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에는 탄핵소추 기각되는 상황과 인용되는 상황 모두 언급'..'탄핵 기각용으로 친위 쿠데타를 모의한 문건이 존재'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작성된 내란음모 의혹이 제기된 '계엄 문건'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존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법무관 출신인 김정민 변호사는 2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해당 문건에 대한 검토 지시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말한 2017년 2월 17일보다 일주일 앞선 2월 10일에 내려졌다는 내용의 새로운 제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 변호사는 "2017년 2월 10일은 공교롭게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서 김관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난 날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가 입수한 제보 내용을 보면, 조 전 사령관은 모 서기관에게 컴퓨터 워드 문서 작업이 아닌 직접 수기로 계엄령 검토 관련 내용을 작성해 보고하라는 은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뉴스공장에서 김정민 변호사는 "조 전 사령관이 2월 10일 김관진 안보실장을 만난 것은 불기소장에도 나온다"며 "당일에는 조현천이 오후 내내 청와대에 머물며 어딘가에 갔다가 사령부로 복귀하지 않았다. 이미 청와대에 가기 전에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조 전 사령관의 그날 일정을 되짚었다.

그리고 계엄령 문건에는 태극기부대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해 놓고 최근에 공개된 불기소장을 보면 조 전 사령관이 박근혜 지지 태극기부대 시위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그러니까 그거는 위장령이죠, 말하자면. 그런 변명을 믿어 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건 전두환 쿠데타도 쿠데타가 아니라고 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면 모를까 상식 있는 국민들이라면"이라고 말했다.

또 "관련자들도 그런 진술을 했다"며 "이건 처음부터 탄핵이 기각되고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위험해질 상황을 전제로 해서 만든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각된다는 보고서가 지금까지 나온 적은 없다.

김 변호사는 “제보 내용 중 충격적인 것은 2월 16일 첫 지시를 내릴 때 아주 예민한 표현들, ‘국회 해산’이나 ‘정치인 가택 연금’ 등의 표현이 나온다”며 “이미 2월17일 아침에 TF팀이 소집됐다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2월 16일 소집을 시작해 2월 17일 아침에 이미 모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제보에서 말하는 2월 10일보다도 이전에 계엄 검토 지시가 존재했고 보고서 초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 한민구 전 장관이 처음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17일에는 이미 TF팀이 소집됐다고 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그래서 지시를 했다면 오전 이었을 것”이라며 “이미 비밀스러운 문건을 수기로 작성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얘기”라고 추측하면서 “1차 보고서가 너무 자세하다. 동원되는 부대도 굉장히 구체적이고 ‘국방부 정책실장을 이용해 2차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했다.

박근혜 ‘탄핵 기각 보고’ 가능성 관련에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 보도에 ‘민정수석실에서 그것을 취합해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표현이 있다”며 “보고가 2건 올라갔다는 표현도 있다. 처음에는 4 대 4, 나중에는 5 대 3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통수권자나 측근에서 계엄 준비 지시했다면 그걸 하명받은 사람이 보고서를 구구절절이 적어서 다시 보고할 필요는 없는 거다"라며 "준비하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결재 박스가 없는 특이한 문서가 만들어진 거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해당 문건이 탄핵이 기각된 상황을 전제하고 "다만 준비하고 회람하는 차원에서 이걸 만든 것뿐이지 누군가의 결심이 사실상 필요 없는, 이미 결심이 됐으니까 준비한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러니까 실행을 구체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결재가 필요한 문건이 아니라 우리의 계획을 이렇게 짰다고 알리려는 목적"이었다고 추론했다. 실제로는 탄핵 기각용으로 친위 쿠데타를 모의한 문건이 존재했다는 거다.

김 변호사는 "이건 왜 만들어졌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민구 전 장관의 변명이 맞다면 그것은 그나마 변명이 되는데, 그게 아니라면 왜 2월 17일을 꼭 끌고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좀 확인이 필요한 부분 같아서 아마 군인권센터에서 정식으로 문의를 하는 걸로 저는 그런 의견을 냈다"며 "아예 군검찰이나 검찰을 통해서 정식으로 이런 제보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을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변호사는 만약 그게 확인이 되면 군검찰은 지금까지 부실수사거나 적당수사가 되는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제보자의 인적 사항에 대해서는 “전 서기관이고 이름은 한글자로 오랫동안 경험이 있고 과거 계엄에 실제 경험했던 분이 기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왜 불기소장에 그런 중요한 내용을 누락했느냐? 불기소장에 보면 2월 17일 날 시작돼서 큰 문제 없는 것처럼 기재가 되어 있다"고 물음표를 던지며 "적어도 불기소장에 그게 아니다,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정황이 있다는 것들은 표시를 해 놔야 되는데 없다"며 "그래서 이건 좀 오해받을 만한 소지가 있지 않느냐"라고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24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의 관련자 '불기소 결정서'에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청와대와 국방부를 오가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권한대행과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과 접촉한 정황을 남겼다.

합동수사단은 불기소 결정서에 "국헌문란", "폭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문건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7월 26일~11월 7일까지 활동한 합동수사단은 김관진-한민구까지 조사를 진행했으나, 박근혜-황교안은 부르지 않은 채 수사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7일 '조현천을 조사하지 못해 사건의 전모 및 범죄 성립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현천에겐 기소중지, 나머지에겐 참고인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조현천의 소재를 알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일단 중지해 둔 것이다.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9월 20일 조현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10월 16일 인터폴 수배를 요청했으나 결국 미국으로 도주한 그를 체포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계엄 문건에는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상황과 인용되는 상황을 모두 언급하고 있는데 탄핵소추가 인용될 경우 계엄선포 권한은 황교안이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황교안과 조현천과의 사전 의사 연락이 중요해 보인다.

2017년 3월 경 황교안이 참여한 공식 행사에 조현천이 4회 참석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조현천이 황교안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합동수사단은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봐야 피의자의 관여 여부 등 그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인다"라며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중지한다"라고 결정했다.

매체는 군인권센터로부터 위 인물들의 불기소 결정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불기소 결정서엔 위 인물 모두 '피의자'로 기재돼 있다. 불기소 결정서는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경우 작성하는 문서다.

위 인물들의 불기소 처분은 합동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1월 7일 내려졌고 11월 13일 발송됐다. 불기소 결정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발행했으며, 결정서 통지문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혀 있다.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갈무리

군인권센터 "자한당 의원, 임태훈 소장 군부대 출입기록 요구"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함께 내란 음모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자유한국당 소속 한 국회의원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국방부 및 군부대 출입기록을 긴급하게 요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2017년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에 대한 폭로가 나온 뒤 군인권센터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유한국당 소속의 모 국회의원이 국방부에 임 소장의 국방부 및 군부대 시설 출입기록 5년치를 긴급하게 요구했다는 복수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가 말한 출입기록에는 출입 일자와 출입부대 및 부서, 방문 대상자의 계급과 성명, 방문 사유 등이 포함됐다. 군인권센터는 자한당 의원의 이같은 자료 제출 요구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을 위축시키려고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한국당 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합법적인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의정 활동이라는 미명 하에 국회의원의 권력을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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