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작가 갤러리 도올서 13~24일 개인전
일상의 순간 콜라주로 절대공간 마주하게 해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그림에서 공간은 평면으로 변하고, 시간을 멈추게 한다. 마치 내가 본 순간이 잠시 멈춘 세상에 나 자신이 존재하는 느낌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들과 조우할 때, 세상은 조용해진다. 그 순간과 나만이 남았다.”

기억의 틀에서
기억의 틀에서

5월13일부터 24일까지 갤러리 도올에서 개인전을 갖는 김혜영 작가는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콜라주하여 사실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완성된 그림은 관객에게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당신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감각을 일깨우려는 바램을 담고 있다.

“조용함을 듣는 순간이다. 그림은 참 많은 위로가 된다. 여린 안료가 겹겹이 쌓여 순간을 재연해낼 때, 물맛이 느껴지는 찰나들을 가만히 듣는다.”

작가는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특정한 인상으로 다가온 이미지들을 콜라주 하여 화폭에 사실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상적 풍경이란 평범하고 시끄럽다. 원하지 않는 대상들 또한 파인더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된 이미지들만이 뜨문뜨문 그려진 풍경은 이상하리 만치 조용하다. 느리게 반복되는 붓질의 행위를 통해 부유하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뻣는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뻗는다

“고요한 풍경은 이 시대의 이미지 범람과는 대조적이다. 일상적 풍경으로 완성된 이미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 속에 가라앉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당신이 이곳에 존재한다’라는 감각을 일깨우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러한 예술 활동은 동시대를 함께 겪으며 살아가는 작가와 관객의 상호 보완적인 존재 확인을 위한 도구로서 가치를 가진다. 또한 모든 것이 불분명한 현실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그림을 감상하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스스로의 존재 인식과 자신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지난 2019년 전시제목이었던 ‘조용함을 듣는 것’은 어수선한 바닷가에서 오직 파도 소리에 집중하고자 했던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폭에 옮겨질 인상적인 순간에 대한 개인의 경험에 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물이 괴어있는 ‘굄’의 이미지가 표출되는데, 이것은 조용함을 듣는 것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그림을 통해 관객과의 기억 공유 혹은 공감을 위한 시도로서 의미를 갖는다.”

아쉬움은  이곳에
아쉬움은 이곳에

이번 전시 제목은 ‘굄 : 소리 없이 대화하는’이다. 작가가 관객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림의 제목이 바뀌기는 등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경험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을 그리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수집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또 다른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예를 들어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에서 30년 넘게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려진 그림을 30대 여성 감상자가 자신의 새로운 우정에 대한 상징적 이미지로써 해석하는 등의 경험이 그러하다.”

이러한 관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작가는 단순히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이 아닌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관객과의 소통으로 연쇄되어 만들어진 작품은 그들이 전시 장소에 머무르는 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예술은 우리의 사회 안에 존재하고, 관객은 그러한 예술 작품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을 때 더 큰 흥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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