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통과 직후 자유한국당(자한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30일 오후 심재철 자한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선거법에 이어 공수처법이 세번째로 날치기 처리된 것에 대해 의원들 모두 분노를 참지 못했다"며 "그 결과 우리의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 데 이르렀다"고 기자들에게 의원총회 결과를 전했다.

이어 "의원직 사퇴서를 (개개인이) 직접 작성해서 제출하기로 했고 일부는 제출했다"면서 "사퇴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원내지도부와 당 대표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의원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는, 매우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대표발의안 공수처법 수정안이 가결되는 장면...국회TV 갈무리
▲ 사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대표발의안 공수처법 수정안이 가결되는 장면...국회TV 갈무리

아마도 이는 자한당 스스로 너무도 무기력하게 당한데 대해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의원직 사퇴카드를 던지는 것 외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대치했던 상황, 그리고 의사진행 등에서 모든 작전이 무위에 그친 때문이다.

이날 자한당은 다방면의 작전을 구사했다. 즉 본회의 개의를 막기 위해 문희상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저지했으며, 권은희 수정안에 자당 소속 의원들을 공동발의자로 넣기도 하고, 공수처법 표결방식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할 것을 제안, 이를 표결에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을 다 실패했다.

의장석 농성은 국의장의 질서유지권에 의해, 표결방식 변경안은 숫적 열세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표결방식 변경 투표에서 숫적열세가 확연하자 권은희 안 가결로 4+1협의체 안인 윤소하 안을 폐기시키려던 계획도 불가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한당 의원들은 표결방식 변경안이 부결되자 전원 퇴장했다.

이후 국회는 일사천리로 4+1협의체 안인 윤소하 수정안을 가결시켰다. 즉 권은희 수정안과 윤소하 수정안을 표결하는 의사진행에 막힘이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먼저 투표가 진행된 권은희 수정안은 부결되었으며 나중에 표결된 윤소하 수정안이 가결되었다. 이는 윤소하 수정안이 대표발의자 윤소하 외 4+1협의체 소속 155인이 공동발의한 4+1협의체 공동 수정안이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이 원했던 바른미래당 당권파 등의 반대에 의한 4+1협의체의 균열도 없었다. 심지어 공개 반대했던 주승용 국회 부의장도 찬성표를 던졌다. 따라서 실제 바른미래당 당권파에서 이탈한 반대표는 박주선 1표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동안 공수처 설치가 옥상옥이라며 공개 반대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기권했을 뿐이다.

따져보면 반대 및 기권자 17명 중 민주당 금태섭 의원을 빼면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16명이다. 이들은 또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7명, 보수신당파도 아니고 손학규 당권파도 아닌 안철수계가 6명이다. 이 외 단독으로 활동하는 이상돈 의원이 보인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김동철 박주선 의원이 들어 있어 자유한국당의 4+1 균열작전에 의해 이탈한 표는 단 한표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자한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 사진: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임두만
▲ 사진: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임두만

이 같은 투표 결과가 나오자 결국 가장 먼저 자한당을 비판한 정치인은 홍준표 전 자한당 대표다.

홍 대표는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목숨걸고 막는다더니 무기력하게 모두 줘버리고 이젠 어떻게 할 것인가?”고 묻고는 “의원직 총사퇴도 의미 없다”면서 “야당의 존재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자한당은 모두가 예측하는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냈다. 하지만 자한당은 단언코 의원직 총사퇴를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국민을 또 속이는 행위다. 홍 전 대표는 의원직 총사퇴를 의미가 없다고 말했으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가 없다. 만약 사퇴서가 처리된다면 자한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기호를 민중당이나 전진당 다음인 10번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선 후보자의 정당별 기호는 의석 수에 기인한다. 만약 자한당 의원직 총사퇴가 실제 벌어지면 자한당은 총선 기호가 10번을 넘을 수도 있다. 현재대로 신당이 창당될 경우 그렇다.

선거 공고일 현재의 현역의원 수에 따라 기호는 1번 민주당, 2번 바른미래당, 3번 새로운보수당 또는 대안신당, 4번은 3번에서 밀린 당, 5번 정의당 6번 우리공화당, 7번 이언주 의원이 창당 중인 전진당 또는 민중당,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창당 중인 신당, 8.9번은 7번에서 밀린 당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소속의원이 한 명도 없는 자한당은 이들의 뒤를 이어 10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 이런 참담한 상황을 피하려면 그들이 말하는 비례한국당을 실제 지역구까지 공천하는 정당으로 신당으로 창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 또는 총선 불출마자 몇이 자한당을 선 탈당하고 비례한국당으로 옮기는 방법은 있다. 이때 자한당은 당을 옮기게 하려는 비례대표를 또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가 총사퇴를 하면 30여 명의 현역이 있는 신당으로 기호 2번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이 같은 꼼수로 정치를 희화화 하면 자한당은 21대 총선에서 말 그대로 사멸(死滅)될 수도 있다. 국민을 이처럼 우롱하는 정치세력을 유권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그들이 이런 꼼수는 쓰지 못한다.

현재 운위되는 비례한국당의 창당도 국민 60% 이상이 반대하며 심지어 자한당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에서도 50%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 국민은 정치권의 ‘국민무시’를 더는 봐주지 않을 기세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참조 바람)

또한 국회의원의 사퇴서 처리는 회기 중일 때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서, 비회기일 때는 의장의 사퇴서 결재에 의해 이뤄지는데 2가지 모두 불가하다. 즉 야당의원 108명의 사퇴서를 본회의에서 투표할 수도 없을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이 이 같은 사퇴서를 처리한 전례도 없다. 결국 자한당의 의원직 사퇴 결의는 국민 눈속임이란 얘기다.

자한당은 국민을 조금이라도 무서워 한다면 그 같은 쇼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충격파 마술쇼’는 이미 관객이 다 아는 것이어서 흥미도 없고, 관객이 다 아는 마술을 마술이라고 어거지 눈속임을 하는 마술사도 없다. 이에 차라리 삼보일배라도 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내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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