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 정상화를 위한 3가지 과제 “김장겸 해임으로 찾아온 기회”…독립된 사장 선출, 내적 자율성 확보, 그리고 적폐청산

[뉴스프리존=김원기기자]‘마봉춘’과 ‘고봉순’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걸까. 마봉춘과 고봉순은 각각 MBC와 KBS의 애칭이다. 마봉춘은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나경은 아나운서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목소리 방송을 하던 것에서 유래됐다. 지난 9월 4일, KBS와 MBC 노조가 ‘공영방송 정상화’와 ‘현 경영진 퇴진’을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57일에 접어들었다. 2012년 파업 이후에도 꾸준히 방송독립을 요구해온 만큼,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염원은 뜨겁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찬성률 93.2%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와 KBS1노조가 진행한 투표에서도 85.5%가 찬성표를 던져 파업이 시작됐다.

MBC의 파업구호는 “공영방송 재건”, KBS는 “방송독립 쟁취”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선 지난 기간 부당노동행위와 보도 간섭을 자행해온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10월 넷째 주를 ‘언론노조 총력투쟁 주간’으로 선포하며 지난했던 파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MBC와 KBS의 총파업 집회에 참여했다. 회사 앞엔 여전히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깃발이 나부꼈고, 피켓을 든 언론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대영 사장, 당장 내려오라’ 여의도 KBS

특히, "김장겸은 물러나라" 라는 멘트로 제게 강한 인상을 남기신 김민석 PD의 용기있는 행동, MBC는 정상화를 위해 무단히 노력해야하고, 그 첫번째 시작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가 되어야 할 것 이다.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방송독립 쟁취, 투쟁! 결사 투쟁!”

당시 나 아나운서가 “여기는 MBC 사내방송입니다”라고 소개하자 네티즌들은 이니셜을 따 ‘마봉춘’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개그맨 유재석씨도 프로그램 진행 중 “혹시 이름이 마봉춘?”이라고 질문하면서 MBC에게 ‘마봉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고봉순 역시 KBS 약자를 따 붙인 애칭이다. 애칭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었다. <시사in>이 조사한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2009년~2010년 당시 응답자의 30%가 “MBC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전체 언론사 중에서도 신뢰도가 가장 높았다.  

MBC는 <PD수첩> <뉴스데스크> 등으로 황우석 사태, 미국산 쇠고기 협상, 4대강 사업 등을 끝까지 취재, 보도하고 뉴스 클로징 멘트를 통해 정권의 감시견 노릇도 제대로 했다. 그런 MBC가 추락하기 시작한 건 170일 총파업 이후 경영진의 인적 물갈이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부터다. 2012년 조사에서는 단 6.9%만이 MBC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후 MBC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 번도 10%를 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시사in의 여론조사에서 MBC는 가장 불신하는 언론사 중 1위로 꼽혔다. 구여권 측 김경민 이사가 11일 자로 사퇴한 후 KBS 이사진의 4:6 여야 구도엔 추가적인 변화가 없다. 총파업 50일을 넘기면서 KBS 1노조는 기자, PD, 아나운서만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으로 투쟁을 전환했다. 언론노조 산하의 새노조는 총파업을 유지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25일 파업 52일 차 집회를 여는 조합원들의 구호는 여전히 우렁찼다.

▲ 김장겸 MBC사장이 해임됐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는 13일 8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MBC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copy; 전국언론노동조

이날 집회는 고대영 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법적 분석으로 문을 열었다. 집회 이틀 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2009년 당시 고대영 보도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발표해서다. 노조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대영 사장을 고소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KBS의 내부 조사에서도 200만 원 수수 이후 KBS에서 국정원 관련 의혹을 일절 보도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을 응원하기 위해 자리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고대영 사장의 비리를 “저널리즘과 양심을 팔아넘긴 행위”라 비판하며 “고대영은 KBS 수장 자리에 한시도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조합원 앞에 선 새노조 성재호 위원장은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80년대 해직언론인 덕에 공영방송이 신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난 9년간 KBS는 뒷걸음질을 쳤다”며 “선배들의 뜻을 받들어 좋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대영 사장을 자리에 앉힌 것, 부끄럽지 않습니까? 여야 막론하고 이사진 모두에 책임 있습니다. 당당히 정중하게 요구합시다.” 이날 오후 4시엔 KBS 정기 이사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조합원들은 투쟁을 위해 피켓을 들고 이사들의 출근길 구역으로 향했다. KBS 로비 중앙 구역에 모여 선 조합원들은 큰소리로 외쳤다. “이사회도 책임 있다, 고대영을 해임하라!” “해임하지 못할 거면, 이사직을 사퇴하라!”
이사회가 열릴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이사진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몇몇 이사들은 일찌감치 조합원들을 피해 출근한 상황이었다. 함성을 뒤로하고 건물을 나오는 길목, 본관 바로 밑 직원용 주차장 안쪽에서도 조합원들의 힘찬 구호는 이어지고 있었다.

