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많아 한도 넘기면 주택가격 등 평가해

[연합통신넷=이진용기자] 지난달 24일 전격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의 후폭풍이 거세다. 당초 예정된 한 달치 물량(5조원)이 출시 첫 날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첫 날 4조9139억원(4만1247건)에 이어 이튿날에도 4조1024억원이 승인됐다. 출시 나흘 만에 20조원이 동이 났다.


예상을 뛰어넘는 안심전환대출 인기에 대출 소비자도, 은행도, 금융당국도 허둥대는 모양새다. 연간 총 한도로 책정된 20조원이 급속히 소진되면서 추가 한도 증액과 대상자 완화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오히려 가계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종룡 위원장은 29일 "기존에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 (대출원리금을) 일시에 만기 상환해야하는 대출자 등 여건 변화에 따라 매우 리스크가 큰 계층의 문제를 시급해 해결하는 것이 정책에 우선돼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안심전환대출이 금리변동에 취약하고 일시상환부담이 큰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의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면 안심전환대출에 투입되는 40조원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의 최대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속도 등을 감안할 때 안심전환대출이 금융위의 기대만큼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월말을 기준으로 566조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13조6천억원이다.
 

전체 금융기관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합치면 전체 가계 빚의 규모는 1100조원에 육박하는데 안심전환대출 대상금액인 40조원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10%, 전체가계대출의 4%에 불과하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뇌관인 저소득층의 문제를 간과하고 이들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의 평균소득은 연 4100만원으로 중산층이 수혜대상이다.
 
소득 하위 20%인 소득 1분위는 이미 1년 동안 쓸 수 있는 소득(처분가능소득)의 120.7%의 금융부채를 갖고 있어 당장 원금 일부를 상환해야 하는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 특히 금융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정책우선순위 대상으로 삼았던 소득 상위 40%에 해당하는 소득 4.5분위 가구의 가계부채 위험보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가계부채 위험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서민금융과 관련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금융위는 뒤늦게 "앞으로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공급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해말과 올해초까지 기술금융과 핀테크 활성화 대책 등을 쏟아내면서도 서민금융정책에 대해서는 "기존에 진행하던 정책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만 밝힌 뒤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금융위는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와 2금융권 대출자로 안심전환대출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이들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정부 정책에 순응한 분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안심전환대출의 기본적인 목적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있기 때문에 기 고정금리 대출자로 확대를 할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를 믿고 일찌감치 성실하게 원금을 갚아왔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손해를 연 1%넘게 떠안은 데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도 제외되면서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여기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상당수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이지만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의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연 2.5~2.6%대의 파격적인 금리로 기존 고금리 대출을 바꿔준다. 금리 변동의 위험을 줄이고 계획적인 대출상환을 유도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다. 그러나 당초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가 현실에서는 왜곡됐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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