려간 추경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하기도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간 예산은 꼬리표가 없이 기존 예산계정에 합쳐진다”면서 “지난해 추경 때 지방으로 내려간 3조8000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지금도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경직성 인건비가 향후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에 따른 내년 인건비는 이번 추경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여소야대 국면에서 일자리 추경을 찬성하는 야당은 단 한 곳도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정책위원회 명의 자료에서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도 “증가된 세수에 맞춰 공무원을 추가로 뽑는 주먹구구식 일자리 정책으로는 청년 실업이나 저소득층 지원 어느 것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안 국회 통과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국민의당은 유보적이다. 김유정 대변인은 “소득격차 해소와 취약층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청와대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추경을 강행할 경우 소통과 협치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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