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천붕(天崩)을 맞고 모친 임종 못한 것 자체가 추가적인 형벌.. 조화(弔花) 문제로 대중 앞에 세우나"

정의당 "성범죄자 안희정 빈소에 대통령 명의 조화라니.."
진중권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 조화 보내는 나라"
전우용 "성범죄자와 다른 범죄자의 상사(喪事)를 차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하태경 "정의당의 상중 악담은 고인을 욕보이는 것"

[= 정현숙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모친상을 당한 가운데 정의당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 것을 두고 막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은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정치 권력과 직장 내 위력이 바탕이 된 범죄로 정치 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했는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모친상으로 임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조화. 사진/연합뉴스
모친상으로 임시 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조화. 사진/연합뉴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안희정 전 지사는 모친이 별세한 다음 날인 5일 밤, 형 집행 정지와 귀휴 조치를 받았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라면서도 "문제는 빈소에 여권 정치인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직과 당직을 걸어 조화와 조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희정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라면서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분명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의 힘겨움을 겪고 있다"면서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친노친문이라면 N번방 들어가도 조화 보낼 건가"라며 문 대통령의 조화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안희정 상가에 보낸 대통령의 조화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7일 페이스북에서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비꼬며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을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지은 씨”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모친상을 당한 안희정 전 지사는 다음날 형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임시석방됐다. 서울대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권양숙 여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인영 내정자 등이 보낸 조기와 조화가 놓였다.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이낙연·이광재 의원 등이 조문했다. 또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등도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과 정의당의 논평을 두고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연일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정의당 참 못됐다"라며 "안 전 지사에게만 왜 이리 가혹한가"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정의당이 논평을 내던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지사가 죄를 저질렀다해도 정치적 동지였던 사람에게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슬픔은 나누는 게 인간적 도리"라면서 "철천지원수 간에도 상을 당하면 조의를 표하는데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조화를 보냈다고 비난하는건 너무 가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하 의원은 "더욱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김정일이 죽었을 당시 정부 차원에서 조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면서 "안 전 지사가 반인륜범죄자인 김정일보다 못하다는 건가. 정의당의 상중 악담은 고인을 욕보이는 것이다. 자중하길 바란다"라고 부연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도 같은날 SNS로 문 대통령이 노회찬 전 의원 빈소에 조화를 보낸 사실을 지적하며 "안희정 전 지사 모친 빈소에 대통령과 여당 당직자들이 '직함을 쓴 화환'을 보냈다는 이유로 정의당이 공개 비난했다. 과거 미래통합당 조차도, '뇌물 받고 자살한 사람 빈소에 대통령 직함을 쓴 화환을 보냈다'고 비난하진 않았다"라며 "죄가 미워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이 각박해지는 게 진보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또다른 글을 올려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가 30년가량 되는데, 근래의 정의당은 젊어지는 걸 넘어 어려지는 것 같다"라면서 "어려지면, '소아병'을 고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다음날인 7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의당의 '소아병'을 재차 지적했다. 그는 "어제 정의당이 안희정 씨 모친 빈소에 조화(弔花)를 보낸 대통령과 여당 당직자들을 공개 비난한 일에 관해 짧은 글을 올렸는데, 오마이뉴스 기자가 그걸 보고 정의당의 비판이 옳았다는 사람도 많다며 전화를 했다"라며 "전화로 한 얘기가 정확히 전달될지 몰라 페북에 제 말의 요지를 다시 올린다"라고 4가지 항목의 근거를 대며 정의당의 처사가 옳지 못함을 비판했다.

1. 친상을 천붕(天崩)이라고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이라는 뜻이다. 교도소에 갇혀 모친의 임종도 못한 것 자체가 추가적인 형벌이라고 할 수 있다. 말년에 자식을 감옥에 보낸 안희정씨 모친의 심사는 또 어땠겠는가? 그런 고통을 겪은 고인과 유족을 고작 조화(弔花) 문제로 소환하여 대중 앞에 세우는 게 도리에 맞는 일인가?

2. 남의 상사(喪事)에 대해서는 제 맘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도 입을 다무는 게 우리가 만들고 지켜 온 예의다. 자기가 안 가면 그만일 뿐, 남이 어떻게 조의를 표하든 그걸 비난하는 건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더구나 이런 비난이 '공당의 성명'으로 나왔다는 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말을 쓴 건 이 때문이다.

3. 안희정씨가 ‘성범죄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삼은 것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성범죄자와 다른 범죄자의 상사(喪事)를 차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4. 대통령과 여당 당직자의 조화가 안희정씨의 정계 복귀를 위한 사면장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성범죄로 실형을 산 사람이 무슨 수로 다시 정치를 하겠는가? 우리 사회가 그 정도로 만만하다고 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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