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팽개치고 되려 글로비스 지분을 그룹 장악 '지렛대'로
" 사업기회 유용 및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부당한 이익을 되돌려 놓아야"

 정의선 회장이 15일 오전 첫 공식 행보로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 건물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10.15.

 

[서울=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악어의 눈물’이라는 게 있다.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먹이를 잡아먹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거짓눈물에 빗대어 쓰기 시작하면서 위선자의 거짓눈물, 강자(强者)가 약자 앞에서 거짓으로 동정의 눈물을 흘리는 따위의 행위 등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현대차그룹의 수장을 맡은 정의선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이런 말이 돌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모양새다.

실제 정의선 회장은 한 공식 행사에서 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재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년 전 추진됐던 양사의 합병은 현대모비스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잠정 중단’상태인데,  정의선 회장이 합병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것.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주주다. 그룹 장악을 위해서 현대모비스를 먼저 잡아야 한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은 0.3% 뿐이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소유한 7.1%를 전부 상속받을 수도 있지만  50%에 이르는 상속세가 '걸림돌'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떠 오른 게 현대글로비스다.  정의선 회장은 이 회사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실제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다시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이미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지난 2006년 정몽구, 정의선 부자(父子)는 그들이  가진 글로비스 지분 전체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당시 왜 이들 부자 기부를 약속했던 것일까.

잠시 시계 바늘을 이때쯤으로 되돌려 보자.   

경향신문 인터넷판이  2006년 5월 16일 타전한 기사다.

~ 현대차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박영수 검사장)는 16일 정몽구 회장을 특경가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회장은 현대차 계열사를 통해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현대우주항공에 대한 자신의 연대보증 채무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토록 하는 수법 등으로 현대차 및 계열사에 모두 400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중략)

공소장에 따르면 정회장이 주도,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1034억원으로 영장청구 때(1214억여원)보다 180억여원 줄었다. 영장청구 때는 현대차를 통해 460억여원을 조성했다고 적었으나, 수사를 하다보니 중복계산된 것이 드러나 전체 비자금 규모가 준 것이다. 나머지 현대모비스·기아차·위아 682억여원, 글로비스 71억여원 등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규모는 똑같았다. (하략)  ~         

어때 감(感)이 오지 않는가. 

당시 정몽구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상황에서 법원의 선처를 받고자 기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이게 제대로 먹혀들었든지.  정몽구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허나 “(화장실에) 들어갈 때 맘 다르고,나올 때 맘 다르다"라는 게 세상 이치.   

기부 약속은 내팽개치고, 도리어 이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지렛대 잡아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게 정의선 회장의 의중으로 읽힌다는 게 재계 일각의 판단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정의선 회장 취임에 맞춰 논평을 내고 "정의선 회장은 사업기회 유용 및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부당한 이익을 현대차그룹에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지배 구조 개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며, 현대글로비스 지분 기부 건은 개인판단의 영역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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