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판결 '주보 10년 유통중지'에서 최종 판결은 '21개월 유통 중지'로
양사 각자 '승리'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상처만 … 영업이익 감소 뚜렷

대웅제약 본사 /ⓒ뉴스프리존
대웅제약 본사 /ⓒ뉴스프리존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사이에 둔 전쟁이 큰 산을 넘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 승자라고 하기는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양측이 이 전쟁에 쏟아 부은 물자를 생각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만 입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6일(현지시간) 최종판결을 통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의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토록 하는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는 '주보'의 판매 및 유통 금지 명령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번 판결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쳤다며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대웅제약을 제소함에 따른 것이다.

일단 소송 결과에 대해 양사는 각자의 승리를 선언했다. 대웅제약은 이날 "사실상 ITC 승소"라며 쥬보의 유통이 21개월 뒤로 미뤄진 것에 대해서도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되어 있는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고,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 공정과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침해의 증명이 될 수 없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메디톡스 본사 /ⓒ뉴스프리존
메디톡스 본사 /ⓒ뉴스프리존

반면 메디톡스는 같은 날 "대웅의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혐의 밝혀진 것"이라며 역시 자사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것임이 입증됐으며,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판결은 겉으로만 보면 메디톡스의 승리다. 그러나 최종판결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앨러간 '보톡스'와 관련한 관할권·당사자 적격·국내산업·영업비밀 존재와 메디톡스 제조 공정과 관련한 영업비밀 존재 및 도용이 있었다고 결론 내린 예비판결은 인정했지만, 정작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에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예비판결 내용은 파기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보의 유통이 금지된 것은 아니고, 21개월 뒤로 미뤄진 것이 판결의 결과다. 앞서 예비판결에서는 주보의 수입을 10년 동안 금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일단 대웅제약은 이 소송의 승자라고 하기 어렵다. 제품을 21개월 동안 팔지 못하게 된 것은 피해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소송기간 동안 대웅제약이 재판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 적지 않다.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15년 436억 원을 기록한 뒤, 2016년 259억 원, 2017년 390억 원, 2018년 276억 원, 2019년 44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연결 기준)은 2018년을 기점으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오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소송 전인 2015년이 더 좋았다.

메디톡스도 피해는 컷다. 역시 소송에 임하기 위해 상당한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까지 855억 원에 이르렀던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019년에는 257억 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소송 대웅제약의 전방위적 공격으로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메디톡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다수 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 관계자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양사의 대립은 미국의 변호사들만 돈 벌게 해주는 기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단 양사 모두 큰 산을 넘은 만큼 한동안은 전장이 확전(廓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2019년 ITC에 제소하기 3년 전인 2016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국내 소송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소송에 대해 법원은 ITC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툴리눔톡신 관련 산업의 불안 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도 있어 이같은 결론이 난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ITC의 발표가 있은 뒤 양사 모두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