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온 나라가 예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태를 막아내기 위한 당국과 국민들이 여간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 마다 국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중국 우한(武汉)에서 들어온 동포들을 극렬히 반대 하다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따뜻하게 맞이한 아산과 진천 주민들에게 감사와 감동을 느끼지 않은 국민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동포애와 나라사랑의 저력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첫째, 국채보상운동입니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 당시부터 우리나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차관공여(借款供與)를 제기하여 두 차례에 걸쳐 당시 돈으로 각 30만 원과 3백만 원의 차관을 성립시켰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차관 공세는 1904년 제1차 한일협약 이후 더욱 노골화되었지요.

이때 일본이 우리나라에 차관 공세를 펴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한국의 재정을 일본 재정에 완전히 예속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차관으로 식민지 건설을 위한 정지 작업(整地作業)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본 측의 차관 공세는 우리 정부와 민간의 경제적 독립을 근본적으로 위협했습니다. 여기서 당시 우리나라의 토착 자본과 국민들은 일본 차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둘째, IMF 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나라가 거덜이 날 정도였지요.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이 전개 되었습니다. 날마다 감동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민들이 장롱 속의 금붙이를 꺼내 은행으로 가져갔습니다. 전국의 은행마다 금붙이를 든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금반지, 금 목걸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나같이 귀한 사연이 담겨 있는 소중한 징표들이었지요. 저 역시 마고자에 달렸던 금단추를 떼어내 은행으로 달려간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 정신으로 결국 우리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것입니다.

셋째, 2020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극복입니다.

어렵게 중국 당국과 협의해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 격리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1월 31일 시민들이 교민을 환영하는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라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한 때,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이 중국 우한 교민을 임시 격리할 지역으로 결정되자 일부 주민들이 격리시설의 입구를 막고 극렬하게 시위를 하는 등 반발이 거셌었지요.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SNS를 중심으로 『우리가 아산이다(#We_are_Asan)』 『우리가 진천이다(#We_are_Jinchun)』 이라는 해시테그를 붙이며 “불안에 떠는 우리 교민을 따뜻하게 포용하자”는 운동이 전개되어 마침내 우리는 이번에도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낼 것입니다.

그작은 『우리가아산이다(#We_are_Asan)』『우리가진천이다(#We_are_Jinchun)』 이라는 해시테그가 마침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밥 한 그릇의 공덕’이니 다름이 없습니다.

그 옛날 부처님 재세(在世) 시에 있었던 일입니다. 《잡비유경(雜譬喩經)》에 보면, 계율과 가르침을 받들며 청정하게 살아가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마을을 돌며 걸식(乞食)을 하다가 그 여인의 집에 이르렀습니다. 여인은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바리때에 밥을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물러나 부처님께 절을 올렸지요.

부처님은 여인을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를 심으면 열이 나고, 열을 심으면 백이 생기며, 백을 심으면 천이 생긴다. 그리하여 다시 만이 생기고, 억이 생기며, 마침내는 도(道)를 깨우치게 되느니라.”

그렇습니다. 거대한 나무도 처음에는 겨자씨만한 씨앗을 심은 것이 큰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밥 한 그릇의 보시공덕’처럼,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우한 교민들을 향한 따뜻한 해시태그 하나가 어찌 나라의 위기극복의 디딤돌이 되지 않겠는지요?

육신의 발자취는 땅에 남고, 마음이 발한 자취는 허공에 도장 찍히며, 사람의 일생 자취는 끼쳐 둔 공덕으로 세상에 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덕(德)은 능히 육도와 사생을 감화시킬 근본입니다. 세상에 덕보다 더 큰 것은 없습니다. 우리 밥 한 그릇의 공덕이라도 부지런히 쌓아 큰 덕을 이루어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2월 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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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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