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인사에 희비 갈린 육사 40기 / ‘만년 2차 진급’ 김운용 대장 진급 / 탈권위·합리적 사고로 신망 높아 / 잘나가던 구홍모, 경북출신 ‘발목’

8일 발표된 국방부의 군 대장 인사에서는 ‘뜨는 별’과 ‘지는 별’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군사령관을 배출한 육사 40기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서부전선과 수도권 방어를 담당하는 3군사령관으로 진급한 김운용(56) 2군단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을 끝으로 군복을 벗게 된 구홍모(55) 중장이 대표적이다.

김 2군단장은 대령 때부터 별 셋을 달 때까지 소위 잘 나가는 동기들에 밀려 늘 2차로 진급했다. 별 넷을 다는 것에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어깨에 힘이 빠지고, 부하들을 다루는 데 있어 권위적이기보다 합리적 사고가 우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운용(좌), 구홍모.

이러한 그의 태도를 알 수 있는 일화는 작지 않다. 백골사단으로 알려진 3사단장 시절 병사들이 도맡아하던 비무장지대(DMZ) 잡초 제거를 외부에 아웃소싱했다. 전방철책 경계병들이 제대 이후 무릎관절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철책 주변 계단 높이를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공관에 외부 손님을 초대할 경우 공관병들이 음식을 준비하던 관행 대신 부대 인근 식당에서 배달시키기도 했다. 공관병들에게 공관 주변 잡초 제거와 낙엽 청소는 아예 시키지도 않았다. 

2군단장으로 부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가시간에는 부하들과 틈틈이 테니스 등 운동을 하며 교감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검증과정에서 그에게 공관병 갑질 논란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이랬던 그도 준장 때까지는 부하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워낙 일에 파묻혀 살았기 때문이다.

2014년 윤일병 사망 사건으로 육사 40기 동기였던 22사단장이 옷을 벗은 것이나, 국방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가 이번 대장 인사에서 육사 38기와 39기를 거의 배제한 것도 그에겐 행운일 수 있다.

반면 이전까지 군의 이력은 구 사령관이 다소 앞서 있었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을 맡았던 구 중장은 그해 10월 하반기 군 인사에서 중장으로 승진하며 수도방위사령관이 됐다. 육사 40기에선 처음으로 중장을 단 것이다. 

선이 굵은 인상에 자신감 넘치는 행동으로 김관진·한민구 국방장관 시대 작전통으로 군 요직을 두루 거친 그가 군사령관으로 별 넷을 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구 사령관의 진군(進軍)은 별 셋에서 멈춰섰다. 능력을 떠나 지역 안배 또는 성향을 따지는 대장 인사에서 경북 칠곡 출신이란 꼬리표는 새 정부와는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만약 보수정권이 집권했다면 그가 별 넷을 다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관운이 없었던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리고는 “지장, 덕장, 용장 가운데 역시 ‘운장’이 최고”라며 이번 군 대장 인사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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