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일언

‘삼사일언(三思一言)’이란 말이 있습니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한다는 뜻으로 말을 할 때는 신중히 생각한 후에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지요. 공자(孔子)께서는 천하(天下)를 주유(周遊)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삼사일언(三思一言) 삼사일행(三思一行)!’ 한 마디 말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고, 한 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 ‘선행후언(先行後言)!’ 먼저 실천하고 그다음에 말하라는 이 짧은 한 마디는 공자가 번드르르한 말로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제자 자공(子貢)을 꾸짖은 말이지요.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기 힘듭니다. 무심코 던진 잘못된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匕首)가 되어 날카롭게 박히게 마련이지요. 어느 병원 게시판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개에 물린 사람은 반나절 만에 상처 치료받고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뱀에 물린 사람은 3일 만에 상처 치료를 끝내고 갔습니다. 그러나 말(言)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치료중입니다.」 무심코 내뱉은 말(言)이 얼마나 독하고 치명적이기에 뱀독을 능가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실감나는 문구 아닌가요?

장자(莊子)의 좌우명(座右銘)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좌중담소 신상구(座中談笑 愼桑龜)」 앉아서 서로 웃고 담소를 할 때는 뽕나무와 거북이를 조심(삼가) 하라는 말이지요. 뽕나무와 관계된 고사(故事)인데 항상 입을 조심을 하라는 뜻으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습니다.

옛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 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오랜 병환으로 돌아가실 지경에 이르렀지요. 온갖 용하다는 의원을 다 찾아 다녔고 좋은 약을 다 해드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산 거북이를 고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거북이를 찾아 나선지 며칠 만에 효자는 마침내 천년은 되었음 직한 거북이를 발견하였습니다. 뭍으로 나오는 거북이를 붙잡은 아들은 거북이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거북이를 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오다 커다란 뽕나무 그늘에서 잠깐 쉬면서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렴풋이 잠결에 뽕나무와 거북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거북이가 느긋하고 거만하게 말을 합니다. “이 젊은이가 이렇게 수고해도 소용이 없지. 나는 힘이 강하고 나이가 많은 영험한 거북이인데 지가 나를 솥에 넣고 백년을 끓인다 하여도 나는 죽지 않는다네.”

거북이의 말을 들은 뽕나무가 가당치 않다는 듯 입을 열었습니다. “이보게 거북이! 너무 큰 소리 치지 말게, 자네가 아무리 신기한 거북이라 해도 나 뽕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워 고으면 당장 죽고 말 걸세”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거북이를 가마솥에 넣고 고았습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아무리 고아도 죽지를 않았습니다.

그때 효자는 집으로 올 때 뽕나무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얼른 도끼를 들고 뽕나무를 잘라와 불을 때자 정말로 거북이는 이내 죽고 말았습니다. 거북이 고은 물을 먹은 아버지는 씻은 듯이 병이 나았습니다. 만약 거북이가 자기 힘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뽕나무의 참견을 받아 죽지 않았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뽕나무도 괜한 자랑을 하지 않았다면 베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괜한 말을 하다 거북이도 죽고 뽕나무도 베임을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늘 말을 조심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말조심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말을 하고나서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후회할 때가 많으니까요.

‘좌중담소 신상구!’ 말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를 사는 오늘날엔 ‘신상구’의 교훈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함부로 했던 말이 언젠가는 자신을 옥죄는 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중국 후당(後唐)의 정치가인 풍도(馮道 : 881~954)는 자기의 처세관(處世觀)을 아래와 같이 후세인들에게 남겼습니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宇(안신처처우) :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풍도는 ‘구시화문’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정산(鼎山) 종사께서는 “입은 잘못 쓰면 화문이지만 잘 쓰면 복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삼사일언’으로 언제나 복을 불러오는 ‘참말’만하고 지내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6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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