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에 20만 원, 그 돈으로 헬스장에 등록할 수도, 요가를 다닐 수도, 홍삼 엑기스를 사거나 감마리놀렌산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좀 더 절실한 곳에 투자했다.”

‘1인용 식탁’을 함께 만든 사람들_김혜수 조명오퍼, 장윤정 배우, 최호영 연출, 임아영 배우, 조정화 배우, 유민경 배우, 손경빈 음향오퍼, 김경식 배우, 최은경 배우, 홍철희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을 함께 만든 사람들_김혜수 조명오퍼, 장윤정 배우, 최호영 연출, 임아영 배우, 조정화 배우, 유민경 배우, 손경빈 음향오퍼, 김경식 배우, 최은경 배우, 홍철희 배우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윤고은의 소설집 “1인용 식탁”에 수록된 단편소설 중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연극 <1인용 식탁>이 지난 1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관객들과 함께 사회 속 개인에 대한 생각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 오인용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점심 식사를 하게 된지 몇 개월째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밥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의 적단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수료증을 받을 수 있을까?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1인용 식탁’ 컨셉사진 /ⓒAejin Kwoun

공동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혼자 밥을 먹는 법을 배우려 학원을 다니게 된 주인공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인간관계와 그 안에 놓인 소외된 개인의 고독, 불안, 두려움에 대해 고찰해 보는 연극 <1인용 식탁>은 현실보다 더 지독한 상상을 꿈꾸고 있다.

도쿄대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중퇴하고 교토대 의과대학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오카다 다카시의 저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는 2013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일본 아마존 심리 베스트셀러 1위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9년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은 이제 트렌드조차 된지 오래다. 만혼과 고령화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인간관계로 상처받은 경험이나 전체주의 교육에 대한 반감 등으로 인한 1인 가구의 수는 점차 증가 중이다.

오카다 다카시의 저서 내용처럼 자의적으로 혼자를 택한 이들도 다수 존재하지만, 사회적・경제적・가치관 문제 등만이 아닌 개인적 문제로 자의보다는 어쩔 수 없이 혼자를 택한 이들의 문제는 ‘고독사’ 문제까지 연관지어 생각해야 할 문제일는지 모른다.

놀라운 상상력과 경쾌한 언어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던 윤고은 작가의 소설집 “1인용 식탁(문학과 지성사, 2010)”에는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단편 아홉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연극 <1인용 식탁>의 원작,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인 ‘1인용 식탁’ 외에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빈대 퇴치 소동을 그린 ‘달콤한 휴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화장지에 소설을 쓰는 소설가를 다룬 ‘인베이더 그래픽’, 돈을 받고 꿈을 대신 꿔주는 ‘박현몽 꿈 철학관’ 등의 이야기를 하는 윤고은 작가는 책을 펼친 그대에게 출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직 내뱉지 않은 말들도 매복해 있다고, 지뢰처럼”이라며 조심하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혼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부지불식간에 지뢰를 밟아 버리게 될 것이다. 윤고은 작가의 이야기는 구태의연함 속에 찰나와 같이 번개가 치는 듯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 구현한 연출과 배우들은 일상의 이야기를 조금은 우스꽝스레 과장하는 듯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새 뒷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한 느낌을 안겨준다. 우리는 아무도 시작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계속해서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혼밥’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MINI INTERVIEW -

1. 사실 처음에는 구성이 참 독특하다 생각하며 보다, 살짝 공감이 안 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만의 아지트가 편했고, 밥도 혼자서 잘 먹고 다니던 입장에서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던 중, 마지막 빈칸을 채워 넣을 때 반전이 느껴졌습니다. 사회라는 테두리 속에 속하길 바라든 바라지 않든지 간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는 이율배반적이기도 한 마음은 누구나에게 공통적이라는 것. 연출님의 작품은 움직임과 대사들을 구성하는 방식도 인상적일 뿐 아니라 결말이 항상 기억에 남습니다. 작품을 무대화시키게 된 계기와 작가님과 각색을 결정하는 그 과정들이 궁금해집니다.

‘1인용 식탁’을 세심하게 각색하고 연출한 최호영 연출 /ⓒAejin Kwoun
‘1인용 식탁’을 세심하게 각색하고 연출한 최호영 연출 /ⓒAejin Kwoun

 

