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스타인(미국 ; 1930~1999) 작, <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어 보셨는지요?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떠나는 부모의 사랑을 그린 동화작품입니다. 그렇다고 꼭 부모의 사랑만 그렸을까요? 우리 중생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떠나신 성현(聖賢)들의 일생도 마찬 가지 일 것 같습니다.

「어느 나무 한 그루와 소년이 있었습니다. 나무는 소년을 사랑했지요. 소년은 날마다 나무에게 찾아와 함께 놀았습니다. 소년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기도 하고,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어 놀기도 하고, 사과도 따 먹고, 술래잡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점점 자라났고, 사랑에도 빠졌습니다. 나무는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만 갑니다.

어른이 된 소년은 문득 나무를 찾아와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무는 기꺼이 사과를 따 가라고 하지요. 소년은 사과를 모두 따 가서 팔았습니다. 소년은 오랜 세월이 지나 나무를 찾아올 때마다 집을 만들기 위해 가지를 잘라 가고,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해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어 떠났습니다.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마침내 소년은 할아버지가 되어 나무를 찾아옵니다. 나무는 소년에게 더 이상 줄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된 소년은 그저 나무 밑동에 앉아 편히 쉽니다.

「“미안하다. 무엇이든 너에게 주고 싶은데. 내게 남은 것이라곤 늙어빠진 나무 밑동뿐이야. 미안해.” 나무가 말하자 늙은 남자는 “내게 필요한 것은 없어. 앉아 쉴 자리만 있으면 좋겠어.” 나무가 대답합니다. “앉아 쉬기에는 늙은 나무밑동보다 더 좋은 곳은 없지. 이리 와서 앉아 푹 쉬도록 해.” 남자는 시키는 대로 나무밑동에 걸쳐 앉았습니다.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소년은 나무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나무는 그 사랑을 받으며 소년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소년이 일방적으로 너무 도움만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보기에도 나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소년에게 주는 바보입니다.

하지만 나무는 자신의 몸을 모두 바쳐 희생할 정도로 나무에게는 소년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도무지 베풀 것을 찾지 못하다가 노인이 된 소년의 안식처로 자신의 밑동을 내주는 사과나무의 소년에 대한 사랑이 감동을 안겨줍니다.

꼭 성현의 마음이 이와 같습니다. 사랑은 베푸는 것입니다. 주고도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그 나무처럼 말입니다. 성현에게는 두 가지 큰마음이 있습니다.

첫째, 크게 텅 빈 마음(大空心)입니다.

성현의 마음 가운데에는 일체의 재색명리(財色名利)와 시기질투며 모든 명상(名相)이 텅 비어 비록 순역경계(順逆境界)가 거듭한다 할지라도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에 물 드는 바가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공자님, 노자님, 예수님, 그리고 소태산 부처님의 마음이 다 이와 같은 것입니다.

둘째, 크게 공변된 마음(大公心)입니다.

지극히 텅 빈 자리에 있을지라도 그 마음을 쓰는 자리에 있어서는 크게 공변(公邊)된 마음을 역력히 잘 활용 하는 것입니다. 세 사람이 모이면 세 사람 가운데서 공변되고, 가정에 들면 가정에 공변되며, 나아가 사회 국가 세계의 가는 곳마다 공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공변된 사람이라야 가정에 처하면 가정의 주인이 되고, 사회에 처하면 사회의 주인이 되며, 사회 국가 내지 세계, 교단에 처하면 처한 거기에 각각 그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주인의 심경에서라야 다른 사람의 잘하는 것을 내가 잘하는 것처럼 반가워합니다.

그런 대자 심(大慈心)으로 남의 잘못이라도 내 잘못처럼 마음 아파하고 용서합니다. 그리고 대비 심(大悲心)으로 일체생령을 위하여 모든 마음과 몸이며 물건을 아낌없이 바치고도 오히려 기꺼운 대희사심(大喜捨心)이 솟아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텅 빈 마음(大空心)은 해탈(解脫), 대각(大覺), 중정(中正)의 모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크게 빈 마음을 가진 사람이 허공의 주인, 진리의 주인이 될 것이요, 크게 공변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 전 생령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와 같이 아낌없이 주는 인생을 살아 성현의 위(位)에 올라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2월 1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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