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은,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근본적인 욕망과 예술적인 직시

▲ <십년만 부탁합니다> 포스터 /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뉴스프리존=김은유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십년만 부탁합니다> 를 오는 18일(수)부터 22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남산예술센터 2017년 시즌 프로그램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2007년 동명의 전시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 전시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탁되었던 작품들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남산예술센터 무대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 <십년만 부탁합니다> /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십년만 부탁합니다>에는 배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공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물, 즉 작품(오브제)들이다.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도, 서로 주고받는 대사도 없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오브제들은 다른 무언가의 힘을 빌려 10년 간 혼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꺼낸다.

90년대 후반부터 여러 나라를 이동하면서 살아온 이주요 작가는 김현진 큐레이터와 2007년 <십년만 부탁합니다> 전시를 기획하며, 보관 장소가 없어 버릴 상황에 처한 작품들을 10년 간 위탁해줄 수 있는 위탁자를 찾았다. 이렇게 위탁된 작품들은 누군가의 개인 공간에서 망각되거나 방치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특별한 대상으로 십년을 보냈을 수도 있다.

작가가 알지 못하는 시간을 보낸 작품들의 이야기와 작품에 내려앉은 시간의 두께를 마주하기 위해 남산예술센터 무대로 작품들을 불러 모아, 작품이 보낸 십년의 시간만큼 작가가 견딘 시간, 또 위탁자가 견딘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 <십년만 부탁합니다> / 사진 = 서울문화재단 제공

이주요 작가는 종이, 비닐봉투, 스티로폼, 나무막대기와 같은 저렴하고 가벼운 재료들로 연약하고 엉성한 형태, 임시적 구조를 가진 오브제나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작고 연약한 것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순간순간을 버티며 살아가는 삶을 위로하고자 했다. 시간의 흐름은 작품도, 작가도 물리적으로 노쇠하게 만들었지만 삶은 반복되기만 할뿐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고단함의 상태를 마주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 십 년의 시간은 그저 나이 듦뿐이었을까.

김현진 큐레이터는 이 노쇠함 속에 숨겨져 있는 단단함과 같은 존재의 변화에 주목했다. 작품(오브제)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중첩시키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적/외적인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전시가 아닌 무대의 방식이 필요했다. 전시로 보여줄 수 있는 정적인 무게감에 무대와 무대장치로 구현될 수 있는 입체감과 긴장감을 더하여 그 동안의 연극 미학과 다른 방식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현진 큐레이터는 시각예술작가 정은영의 공연 <off stage/Masterclass>와 안무가 이양희의 <Distorted>를 기획한 바 있다.

<십년만 부탁합니다>에 등장하는 20여 개의 작품들에는 작가가 만들어낸 모습과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오브제) 스스로 만들어낸 모습이 섞여 있다. 하나의 존재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모습과 변화의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개별 작품(오브제)마다 특유의 소리를 부여했다. 이 작업을 위해 사운드 디자이너 류한길과 유엔 치와이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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