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국정원은 2010년 MBC 라디오 출연진의 정치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만들었다.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둔 ‘중간 평가’ 성격을 갖고 있어, 정권 차원에선 향후 정국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자 고비일 수밖에 없었다. 선거 6개월여를 앞둔 2009년 말 진행된 국가정보원의 라디오 프로그램 사찰은 정권 차원의 이런 초조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아침 라디오가 정치와 관련된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국정원은 MBC 라디오가 진보세력의 젖줄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라디오 본부장을 우선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안팎의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파 논리에 경도된 편파보도로 정부 흠집내기”, “출근길 민심 호도” 등의 노골적 표현을 썼다. 같은 방송사의 [성경섭의 시사터치]에 대해서도 “[한겨레] 기자 등 좌파가 고정 출연하는 게 문제”, “홍아무개 피디가 ‘골수좌파’로 좌편향을 주도한다”고 봤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도 “악의적 멘트로 여론을 선동”한다고 평가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당시 새로운 본부장이 왔고, 김미화 씨 퇴출 작업 등이 본격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MBC 간부들의 실명과 직책도 나열돼 있다.

또한, KBS에 대해서도 “‘사원행동’ 소속 피디들이 방송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진행자와 피디의 성향을 ‘깨알 분석’했다. 는 “진행자가 청취율 경쟁을 의식해 좌파에 유리한 무분별한 발언을 한다”고 했고, 지아무개 피디를 겨냥해 “‘사원행동’ 핵심인물”이라고 낙인찍었다. [열린 토론]은 “진행자 민경욱씨(현 자유한국당 의원)가 중량감이 떨어져, 발언 시간 배분에만 급급해 일방적 정치공세를 방치한다”고 언급했다. 패널로 출연한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 김민용 성공회대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 등을 ‘좌파 선전꾼’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CBS는 구성원 전체를 ‘좌편향’으로 봤다. 국정원은 당시 “반정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 진행자를 교체했는데도 좌편향 피디와 작가가 왜곡보도를 한다”고 문제 삼았다. [김현정의 뉴스쇼] 역시 “김진표 의원, 박지원 의원 등 야권 및 좌파 인물 등만 출연시키고, 시청자들의 잇따른 편파보도 지적에도 시정 없이 방송을 강행한다”고 언급했다.

▲ 한겨레 21일자 2면.

SBS도 예외는 아니였다. 정부를 지지하는 방송을 하지 않는 것도 국정원의 눈에는 못마땅했다. SBS의 [에스비에스 전망대]와 [한수진의 오늘]에 대해 “중립 논조에 얽매여 정부 지원 보도를 외면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않아 균형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국정원은 또 불교방송(BBS)의 [김재원의 아침저널]을 겨냥해 “진행자가 박근혜 캠프 출신으로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 등 편파방송을 한다”고 했고, 평화방송(PBC)의 의 오아무개 피디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좌편향 종교인들의 발언을 부각해 보도한다”고 문제 삼았다.

검찰은 조만간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이런 사찰 결과를 언급하며 “라디오 제작국은 기피 부서로, 극렬 노조원 등 문제 직원이 대부분이고 얼굴이 보이지 않아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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