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독재·전체주의는 검찰권 남용해 정치 개입하고 검찰의 집단항명을 이끌려 한 본인의 자화상"

김민웅 "민주주의의 적이 도리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허울을 쓰고 있다"
수사권 조정·검사 몸싸움 등 현안문제 언급은 전혀 없는 '정치발언'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법의 지배를 통한 '진짜 민주주의'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이명수 기자] 전날인 3일 신임검사들의 신고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말끝마다 '국가와 국민'을 내세우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검찰 최고위 임명직 공무원의 매우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여론도 들끓고 있다. 헌법의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의 원칙을 말한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독재와 전체주의를 자행한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총장은 검찰의 총수이지만 국가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본분임에도 노골적으로 '독재'와 '전체주의' 등 매우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부와 여권을 겨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민감한 문제인 검사 몸싸움이나 공수처법 등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내비치지 않았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여론 조사에서 여권 대선후보로 가장 먼저 우선순위에 떠오르는 것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정치적 행보의 가속화로 읽힐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천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총장은 13.8%로 이낙연 의원(25.6%), 이재명 경기지사(19.6%)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전달보다 3.7%포인트나 상승했다.

윤 총장은 이날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현재의 국회 권력은 물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개혁 반대를 넘어선 사실상의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누군가 부르짖는 법의 공평과 정의가 참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그 법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절친한 지인들에게도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라며 장모와 처의 비위 의혹에는 침묵하는 윤 총장의 처사를 겨냥했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 “윤 총장이 과연 자신 있게 난 그랬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유기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고 조국 장관의 낙마를 요구했다"라며 "독재와 전체주의는 검찰권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하고 검찰의 집단 항명을 이끌려 한 본인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미래통합당의 검찰, 정치 검찰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정치를 하려면 검찰 옷을 벗어야 하기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서권천 변호사는 이날 SNS로 "윤석열의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권력형 비리에 맞서야 한다는 말은 훌륭한 발언"이라며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그 주구세력이었던 검찰을 개혁하고 있는 중이다. 장모와 처의 국민적 의혹을 푸는 것부터 권력형 비리척결을 시작하겠다는 윤 검사를 응원한다"라고 역설적으로 꼬집었다.

김미경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는 페이스북에서 "지난 7월 21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일당 독재와 전체주의 국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라며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표와 똑같은 입장을 말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통합당 대변인인가? 그것도 전혀 설득력 없는 독재•전체주의 타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윤석열의 발언은 정치를 하기위한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달리 해석이 안된다.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 그만두어야 하는것 아닌가?"라고 묻고는 "윤석열은 '권력형 비리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게 윤석열이 할 말인가? 윤석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 최고의 살아있는 권력자 행세를 했다"라고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윤석열은 자신의 측근과 가족 관련 수사는 철저히 외면한 채 한없이 관대하다. 기네스북 감이다"라며 "윤석열은 최측근 한동훈 감싸기를 하면서 검찰조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은 자신의 처와 장모 사건에 대해서도 감싸는 모습을 보여 의혹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은 나경원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고 미래통합당이 대규모 관련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사태 수사도 형식적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처럼 윤석열은 선택적 수사를 하면서 검찰권을 남용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훼손한 사상 최악의 검찰총장"이라며 "바로 당신이 검찰독재와, 전체주의다. 정치를 하려거든 당당하게 떠나라! 잘된다는 보장은 없을테지만 말이다"라고 직설을 쏟아냈다.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이날 SNS로 "제가 이 사회의 꼰대들을 유감없이 경험한 터라, 윤석열 씨의 향후 행보를 부처님 손바닥 보듯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라며 "여러 정보를 얻고 제 뇌피셜도 돌려 내린 추측은... 윤석열 씨는 이재용을 기소할 거다. 그리고 여권 인사들도 추가 기소할 거다. 아울러 이 범죄와 문재인 대통령과 연계돼 탄핵(구체적 범죄사실이 있다고 운운하며)감이라는 사인을 보낼 것이다. 물론 기소내용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언제 사실에 기초했었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는 검찰총장',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탄압받는 검찰총장'의 이미지를 한껏 세워 국민적 지지율 아니 야권 지지율을 최대치로 모아 사퇴 카드를 꺼내는 수순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며 "제 추측이 사실이라면, 국가공권력을 위임받아 이를 사유화해 자기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셈이다. 그런지 안그런지 지켜보시죠"라고 향후 윤 총장의 행보를 그렸다.

김민웅 교수도 페이스북으로 "검찰총장의 정치 본색?"이라는 의문을 표하고는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정치검찰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교란시킬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경험했다.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것도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와 기소까지 마무리 짓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체가 바로 이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알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법과 제도를 바꿔 이들이 아무리 '법의 지배'를 자신들의 권력강화를 위해 수단화하려 해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민주주의의 적인 자신들이 도리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허울을 쓰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단히 위태롭다. 지금 우리 언론은 검사 한동훈과 채널 A의 검언 유착과 공모가 다가 아니다"라며 '이건 빙산의 일각이며 이런 공모체제는 일상화, 구조화되어 있다. 그래서 윤석열의 이런 발언들이 거침없이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경향신문의 탐사보도 전문 강진구 기자는 박재동 미투 의혹 제기한 것이 아니라 정치검찰에 대한 보도태도에 대단히 비판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가 겪고 있는 고초는 바로 이런 검/언 공모체제가 가세한 결과물이기도 하다"라고 내다 봤다.

더불어 "탈진실의 시대를 파고드는 거짓과 이해관계의 윤리적 합리화를 대중들이 명확하게 꿰뚫어 보게 해야 한다"라며 "민주주의의 진짜 적들의 정체와 그 논리를 우리는 계속 폭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지켜진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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