‘부끄러운 지난날 반성하겠다’ 상암 MBC

MBC 노조의 거센 요구에도 고영주 이사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23일 여권 이사진은 이사장 불신임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19일 김원배 이사가 사퇴한 뒤, 26일부로 민주당 측 인사로 평가되는 두 보궐이사가 선임됐다. 이로써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여야 구도는 5대 4로 역전됐다. 다음 정기 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이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사실상 2012년부터 이어진 MBC 파업에 출로가 보이는 상황. 튼튼한 공영방송을 설계하기 전, MBC는 국민에게 부끄럽던 과거를 되새기는 중이다.

파업 51일째를 맞던 24일, 로비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조합원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 날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 416합창단이 MBC를 찾아 주셨습니다. MBC구성원들에게 세월호 보도참사는 방송이 정상화되는 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영원히 짊어질 숙제입니다.” 사회를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의 발언 뒤엔,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에 대한 MBC의 보도를 다룬 영상이 상영됐다. 조합원들은 무거운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몇몇은 안경을 올려 손으로 눈가를 찍어내기도 했다.

영상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일, 우리가 겪었던 일을 담은 취재자료를 공유하고, 진실을 밝히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달라”며 “파업이 성공할 때까지 지지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격려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416합창단은 MBC노조의 노래패와 함께 준비한 노래를 선보였다. ‘손을 잡아야 해, 늘어만 가는 상처로 움츠린 손을 내밀어’ 합창단은 아름다운 선율과 묵직한 가사로 MBC에 연대와 응원의 뜻을 전했다. 노래가 끝난 뒤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우리 스스로를 바꿔 국민에게 저지른 죄를 씻으려 노력하겠습니다. 반성과 성찰, 그리고 부역자에 대한 책임과 처벌에 그치기보다,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무너지지 않고 제 역할을 하는 공영방송을 만들겠습니다.”

MBC 정상화 과제 1. ‘국민 참여’를 통한 사장 선출

그렇다면, 이제 막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공영방송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MBC가 그야말로 참다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사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정당별로 추천한 이사들이 모인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정당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장을 선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과연 정치적 독립성을 최우선에 두고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공영방송 혁신 작업을 원칙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장을 선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출하게 될 새로운 MBC 사장 선출과정에서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참여를 일정부문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활용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약 100여 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사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발하여 방문진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독립된 일반 시청자들이 MBC 사장을 선출하게 되면, 방송법에 규정된 민주적 여론 형성,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책무와 가치를 충실히 구현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BC 정상화 과제 2. ‘임명동의제’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MBC를 정상화하기 위한 두 번째 과제는 방송의 편성과 보도책임자에 대한 MBC 구성원들의 임명동의제와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일방적으로 편성과 보도책임자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 편성과 보도책임자를 임명할 때는 반드시 MBC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임명동의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민영방송인 SBS도 사장과 편성 및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높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요구되는 공영방송인 MBC는 당연히 편성 및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MBC 경영진이 방송제작과 편성에 개입하여 방송제작 당사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송 제작 당사자들의 의견이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MBC 정상화 과제 3. 진상조사를 통한 ‘부역자 징계’, 부당 징계자는 ‘복직’과 ‘징계 취소’

공영방송 MBC 정상화의 마지막 과제는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MBC를 망가뜨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해임과 징계 등 부당한 처벌을 받은 MBC 노조원들에 대한 복직 및 징계 취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MBC 정상화를 요구하는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로 해임당하고 부당한 징계를 받은 MBC 노조원들의 복직과 징계 취소는 MBC 정상화의 상징적 조치인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MBC를 철저히 망가뜨린 관련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잘못된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인용]

방송종사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독립적인 공영방송 재건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치권에선 공영방송 보궐이사 추천권을 두고 공방만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은 보궐이사가 선임된 뒤에도 보궐이사 추천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방통위에 항의했고,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중이다. 언론노조는 ‘양당이 주장하는 각자의 추천 몫은 관행일 뿐, 관련법 어디에도 국회의 추천이란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이 준수돼야 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공영방송의 독립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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