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유병수기자]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닷새째인 18일 여야 4당은 일제히 “올해 국감에서 민생 이슈를 주도했다”고 자평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동조합이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할 4기 방통심의위 구성을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야당은 현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양상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방통심의위 사찰 정황이 적힌 청와대 행정관의 보고용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여야는 18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라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지난 12일 시작된 각 상임위원회별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을 외쳤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명단이 있는지, 있다면 작성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실제로 거기 들어간 판사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적폐의 단면이 만천하에 공개됐음에도 이를 조사하고 청산해야 할 4기 위원회 구성이 4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당장 심의위원 추천절차를 완료하라”고 촉구했다.

방통심의위 노조는 “드러난 문건만으로도 방심위 구성원 모두는 충격에 휩싸였다”며 “노동조합은 우리의 노동이 과거 정권의 추악한 음모에 더럽혀진 사실을 목도하며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세월호 보고시점 조작’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현장에는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를 두고 여당 의원들이 정부에 질의했다. 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국정 역사교과서 여론 조작 의혹’이,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 국감에서는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등 전임 정부 적폐로 지목된 이슈에 대해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12일 JTBC의 보도로 알려진 청와대 방통심의위 사찰 문건은 청와대 행정관이 보고용으로 만든 문건이다. 이 문건은 방통심의위 사무처와 심의위원, 특별위원 등과 관련해 ‘진보성향’, ‘부친이 야당에 수차례 공천신청’, ‘정봉주 전 의원 구명운동에 적극 참여’ 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당은 국감에서 여당의 ‘적폐청산’에 반발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질타했다. 지난 12일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에서 윤영석 한국당 의원 “국민의 불안이 극심하다 보니 생존배낭이 이번 추석선물로 불티나게 팔렸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 없이 그저 적폐청산만 되뇌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문건에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이 중요하나 현재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심의위원장 전권으로 사무총장 교체가 가능하다"며 사무총장 교체를 검토하기도 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18일 제윤경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생제일·적폐청산·안보우선 국감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민생을 돌보는 국감이 되기 위해 많은 지적들을 했다”고 지난 국감에 대해 자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아있는 국감에서도 생활 밀착형 질의로 국민들의 삶이 직접적으로 바뀌는 생산적인 국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 정권의 방통심의위 사찰·감시 정황은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도 나온다. 고 김영한 수석은 2014년 7월 문창극 보도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때, “관련 지도”, “전사들이 싸우듯이. ex 방심위 KBS 제재심의 관련”이라고 메모했고, '통신분야 인적구성 약보'를 그리기도 했다. 여야의 논평을 두고 수도권 지역 초선 의원은 18일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적폐청산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한다”면서도 “국감에서 민생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여야 모두 적폐청산에 집중하고 있어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며 “다음달,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민생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여야에 주문했다.

(성명) 전국언론노조 "청와대는 왜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위촉을 주저하고 있는가?"

방송 3,689건, 통신 13만 3,077건. 연말까지 처리하려면 매일 1,300건 이상을 심의해야 한다. 현재 120일 동안 9명의 심의위원의 임명이 지연되면서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상황이다. 단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BJ가 진행하는 방송과 연관된 사건처럼 인권 침해와 성차별이 서슴없이 벌어지는 1인 방송들의 심각성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여기에 작년 말 TV조선 등 종편 사업자들에게 재승인 조건으로 부여된 엄격한 심의 규제 조치 또한 미뤄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최장기 업무 공백의 이유는 대통령과 여당 추천 위원 6명, 야당 추천 위원 3명 중 자유한국당이 여당 추천 몫 1명을 더 요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현재 추천된 대통령과 여야 위원 몫 6명으로도 출범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위촉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은 갖은 추측을 낳고 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인 전광삼 전 춘추관장이 재직 당시 성추행 전력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위촉에 주저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들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6월 29일 전광삼 전 관장이 탄핵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저 앞에서 맞이할 만큼 '진박' 세력 중 한 명이며 청와대에서 국정농단에 동참한 인물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자격이 없다고 평한 바 있다. 춘추관장 이전 언론 통제와 장악에 앞장섰던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이력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공개된 청와대의 방심위 사찰과 고위 간부 면담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2014년 9월)도 전광삼 전 관장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하던 때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사찰하고 청부 민원의 전략까지 논의한 청와대 출신의 전광삼 전 관장이 개혁 최우선 순위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위촉을 미루고 있는 청와대에 요청한다. 산적한 업무와 막중한 역할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위촉을 미룰 수 없다. 특히 전광삼 전 관장의 적격성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과거 문건과 기록으로 충분한 사실 검증과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청와대는 성추행 의혹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찰의 이력까지 전광삼 전 관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속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2017년 10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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