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는 살처분이야. 종족 생존을 위해서 약자를 제거하는 것!"

‘BULL’을 함께 만든 사람들_김수영 조명오퍼, 정영록 음향오퍼, 곡수인 조연출, 토마스(남동진), 이소벨(김시정), 카터(남미정), 토니(김형범), 윤혁진 무대크루, 기획 정선미, 홍보 최민영, 서지혜 연출, 이승우 무대크루 /ⓒAejin Kwoun
‘BULL’을 함께 만든 사람들_김수영 조명오퍼, 정영록 음향오퍼, 곡수인 조연출, 토마스(남동진), 이소벨(김지성), 카터(남미정), 토니(김형범), 윤혁진 무대크루, 기획 정선미, 홍보 최민영, 서지혜 연출, 이승우 무대크루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무언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괴롭힘을 자행하는 모든 잔인한 인간들을 대변하고 있는 연극 <BULL>이 지난 21일부터 1월 5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단순하고 강하지만 불편함 속에서 관객들에게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BULL은 정리해고의 바람이 분 직장에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세 사람이 벌이는 생존경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따돌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선하거나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자 과제임은 틀림없다.

‘BULL’ 공연사진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_토니(김형범), 이소벨(김지성), 토마스(남동진) | 회사나 학교 등에서 일의 진척을 방해하는 약한 사람은...필요하지 않은 인물이기에...점점 더 궁지로 내몰아 내는 것이...왜 당연한 것이 되었을까....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_토마스(남동진), 토니(김형범), 이소벨(김지성) | 두 사람은...지금은 함께 한 사람을 공격하지만...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_토마스(남동진) | 무엇 하나 꼬투리 잡히지 않을 것이 없는걸까? 그에게는?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_토니(김형범), 이소벨(김지성), 토마스(남동진) | 말도 안 되는 행동들조차 강요하고 강요당하고 있는 것 같다...우리 사회는...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BULL’ 공연사진_토니(김형범), 카터(남미정), 이소벨(김지성) | 누구 하나...그의 편은 없다... /(제공=프로젝트 아일랜드)

상사 카터를 기다리는 동안 세 인물은 생존을 위해 사각 링과도 같은 사무실에서 싸움이 붙는다. 상대보다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거짓말도 서슴없이 하는 인물들의 ‘완전한 속임수’, ‘심리적・정신적인 게임’이 펼쳐지는 작품 <BULL>은 55분간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불편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연속된다.

“학교는 겉으로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힘센 어른은 힘없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겉치레로 하는 말과 진짜 메시지를 구별할 만큼 영리해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경멸하면서 학교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마치 어른들이 입 밖에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의 진실을 아이들이 연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교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날마다 상연되는 잔혹극. 그러니 이 연극에서 몇 명쯤 죽어나가더라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말기로 하자. 지금 아이들은 사회에 나갔을 때 꼭 필요한 두 가지 기술-경멸하는 법과 경멸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 김현경 저 『사람, 장소, 환대』 -

‘BULL’ 컨셉사진 /ⓒAejin Kwoun
‘BULL’ 컨셉사진_토마스(남동진), 이소벨(김지성), 카터(남미정), 토니(김형범) /ⓒAejin Kwoun

- MINI INTERVIEW -

1.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웃고 있는 자신에게 어떻게 그 장면에서 웃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 연극 <BULL>은 상황과 대사들은 ‘정말 쎄다’는 표현을 빠뜨릴 수 없을 듯합니다.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보다 더 치열한 사각의 링 속에서 서로를 물고 뜯는 면면들은 처연함을 안고 있지만, 약한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은연중에 인정해 버리는 사회 속에 익숙해진 스스로에게 또 다른 처연함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강한 대사들의 속도와 강도조절은 많은 고민들을 안겨 줬을 듯합니다. 작품 <BULL>의 번역과 무대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들이 무엇일지 그 과정들이 궁금합니다.

‘BULL’을 연출한 '프로젝트 아일랜드' 대표 서지혜 연출가 /ⓒAejin Kwoun
‘BULL’을 연출한 '프로젝트 아일랜드' 대표 서지혜 연출가 /ⓒAejin Kwoun

