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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우체국 집배원의 죽음이 남긴 현실, 하루 거리와 배달량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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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우체국 집배원의 죽음이 남긴 현실, 하루 거리와 배달량을 보니..
한 달 1500km·하루 1000개의 '살인노동'
'누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가평우체국서만 3번 째 사망
가평우체국 성우준 집배원 사망한 후 집배원 5명 추가로 채용
  • 정현숙 기자
  • 승인 2020.04.2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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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KBS 1TV는 <시사기획 창>에서 '누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편을 방영했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피가 보여요"

"어디에서 피가 보여요?"

"입에서 피를 흘리고 누워있어요. 숨을 안 쉬는 것 같으니까 빨리 와줬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8월 뜨거웠던 한여름에 가평우체국 성우준 집배원이 집에서 사망한 그 날 실제 119로 신고하고 통화한 내용이다. 당시 44세의 성우준 씨는 경기도 가평우체국 소속 계약직 집배원으로 고향을 떠나 2년 1개월을 타지에서 일하다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 25일 KBS '시사기획' 창 방송화면
지난 25일 KBS '시사기획' 창 방송화면

이날 방송에서 성우준 집배원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조명을 하면서 특히 취약 계층의 노동 강도에 대한 반향과 함께 공분을 일으키면서 깊은 울림을 줬다.

방송은 시골 우체국 집배원들의 반복된 죽음과 '살인 노동'의 실태, 그리고 이를 감추려는 우체국의 시도를 여과 없이 폭로했다.

성우준 씨가 숨지기 넉 달 전 새로 배정받은 배달구역은 가평읍 전체 면적의 20% 정도였다. 월평균 배달 거리는 1,500여 킬로미터. 오토바이로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왕복하는 거리였다. 그는 이 거리를 오가며 매일 천 개 가까운 우편물을 배달했다.

이동 거리와 많은 배달량에 쫓긴 성우준 씨는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1월부터 숨진 8월까지 꼬박 133일을 일 한 그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니 점심을 먹었던 날은 40일에 불과했다. 아들의 점심 먹은 기록을 보며 팔순의 노부모는 오열했다.

성우준 씨의 '숨은 노동'도 확인됐다. 우체국이 유족에게 공개한 그의 사망 전 3개월 근무 시간은 578시간. 하지만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성우준 씨의 노동 시간은 달랐다. 새벽 일찍 출근한 아들은 우체국이 공개한 자료보다 수십 시간 더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체국 측은 성우준 씨가 주말에 출근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취재진은 CCTV 영상 복원을 통해 사망 전 7주 동안 주말에도 출근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체국이 준 근무표엔 기계처럼 출근과 퇴근 시간이 찍혀있지만, 실제로는 매일 초과근무를 했고 이마저도 토요일 근무는 표시되어 있지도 않았다. 주말 근무는 절대 없었고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까지 했다는 상사들 하지만 사망 전 남은 몇 주간의 CCTV 영상은 전혀 달라 허위임이 드러났다.

성우준 집배원은 더웠던 그 여름 주말마다 나와서 일했다. 노동강도는 근무자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를 견디지 못한 그는 담당 실장이랑 (동료들) 다 있는데 앞에서 (집배 구역) 하나만 빼 달라고 했다가 난리가 났다.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오히려 근무 거리가 더 늘어나 버렸다.

동료 집배원 김모 씨는 "많이 힘들어했죠. 새로운 구역을 나가니까, 아무래도 구역에 대해서 외워야 하고"

같은 우체국 집배원 이모 씨는 "유난히 그날따라 금요일에는 그을림이 심해서 땀에 전 모습도 제가 봤고.."

CCTV에 찍힌 마지막 모습은 그날 있었던 회식을 거절하고 퇴근하고 있다. 체대 나온 성우준 씨는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우리 애가 참 건강했습니다. 학교도 체대를 나왔거든요."라며 울먹였다.

전직 운동 강사로 일했을 만큼 건강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주검이 돼 돌아왔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장사. 두 주먹을 꼭 쥔 채 죽어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했다.

가평은 땅덩어리가 엄청 넓어 시골 특성상 아주 넓은 구역을 혼자 도맡아야 했다. 원칙을 지키는 충실한 성격이어서 더 힘들었다고 한다. 숨지기 전 몇 달 치 카드내역을 뽑아보니 점심을 4일에 1번꼴로 먹었다.

부재중으로 재방문해야 하는 날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것 역시 규정을 정확히 지켜서 그런 것이었다고 한다.

우체국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반론하실 게 없으시대요. 그냥 그 건에 대해서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가평우체국 관계자)

성우준 씨는 과중한 업무를 버티며 아슬아슬 일하다 결국 어깨 힘줄이 끊어져 수술하는 바람에 두 달을 쉬게 되었다. 그의 일은 고스란히 동료들에게 떠넘겨졌다.

어머니는 "병원에 가니까 왼쪽 힘줄이 끊어졌대요.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수술했어요"라고 했다.

우체국 직원이 병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사람을 더 구하지 않고 '겸배'를 한다. 겸배는 결원 시 물량을 다른 집배원이 대신 처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겸배를 하게 되면 업무 강도가 그만큼 세지고 많기 때문에 동료들과 사이도 틀어지기 십상이다.

동료집배원 이모 씨는 "겸배가 나오면 일단 저희 싸워요. 싸우게 돼요. 분위기가 안 좋아져요"라며 "팀원들끼리 싸우는 거예요"라고 했다.

이런 우체국의 분위기에 성우준 씨는 자신의 친구에게 "직장서 너무 따당하니깐 맘 둘 곳이 없고 서러워서 톡 한거야"라며 "잘 자고 차 고치고... 여행이나 오토바이 사서 가야겠다"라고 힘들다는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사실 가평우체국의 집배원 사망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두 명의 또 다른 집배원 과로사가 있었다. 2017년 당시 KBS 사망 사건 취재 영상 한 켠에 성우준 씨가 일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그는 과로사로 사망한 집배원 자리를 대신해 당시 신입으로 입사해 묵묵히 일을 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그가 일했던 가평우체국 간부는 "몰랐어요. 진짜 못 나오게 했어요. 나왔으면 몰래 나왔던 거지. 제가 더 설명을 드릴 건 없는 것 같아요"라며 강요는 없었다고 했다.

강요는 없었다고 하지만 우체국 눈치로 과로를 해야만 했다. 그는 그렇게 2년 넘게 무리하게 일했지만, 정규직 전환에서도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우체국 전 상사는 "저도 충격이었거든요. 그리고 (정규직 되는 게) 100%인 줄 알았죠"라고 했다.

동료 집배원 이모 씨는 "6개월 갓 넘은 애들은 다 붙여주는데 이 힘든 생활을 2년 넘게 한 친구를 불합격시켰다는 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3개월 뒤 혼자 살던 집에서 40대 초반의 나이 임에도 급성 심장사로 사망했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과 김형렬 전문의는 "심근경색이나 이런 문제로 돌아가신 분들은 (사인이) 거의 과로사에 가깝다고 봐야죠"라고 설명했다.

노부모가 손에 쥔 2019년 8월에 찍힌 성우준 씨의 마지막 월급명세서는 연장근무 수당까지 포함해도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195만3천240원이 찍혀 있었다.

"애를 마흔 살 넘어까지 내 품에서 키우다 나가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어떤 부모가 그것을 그냥 '아 죽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무슨 이유인 줄은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고 성우준 씨 아버지)

가평우체국은 성우준 집배원이 사망한 뒤 그때서야 집배원 5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그가 살던 집 한쪽 편에는 녹슨 오토바이만 덩그러니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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