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마저 침해' 학부모에 "빨갱이" 막말.. 보행 연습·학습권·이동권 침해와 소음,교통불편 심각

"장애인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우리를 밟고 가라"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보도와 도로를 점거하면서 석 달째 이어지는 노숙 시위로 인근 학생들과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범투본 측은 이곳에 천막과 물통 등을 쌓아놓고 농성을 하고 있다. 도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통행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청각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국립서울맹학교 학생들은 '학습권을 넘어 생존권마저 침해받고 있다'고 한다.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불과 500m가량 떨어져 있다.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처음으로 맞불 집회를 열었다.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와 서울맹학교 학부모회는 끊이지 않는 청와대 부근의 집회들로 인해 시각장애를 지닌 자녀의 교육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집회 자제를 촉구하면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보통 하루 2∼3차례 주변 상황을 소리로 파악해 스스로 이동하는 ‘독립 보행’ 교육을 받는데, 학부모들은 집회 소음과 교통 통제 등으로 인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집회 금지를 요구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맹학교 졸업생ㆍ재학생과 학부모 등 20여 명은 “시각장애 가족은 분노 한다”, “우리를 밟고 가라”,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장애인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한 집회는 용서 못 한다” 등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그동안 쌓인 울분을 토했다.

강복순 서울맹학교 총동문회 부회장은 "소음은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파괴합니다. 아주 작은 소리를 단서로 이동을 하고 보행 수업을 하는데 그 소리가 이 집회 소음에 묻히는 거예요. 순간 소음으로 깜짝 놀라면 차도로 가곤 합니다."라며 맹학생들의 돌발 상황에 대한 위험한 처지에 대해 경고했다.

강윤택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대표는 “장애인들도 사회적 약자로서 사회에, 청와대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다, 어떤 이유로든 집회는 할 수 있다”라며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집회일까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들의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 목사는 "경찰, 검찰, 군대가 앞장서서 빨리 저 문재인 대통령을 체포하십시오."라며 온갖 막말로 집회자들을 부추기던 그대로 이제는 대놓고 군대와 경찰, 검찰까지 선동하며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집회를 마치고 수천 명의 시위대는 어김없이 국립서울맹학교가 있는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였던 범투본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극우 단체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밀고 들어왔다.

겨우 몇십 명의 학부모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 행렬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태극기집회 단체가 매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것이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은 물론 생존권마저 침해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 같은 호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하거나 “빨갱이”라고 몰아붙였다. 심지어는 “안 보이는데 왜 돌아다니느냐’라며 ‘나라가 이 지경인데 자식새끼가 뭐가 중요하냐’ 등 폭언을 하기도 했다.

서울맹학교 김경숙 학부모회장은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아예 청와대 근처에 진을 치고 있으며 노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각종 물건을 도로에 쌓아놔 보행 수업에 심각한 지장이 있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계속되는 집회와 농성에 주말마다 도로가 통제되면서 주변 상점엔 손님까지 뚝 끊겼다. 인근 상인들은 "(교통 통제 때문에) 차 댈 곳이 없어서 예약도 들어오질 않는다"라며 "연말 예약이 올해는 아예 더 없는 것 같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전광훈 집회는 10월부터는 청와대 앞에서 아예 노숙을 하면서 주민과 학생들의 고통이 이어졌다.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경찰은 야간집회를 제한하고 집시법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범투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의 적치물 철거 요청과 경찰 해산명령에도 불응한 채 집회를 이어 나갔다.

서울맹학교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은 앞으로 매주 토요일 맞불 형식의 집회를 열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보행 연습 마저 제대로 못 해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무분별한 시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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