・최호영 연출

처음 2017년 키르코스라는 단체를 만들었을 때 팀원들과 함께 작업하기 위해서 소설 텍스트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윤고은 작가님의 『1인용 식탁』 이라는 소설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표제작인 단편 ‘1인용 식탁’을 선정해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유머와 재치가 가득한 텍스트였고 소설의 텍스트를 가져와 연극적으로 구현해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정식 공연으로 계획된 공연이 아니기에 각색을 제가 먼저 진행하였고, 추후 원작자인 소설가 윤고은 작가님께 워크숍 공연에 대한 허락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그렇게 2년간 워크숍에서 쇼케이스로, 쇼케이스에서 정식 공연으로 이어지게 된 케이스입니다. 각색 작업은 혼자서 진행하였는데 이번 년도 후반기에 작업들이 몰리면서 시간이 많이 부족해 워크숍 낭독 공연버전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없습니다. 공연화하면서 조금 더 무대언어에 적확하게 구성이나 장면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혼자서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어찌 보면 사소한 소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여다봤을 때 현대인의 소외, 고독, 그리고 관계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신경 쓰긴 했지만 잘 이루어 졌는지 자신 있게 답을 못 드리겠네요. 아직까지도 극장에서 조금씩 더 나은 구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한국인에게 '밥'이란 하루에 일정량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외에 유독 정서적 감성이 포함되는 듯합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에게 '혼밥'은 어떤 의미일지, 그리고 각자의 대사들 중 가장 인상 깊은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1인용 식탁’을 각색하고 연출한 최호영 연출 /ⓒAejin Kwoun
‘1인용 식탁’을 각색하고 연출한 최호영 연출 /ⓒAejin Kwoun

・최호영 연출

사실 ‘혼밥’이라는 게 사회적인 이슈였던 것이 꽤 오래 전의 일이기도 하고, 이미 그때 유행이 지난감이 없지 않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은 사실 큰 문제나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에 나오는 말처럼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을 넘어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인용 식탁’ 유민경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유민경 배우 /ⓒAejin Kwoun

・유민경 배우

저에게 혼밥은 대충 허기를 달래는 정도입니다. 보통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집을 가는 정도입니다.

‘1인용 식탁’ 임아영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임아영 배우 /ⓒAejin Kwoun

・임아영 배우

저에겐 혼밥이란 너무나 익숙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때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말하는 건 ‘나는 당신과 닮아가고 싶다’, ‘살아나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한솥밥 먹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와 끈끈함을 좋아하는데, 저희 키르코스의 작품에서도 그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1인용 식탁’ 장윤정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장윤정 배우 /ⓒAejin Kwoun

・장윤정 배우

혼밥은 그냥 "행복한 한 끼"입니다. 남은 남일 뿐 남의 시선 때문에 나를 위한 그 어떤 것도 포기하거나 영향 받고 싶지 않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이라는 이 무심한 대사가 야속하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인용 식탁’ 홍철희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홍철희 배우 /ⓒAejin Kwoun

・홍철희 배우

혼밥은 나와의 식사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속도에 맞춰 식사를 하며 하루를 그리기도 되짚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인용 식탁’ 김경식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김경식 배우 /ⓒAejin Kwoun

・김경식 배우

혼밥은 늘상 하는 거라서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1인용 식탁’ 조정화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조정화 배우 /ⓒAejin Kwoun

・조정화 배우

나에게 혼밥은 편안함입니다. 좋아하는 영상이나 음악을 보고 들으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혼자 음미하는 것만큼 편한 건 없을 것입니다.

‘1인용 식탁’ 오인용 역 최은경 배우 /ⓒAejin Kwoun
‘1인용 식탁’ 오인용 역 최은경 배우 /ⓒAejin Kwoun

・최은경 배우

혼밥의 의미는 '당연한 것이다'이라 생각합니다. 두 명 이상 앉아 있는 음식점에 혼자 있는 사람이 튀어 보이는 건 당연한 것일 텐데도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는 건 사회적 인식 때문이지 않을까요. 오인용이 혼자 밥 먹는 법까지 배우게 된 계기는 본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 개성 가득한 배우님들의 독특한 무대는 정말 흥겨움이 가득했습니다. 무대의 동선과 배치들과 움직임들이 어떻게 짜였을지 궁금합니다.

・최호영 연출

기본적인 연극의 컨셉, 장르, 분위기는 보통 연출인 제가 작품 구상단계에서 결정합니다.

직접 각색을 할 때는 각색 단계에서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장면을 구상할지 반영해 각색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은 짜놓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연습에 들어갔을 때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그 안에서 추가되는 배우들의 아이디어들도 반영해서 장면을 구성하였습니다. 안무나 움직임 지도는 따로 없었습니다.

4. 매력적인 작품을 만든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최호영 연출

팀 작업으로는 아직 예정된 작품이 없고 개인적으로는 내년 2월, 3월에 배우와 드라마터그로 참여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2월에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열전에서 연극 <우주에 가고 싶어 했었으니까>에 배우로 참여할 예정이고. 3월에는 2020 두산아트랩에서 연극 <Ciphers-암호문>에 드라마터그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최은경 배우

2020년 2월8일부터 11일까지 극단 에이세이 [주코의 암자(劇団衛星[珠光の庵])]를 교토 KAIKA에서 공연합니다.

‘1인용 식탁’  포스터 /(제공=극단 키르코스)
‘1인용 식탁’ 포스터 /(제공=극단 키르코스)

개개인이 주체가 되는 예술을 지향하는 ‘극단 키르코스’의 연극은 무겁지 않기에 다가가기 쉽다.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기에, 생각의 꼬리들을 잇게 만들어 주기에 그들의 연극은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혼자가 익숙한 당신에게도, 혼자가 어색한 당신에게도 연극 <1인용 식탁>은 2019년을 정리하는 12월 당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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