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병수 기자] 국회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28일 국회에서는 본회의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이어졌다.

국회는 필리버스터로 여야간 신경전의 대치국면중..
국회는 필리버스터로 여야간 신경전의 대치국면중..

자유한국당(자한당)은 27일밤 9시 30분쯤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 나선 검사 출신 김재경 의원은 공수처는 반대편을 죽이고 탄압하기 위한 법이라며, 특히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그 눈치와 입맛에 맞게 사찰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역시 검사 출신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공수처장 임명 방식은 어떤 수사기구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지도록 담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에는 공수처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 2라운드'가 전날 오후 9시를 넘겨 시작한 이번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 종료일인 이날까지 쉼 없이 계속됐다. 2018년 마지막 주말인 점을 반영하듯 본회의장은 온종일 텅텅 빈 상태였다.

국회는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며 오후에는 20명 남짓한 의원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봤다. 한 의원은 신문을 가져와 읽기도 했다. 책상에 엎드린 의원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단 아래 속기사의 흰 손만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발언대에 선 여야 의원들은 공수처 법안의 찬반을 놓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피곤한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피곤한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끝나는 28일 자정까지 이어지고 30일 표결에 들어갈 예정인가운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27분 8번째 발언자로 선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30분째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를 사지 않을 것이냐. 조폭이 반대한다고 파출소 설치를 주저할 것이냐"고 말했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검찰을 모기와 조직폭력배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여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모든 권력은 서초동에 있다면서, 김학의·장자연 사건까지 거론하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이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생전 발언으로, 여 의원은 4·3 보궐선거 때 노 전 의원 지역구 창원·성산에서 당선됐다. 그는 노 전 의원이 2016년 공수처 법안을 먼저 발의했다며 "공수처 저작권은 정의당이 갖고 있다"고 했다.

여야가 번갈아 찬반 토론을 하는 데다, 오전 10시 15분 마이크를 잡은 자한당 신보라 의원은 의장석의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본회의장은 문희상 국회의원실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전날 선거법 강행처리를 면전에서 비판한 것이다. 신 의원이 "민의의 전당이 쑥대밭이 됐다"고 하자 한국당 쪽에선 "걸레가 됐다"는 옹호가 나왔다. 문 의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어 신 의원은 민주당 쪽을 겨냥하며 "공수처에 대해 소신 발언하시는 분이 없다. 공천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항의하는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설전도 벌였다.'

공수처법안 토론 나선 한국당 신보라 의원
공수처법안 토론 나선 한국당 신보라 의원

여야의 논리는 불꽃 튀었고, 오후 1시 16분 연단에 선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검찰은 검사 2천300명, 수사관 7천명 조직이고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짜리 조직"이라며 "큰 조직의 권력 남용은 괜찮고, 작은 조직은 독일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공수처 설치를 옹호했다.

이어진 발언에도 송 의원은 "자한당 황교안 대표는 게슈타포 인원이 몇 명인지 아느냐"고 비판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검찰이 그의 자녀 부정 입학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다만, 그는 "선거법은 게임의 룰인데 제1야당의 동의 없이 표결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공수처법안 토론 나선 민주당 송영길 의원
공수처법안 토론 나선 민주당 송영길 의원

여야의 갑론을박이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오후 2시 33분 바통을 이어받은 자한당 정태옥 의원은 "공수처가 생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속 1호가 될 것"이라며 "공수처가 바로 '귀태'(鬼胎)다. 귀신이 살아 태어나는 게 공수처,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조직이 바로 공수처"라고 주장했다.

자한당 정 의원은 "민주당은 1월 중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인준을 받는 순간 바로 비례대표 전용 페이퍼 정당을 만들 것"이라며 "장이 아니라 몸에 분신한다고 해도 아마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늘(28일) 자정으로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끝나며, 이번 필리버스터는 공직선거법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회기 때는 바로 표결에 들어간다. 국회법 106조2항에 보면 필리버스터 이후 다음 본회의 때는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한다고 돼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미 30일 자로 새 임시국회 소집을 공고한 상태라, 30 공수처법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한당을 뺀 여당과 다른 야당들의 협의체, 이른바 4+1의 끈끈한 공조로 의결정족수는 가뿐히 넘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법안에 올릴 때부터 여당은 공수처, 다른 야당은 선거법을 목표로 찬성표를 약속했었다. 다만, 27일 선거법 처리 때 그랬듯, 모레 공수처법 표결 때도 '동물 국회'가 재현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자한국당 의원들은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출입을 인간 띠로 막고, 의장석에 오르는 길까지 온몸으로 저지했다.

국회는 현재 질서유지권까지 발동됐다. 30일 공수처법이 표결되고, 또 다음 패스트트랙 법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상정되면 이런 충돌도, 시간 때우기용 필리버스터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 대치가 극한인 상황에서, 월요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다음 달 7~8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또 의원들 생존이 걸린 선거구 획정 등 첨예한 사안이 줄줄이 남아 있어 연말연시 국회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전날(27일) 오후 9시 26분 자한당 김재경 의원의 2시간 44분간의 발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자한당 윤재옥 의원, 민주당 표창원 의원,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등 현재 11명이 번갈아 나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6번째 발언자였던 자한당 정점식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그 다음 주자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학의 사건'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필리버스터는 자정 임시국회가 종료와 함께 끝난다. 이후 이르면 30일 열리는 다음 임시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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