・서지혜 연출

"BULL"의 처음 느낌은 ‘싸움’이였습니다. 사무실 복도 한 켠에서 유보 된 시간동안 강력한 싸움 한판이 벌어지는 것이 연상되었죠. 처음에는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런 싸움들이 진행된다는 상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첫 무대는 사실적인 사무실 한 켠을 연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출부로 있는 곡수인군과 번역을 수정해가면서 희곡타이틀이 왜 “BULL: 황소(다른 중의적 의미로도 쓰이긴 했지만)”가 되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되물었던 것 같습니다. (사무실정치를 다루고 그들이 서로 괴롭히는 이야기는 사실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이 희곡이 BULL인 이유와 더불어 그것이 연출로서의 큰 컨셉으로 자리 잡아야 했습니다. 원문을 읽고 또 읽고 수정하고 번역하고, 조언을 얻고 하면서 결국 이 희곡은 투우(Bullfight)를 연상하게 해야 했습니다. 토마스를 괴롭히는 이소벨과 토니는 황소를 괴롭히고, 자극해 화나게 만들어 스스로 자멸하게 만드는 투우사와도 같고, 그것에 참지 못하고 반응하는 토마스는 황소와도 같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보니 무대도 현실적인 사무실보다 투우장을 연상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투우장(원형으로 된)을 구현하려 했으나 좀 더 현대적이고 차갑고, 직각의 사무실의 느낌을 살려 투우장을 현대화 시켜보려 노력했습니다. 동선도 자세히 보시면 투우의 장면이 연상될 것입니다. 투우사들이 황소 앞에 한 사람씩 번갈아 앞을 막으며 화를 돋구는 동선들을 관찰하여 그것을 최대한 설명적이지 않은 선에서 삼각구도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구현하려고 하였습니다.

전 이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부추기는 경쟁사회는 결국 인간을 야만적으로 만들고 우린 결국 신야만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습니다. 인물들의 야만적인 행위는 유치하고, 비열하며, 치사합니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여도 결국 야만적 행위를 저지르고 누군가를 괴롭힐 때는 마치 아이와도 같은 유치함과 치사함, 유아적인 발상들을 하며 그것들에서 희열을 느끼는 거죠.

이 경쟁사회의 야만성은 결국 투우로 병치되고 인간의 잔인한 본능으로까지 확대됩니다. 그래서 이 연극은 어둡고, 희망이 없는 세계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투우의 황소는 처음부터 일정한 시간 안에 죽음을 전제로 사투를 벌입니다. 죽지 않으면 그 장소를 빠져 나갈 수 가 없죠. 인간은 이제 경쟁의 프레임 안에서 죽지 않으면 도망쳐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어쩜 토마스도....

2. 배우님들 모두 작품을 하며 감정소모가 상당했을 듯합니다. 연기과정도 쉽지 않았을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BULL’ 서지혜 연출 /ⓒAejin Kwoun
‘BULL’ 서지혜 연출 /ⓒAejin Kwoun

・서지혜 연출

‘BULL’ 카터 역 남미정 배우 /ⓒAejin Kwoun
‘BULL’ 카터 역 남미정 배우 /ⓒAejin Kwoun

・카터 역 남미정 배우

카터의 모든 말은 살아남은 자의 가치관이라 봅니다. ‘난 지금 어디쯤 있나’를 고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BULL’ 토마스 역 남동진 배우 /ⓒAejin Kwoun
‘BULL’ 토마스 역 남동진 배우 /ⓒAejin Kwoun

・토마스 역 남동진 배우

토마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절망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간절함을 쏟아내는 것 밖에... 하지만 썩어버린 조직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을 따돌리는 괴롭힘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BULL’ 이소벨 역 김지성 배우 /ⓒAejin Kwoun
‘BULL’ 이소벨 역 김지성 배우 /ⓒAejin Kwoun

・이소벨 역 김지성 배우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위축시킬 수 있는 가장 잔인한 ‘Bulling(따돌림)’같습니다.

‘BULL’  토니 역 김형범 배우 /ⓒAejin Kwoun
‘BULL’ 토니 역 김형범 배우 /ⓒAejin Kwoun

・토니 역 김형범 배우

토니는 실제의 저와는 성격이 정반대지만, 끝까지 잔인하게 토마스를 괴롭히는 대사이기에 인상 깊습니다.

3. 매력 가득한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서지혜 연출

극단 차기작으로는 곡수인 연출의 첫 입봉작 “난폭과 대기(극작 모토야 유키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 차기작으로는 아직은 정해지진 않았고 창작극을 해보기 위해 작품 선정 중에 있습니다.

・남미정 배우

6월에 김정 연출 “팜 ;Farm”에 출연합니다.

‘BULL’  CAST /ⓒAejin Kwoun
‘BULL’ CAST_토마스(남동진), 이소벨(김지성), 카터(남미정), 토니(김형범) /ⓒAejin Kwoun

사회의 규칙들과 국가라는 공동체 그리고 세계 속 살아가는 인간들은 스스로 자신을 커다란 기계의 부품 정도로 규정짓고 있다. 사유하는 존재임에도 사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음에,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고 저마다 익숙해진 정도를 자랑한다. 짐승과 마찬가지로 약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도태시킨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의식주만을 위해서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에 왜 익숙해진 것일까?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포장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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