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모든 국민에게 의무교육으로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과학이란 무엇인가? 보통사람들은 물론이고, 과학자들 자신들에게서도 명확한 답을 얻기가 힘듭니다. 과학과 미신, 과학과 종교, 과학과 철학, 과학과 기술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21세기 토머스 쿤,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 장하석의 명강의~ 토머스 쿤과 칼 포퍼가 벌인 과학 논쟁을 소개하고, 그 논쟁이 갖는 과학 철학적 의미를 발견한다. 과학철학은 과학 지식과 실행의 특성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분야이다. 과학에 대한 철학적 관심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이런 관심이 학문적으로 정착된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에른스트 마하(Ernst Mach)를 추종하면서 유럽 비엔나에서 모였던 비엔나 학파는 ‘논리 경험주의’라고 불리는 과학철학을 창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과학 활동의 본질은 세상에 대한 경험적 명제를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었다. 과학적 가설의 진리 값은 실험 등을 통한 검증 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논리 경험주의는 칼 포퍼에 의해 논박되었다. 포퍼는 과학에서 입증이라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이면서,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기준이 반증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과학의 역사를 보면 반증하는 사례 때문에 기존의 이론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은 이런 성향을 패러다임이란 개념을 가지고 설명했다. 과학자 공동체가 패러다임을 수용하면, 이를 완벽하게 하는 방향으로 과학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었다. 반례가 등장하면 이를 패러다임으로 끼워 맞추거나, 아니면 무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것이 쿤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쿤의 주장에서 과학 공동체가 공유한 사회적 성격의 관습이나 규범으로부터 과학지식이 구성된다는 급진적인 사회구성주의가 등장했다.
 
 쿤과 사회구성주의자들은 과학 이론이나 활동의 역사적인 사례를 분석했지만, 쿤 이후의 과학철학자들은 이러한 구체적 작업에서 더욱 멀어졌다. 반면에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말하다>는 쿤과 사회구성주의의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 장하석은 과학이 자연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진리를 발견하는 활동이 아니라, 한계를 가진 인간이 애를 써서 자연을 최대한 이해한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그는 부담스러운 진리라는 개념보다 ‘진상’(“진상을 밝히다”라고 할 때)이란 개념을 선호한다. 
 
 그는 과학지식의 진보를 인정하지만, 확고한 토대 없이도 진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자신이 직접 분석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장하석은 쿤을 수용하지만 독단적인 패러다임 대신에 ‘실천체계’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이런 실천체계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다원론’을 주장한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 다른 과학이 여럿 존재함으로써, 과학은 관용의 정신을 만족하면서 다른 체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학의 다원론은 장하석의 과학철학의 정수가 담겨있는 개념이다.
 
 장하석의 과학관은 ‘과학은 진리를 발견하는 고귀한 활동이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겐 낯설거나 심지어 불온한 관점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런 새로운 관점을 친근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같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과학을, 그래서 사회를 새롭게 보기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 저자 : 장하석 ● 출판사 : 지식채널 ● 연도 : 2014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
1984년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반도체실험물리를 계속하는 대신에 과학사로 진로를 바꾸어 같은 해에 개관한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 입학했다. 이후 이 과정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하고, 1995년에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 조교수, 2000년에 (종신)부교수가 되었다. 그렇지만 2003년에 서울대학교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와 후학들의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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