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활용법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양당은 총선 전에 변칙적으로 형제당과 자매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포식하더니 이제는 이들 당에 세대 독립까지 허할 참인가 보다. 더불어시민당의 경우에는 선거가 끝나면 비례대표 11번부터 후순위 당선자는 친정인 민주당으로 복귀하고, 나머지 앞순번 당선자들은 원래 소속된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도 위성당인 미래한국당을 흡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로 비례대표용 정당들이 원내교섭단체(20석)에 근접하는 의석을 거머쥐자 마음이 바뀐 듯하다. 총 19석을 획득한 미래한국당의 원유철 대표는 모자란 1석을 채워서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려는 듯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러자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17석을 확보한 시민당의 행마를 제1야당의 위성당과 연동할 것처럼 복선을 깔았다. 정당방위 차원에서 시민당 역시 여차하면 교섭단체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총선 전 양당의 공약대로라면 청산 절차에 들어가야 마땅할 비례 형제·자매당이 개별 창업 준비에 나선 것이니 이런 반전이 또 없다. 비난 여론의 소나기는 잠시 맞고 가면 된다는 몰염치와 결과만능주의를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이미 학습한 결과다.'

비례대표용 정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면 유무형의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1야당인 통합당 입장에서는 차기 국회의 원내 전략 강화 차원에서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어놓으면 거대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협공이 용이해진다. 여야1:2대 구도가 되면 대여 교섭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정치공학이 작동한 듯하다. 또, 위성당 교섭단체는 제21대 국회 원구성 시점에 가서는 상임위원장 배분에 숟가락을 얹고, 국회몫 고위공직자 추천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당장 7월에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구성 때 공수처장 인선에 태클을 걸 확실한 교두보 확보도 가능하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공수처장 추천은 이들 추천위원 가운데 6명 이상이 동의하도록 못 박고 있다. 결국 이론상의 가정이기는 하지만,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추천을 받은 야당몫 인사 2명이 부동의하면 공수처장 임명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이 시민당을 외형만 야당인 교섭단체로 만들어 야당 추천몫 2개 중 하나를 차지하는 방안도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꼼수가 꼼수를 자기복제하는 방식의 세포분열을 더는 허용해선 안 되는 이유다. 국고보조금을 더 타내기 위한 통로를 확보한다는 다소 격이 떨어지는 셈법도 정당분할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에 전체 할당금액의 50%를 선배분하는 방식이어서 위성 교섭단체를 거느린 정당이 N분의 1로 나뉜 보조금의 합산 파이를 더 많이 챙기게 된다.'

이런 모든 일이 정치의 명분과 대의는 죄다 내팽개치고 실리만을 쫓으려는 데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내거는 공약은 선거 후에 '사정변경론' 등을 앞세워 부정될 것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정당의 신뢰 자산이 미래지향적으로 형성, 유지, 강화되지 않는다면 일시적 성공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적 성공은 담보하지 못한다. 만약 비례용 정당이 해산하지 않고 교섭단체화하면서 온전한 정당으로 존립한다면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순도 100%' 비례정당만 4개나 난립하게 된다.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3석씩 챙겨 100%다. 시민당과 한국당도 지역구 의원이 임대형식으로 영입된다면 순도는 다소 희석은 되겠지만 사실상 비례대표 정당으로 치부될 것이다. 이런 상황 전개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비례대표 무용론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비례대표 의석은 주요 정당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소홀할 수밖에 없는 사회 각 분야의 직능과 전문성, 이해관계를 대표해 입법 사각지대를 보완해 주는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 왔다. 비례대표만 모아서 딴 살림을 차린다면 기성의 정당은 결핍요소를 채우지 못해 손해이고, 비례대표 전문정당은 지역구 민심을 국정에 반영할 통로를 구조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불완전체로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이래저래 한국 정치를 퇴행시킬 위성정당의 교섭단체화는 그래서 접는 게 옳다. 위성정당 활용법 시즌 2까지 봐줄 만큼 코로나 19발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이 여유롭지 못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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