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식은 선(善)인가? ‘아는 것인 힘’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아는 것’이란 보통 지식을 뜻하지만, 어쭙잖게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낫다는 뜻의 속담이다. 경험주의의 철학자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고(知不知尙矣), 알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不知不知病矣)”고 했으며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지혜”라고 했다.

“저는 북한의 상황이나 인권을 보면 통일이나 국가보안법 반대합니다(반대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는 뜻의 오기같네요). 마찬가지로 러시아. 중국의 인권 실태를 봐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거짓된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정부 협력인사들 대부분이 북한에 충성하는 빨갱이들이라면 저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는 국보법 악용이라면 앞으로는 대놓고 타락한 빨갱이들 세상을 만드는 것이 됩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 아닌가? ‘코로나는 문재인 정권에 보내준 신의 선물’이라는 류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이나 검찰을 비롯한 국가안보기관은 모두 직무유기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형법이나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나라에서 이런 글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의 대상이 될 글이다. 제가 티스토리 블로그에 쓴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국가보안법을 철폐 못 하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링크를 시켰더니 페친이 단 댓글이다.

비판하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입에 재갈을 무리던 수법. 이른바 ‘빨갱이’수법이다. 분단을 정당화시키 위해 미군정과 이승만정권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 ‘찬탁=애국’, ‘반탁=매국’이라는 그들의 논리는 ‘빨갱이=악마’라는 논리로 비약한다. 이 빨갱이 이데올로기는 제주 4·3항쟁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최소 2만 5,000∼3만여 명. 최대 8만여명의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학살한 제주 4·3항쟁을 비롯해 여순항쟁,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사건, 국민방위군사건… 외에도 수십만 명의 무고한 국민들과 애국지사를 빨갱이로 몰아 무차별 학살했다. 그 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정권은 국가보안법을 정적제거용으로 수구세력들이 써먹던 수법이 ‘빨갱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 ‘설마…’라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것이 친일사관, 승자의 논리, 국정교과서로 배운 세대들이 오늘날 시각으로 당시를 조망하면 그게 사실로 들릴 리 없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 그것은 어디 빨갱이 뿐이겠는가?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운명론을 정당화시켜 “못배우고 못난 놈은 가난하고 천대받고 사는 것은 당연하다”는 운명론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이데올로기란 “특정집단의 사람들이 자기들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하나의 허위의식”이요, 현실을 왜곡·위장시키는 관념과 신념으로 현존질서를 옹호하는 지배계층의 위장논리다. 분단 현실에서 친일정권, 군사정권은 정당성이 없는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낸다. 빨갱이라는 논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수립 과정에서 그리고 분단체제를 고착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백성과 애국지사들이 빨갱이가 되어 죽어 갔는가? 오늘날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논리로, 비판적인 시민운동을 매도하기 위한 논리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가 빨갱이요, 종북이다.

‘어쭙잖게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낫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빨갱이라는 논리는 이제 정적을 공격하는… 또는 노동탄압의 공식적(?)인 언어가 됐다. 오죽하면 ‘문정부 협력인사들 대부분이 북한에 충성하는 빨갱이’라고 매도 하겠는가? 북한에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거기라고 100%가 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닐텐데 북한의 좋은 점만 얘기해도 ‘국가보안법 7조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대상이 된다.

필자가 전교조관련으로 해직됐다 복직하면서 경남고성의 동해중학교라는 학교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직원회의에서 학생들 명찰을 색깔을 의논하다 ‘빨강색’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내 말에 미술선생님의 대답이 ‘빨갱이 색’이라며 반대하는 말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이가 울면 달래던 말… ‘호랑이 온다’는 말이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순사 온다’는 말로, 해방 이후에는 ‘연좌제’라는 침묵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놓았다. 빨강색만 보아도 경끼를 하도록 만든 이데올로기는 알파고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국가보안법은 철폐해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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