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규 기자] 양정숙 비례대표 당선인 논란이 가라앉고있지 않는다.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으로 소속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에서 사실상 제명된 양정숙 국회의원 당선인(비례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에는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비례정당 시민당의 양정숙 비례대표 당선인의 부동산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은 '시민당이 해결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민당 이와관련하여 내부의 일이라며 선을 그어온 윤리위원회는 28일 양 당선인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과,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의 임원을 맡았다는 의혹 등이 당헌·당규 위반과 당의 품위 훼손 사유에 해당한다며 제명을 결정했다. 향후 재심을 비롯한 잔여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제명은 최종 확정, 뒤늦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시민당은 사전 인사기록을 못한 부분에 뒤늦게 움직이지만, 양 당선인은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입장이고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검찰에 고발까지 할 예정으로 양 당선인을 ▲재산 축소신고 등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 정당의 공직자 추천업무 방해 혐의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 선거로 당선한 '예비 국회의원'이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비위의혹으로 당에서 쫓겨나게 되자, 법령상 그가 당선인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단 전제가 돼야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당의 제명 결정은 당선인 신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법 192조 4항은 합당이나 정당해산, 제명 때문에 당적을 이탈한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과 별개로 소신대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당연히 당선인에게도 적용된다. 선거법 권위자인 황정근 전 부장판사(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당에서 일방적으로 제명된 경우엔 무소속은 물론 다른 당에 입당해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선거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양 당선인이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5월30일 이전에 당선인 자격을 포기하면 더불어시민당 소속 다른 비례대표 후보자가 물려받게 된다. 공직선거법 194조 3항은 비례대표 당선인이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퇴하면 선거 당시 소속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명부 순위에 따라 새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한다.

또한, 양 당선인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당선 자체를 무효로 하지 않는 한 양 당선인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의원 자격을 얻게 된다. 시민당 입장에서 그것은 획득한 17석의 비례대표 의원 의석 중 한 자리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양 당선인은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양 당선인은 먼저 민주당에 돌아간 뒤에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민주당은 복당을 아예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양 당선인이 당선인 자격이나 의원직을 상실하면 선관위는 시민당 비례대표 명단에서 양 당선자 다음 순번(18번)인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을 새 당선인으로 결정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200조 2항은 비례대표 의석에 공백이 발생하면 선관위는 10일 이내에 해당 정당의 비례후보 명부에 기재된 순서에 따라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하도록 한다. 이어 형사고발이 아닌 선거소송을 통해 양 당선인의 당선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에게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사유가 발생하면 당선 결정 30일 이내에 소속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223조 1항). 당선무효소송은 신속한 진행을 위해 대법원에서 단심재판으로 진행된다. 다만 시민당은 법원의 당선무효 판단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당선무효소송은 일단 보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시민당,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인 17명[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시민당,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인 17명

만약 양 당선인의 법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유죄가 되더라도 당선무효형 아래로 선고받을 경우 시민당이 상실한 비례대표 의석을 되찾을 방법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양 당선인은 시민당으로부터의 제명이 최종 확정될 경우 당선무효형 확정 등의 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 입당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당에서 제명된 뒤 다른 당에 입당한 사례는 실제로도 있었다.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전국구 의원(현행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던 이미경 전 의원은 1999년 10월 '동티모르 파병동의안'에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됐다.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하던 이 전 의원은 이듬해 2월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의정활동을 계속 수행한 바 있다.

통합당은 공세수위를 멈추지 않은 상태이며 오거돈 전부산시장의 미투논란과 민주당이 양 당선인 의혹을 미리 알고서도 총선을 의식해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공세를 이어갔다.

한편, 양 당선인은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5번을 받았고 시민당에서 15번을 받아 지난 4월15일 총선에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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