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위기'에 처한 수퍼 매파 볼턴과 북미회담 '훼방' 놓았던 日 .. 청와대 "볼턴, 사실 크게 왜곡하고 협상 신의 훼손" 강한 항변
美 나바로 "볼턴, 회고록에서 국가기밀정보 흩뿌려 놨다.. 감옥갈 것"

최근 '폭로 회고록'으로 국제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징역형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밀을 누설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남북미 진전 훼방의 당사자 야치 쇼타로 전 일본 국가안보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남북미 진전 훼방의 당사자 야치 쇼타로 전 일본 국가안보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강경 매파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10년도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북한하고 대화하면 안 된다'는 초강경파였다. 북미 회담 자체를 처음부터 반대했고, 하노이 회담이 성사되자 절망감을 느꼈으며, 심지어 북미 회담을 촉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을 북미 협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서술됐다.

21일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CNN 방송에 출연해 존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책 제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있었던 일들을 폭로하려는 것과 관련해 징역형을 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무엇보다도 존 볼턴은 고도의 기밀 정보를 아주 방대한 책 전체에 걸쳐 흩뿌려 놨다"라며 "그는 그 책에서 나온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될뿐더러 징역형의 위험을 무릅썼다. 그는 미국의 국가안보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일을 했다. 그에 대해 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고록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럽시다 하고 하노이 정상회담이 타결됐다면 이는 미국에 재앙이다"라고 했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이 깨지길 바랐고, 그렇게 되자 안도했다.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북미가 신경전을 벌일 때는 저러다 다 망가지는 게 '내 희망'이라고 적었다.

북미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 조차 바라지 않는 심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거다. 하노이 회담이 불가피해지자 볼턴 전 보좌관은 절망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북미회담을 촉진하려는 한국정부,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다.

'종전 선언'이 북한이 아닌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는 의심이 들었다, 행동대 행동 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함께하는 문 대통령을 북미협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앞서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그 회담에선 비핵화 논의 말라고 촉구했다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으로 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누구도 하지 못한 업적을 이루고 싶었지만 가장 가까운 거리 참모가 최고의 방해자였던 셈이다.

남북미 진전 불만이었던 일본의 '훼방'

볼턴은 북미 정상회담 직전 남북미 진전이 불만이었던 일본의 방해 공작에 대해서도 회고록에 썼다. 2018년 5월 4일, 정의용 안보실장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위해 비공개로 백악관을 방문한 날, 일본 안보 사령탑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 국장도 뒤이어 자신을 찾아왔다고 공개했다.

야치 국장 역시 판문점 회담에 대해 얘기했는데 일본이 전 과정을 얼마나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보여줬다고 썼다. 볼턴은 야치 국장이 "서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쁨에 맞서고 싶어 했다"라며 남북 관계 개선 기대감에 대한 일본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또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즉 단계적 비핵화 방식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볼턴은 밝혔다.

볼턴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아시아경제' 백종민 특파원이 전날 [하노이에서 본 볼턴, 뉴욕에서 본 볼턴] 국제 기사의 분석이 인상 깊어 인용해 본다. 백 특파원은 지난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다 불시에 등장한 볼턴 당시 백악관 보좌관을 보고는 당혹스러웠다는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등장할 때마다 느낌이 안좋은 이가 있기 마련이다. 밉상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TV 화면에서나, 기사에서나, 직접 얼굴을 봤을 때나 항상 그랬다. 볼턴 전 보좌관이 딱 그짝이다.

한때 미국 국가안보를 책임졌던 그는 매우 체격이 왜소하다. 웬만한 동양인보다도 작은 체구다. 미국의 국가이익만을 챙기는 강경보수 중의 보수, 보수의 아이콘, 수퍼매파 등 그를 칭하는 별명도 많지만 겉모습은 힘 없어 보이는 노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는 징집으로 인한 베트남전 참전을 피하기 위해 '꼼수'까지 썼던 이다. 우리로 치면 병역기피자다. 비록 영화적 허구지만 '어벤저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왜소한 체구를 극복하고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인체 실험까지 자청했던 것과는 딱 대척에 선 이가 바로 볼턴이다.

그는 이런 과거를 감추려는 듯 행동이나 발언을 과장해왔다. 지난해 경질 직전 한국을 방문한 그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수년간 변방에 머물다 정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 이다웠다.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공격도 추진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볼턴을 해고한지도 곧 일년이 다돼간다. 그동안 조용히 지냈던 볼턴은 이제 북한과 이란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초정밀 크루즈 미사일로 돌아왔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의 시선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백악관 회고록'에 쏠려있다. 지금 볼턴의 모습은 자신을 해고한 상관을 망신시키고 자신은 돈만 벌겠다는 얄팍한 수가 읽힌다. 그가 정말 국가를 위해 이 책을 쓴 것인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하려면 탄핵의 기회가 있었을 때 해야 했다는게 미국 주류 사회의 견해다. 결정적인 탄핵의 기회는 외면하고 큰 돈을 벌 수 있는 저서를 통해 공세에 나섰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출판사 측도 이미 수십만권의 책이 팔렸다고 법원에 밝힌 바 있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경질 직후에도 투자 로비스트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런 모습이 한두번 쌓이다 보니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구걸을 했다고 주장중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 돈을 벌기위해 국가안보와 기밀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으로 추정되는 볼턴 중 누가 더 문제일까.

이럴때 생각나는 우리 속담이 있다. '도토리 키재기'다.

백 특파원의 지적과 유사하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3월 5일 “(북미 정상회담 당시) 확대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니 난데없이 볼턴 보좌관이 앉아 있었다”라며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점잖지 못한 표현이지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볼턴 보좌관)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백인 대장 같다. 인디언을 죽이면서도 가책을 안 느끼는 기병대 대장 말이다”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틀어진 매개자로 그를 지목하며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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