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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과 제도의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넘치는 거짓에 설 곳 없는 진실
  • 모태은 기자
  • 승인 2017.11.29 23:24
  • 수정 2017.11.2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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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를 의미한다. 

지난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최근 국민의 76.2%는 가짜뉴스를 들어봤으며 32.3%는 직접 받아봤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7%로 가장 많이 받았다고 답해 젊은 층에서 그 심각성이 두드러졌다. 가짜뉴스의 경우 급속한 확산도 문제지만 갈수록 그 형태가 정교해져 분간이 쉽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다. 또한 국제·사회 분야의 진짜 뉴스 2건과 가짜 뉴스 4건의 진위를 모두 완벽하게 구별한 응답자는 전체의 1.8%에 불과했으며 절반인 3건을 맞힌 응답자도 38%에 그쳤다. 정주희(신구대학교 2학년) 씨는 “최근 가짜 뉴스는 기사 형식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언론사 명과 기자의 실명까지 출처로 밝혀 의심 없이 믿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9월 실시한 ‘2017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JTBC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송매체 1위에 선정됐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과 프로그램은 손석희와 <뉴스룸>이 각각 지명됐다. 지난해 같은 여론조사에서 KBS가 1위였던 것과 대조된다.

양대 공영방송으로 꼽히던 KBS와 MBC의 간판뉴스 시청률은 세월호 오보와 후속 보도, 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치며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하락했다. 공영방송의 방송제작과 보도개입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2012년 파업 참가자의 부당해고와 징계 전보, 공영방송 임원진들의 망언 등이 보도되면서 KBS와 MBC는 점차 국민에게 외면당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체계의 수직적인 지배구조는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다. 대통령·여당을 상위에 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송사 이사회-사장 순으로 이어지는 수직구조는 정치권의 방송 개입을 허용했다. ‘현 KBS·MBC 사장인 고영주·김장겸이 물러난다 해도 공영방송이 처한 위기는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50년간 누적된 공영방송의 위기,.가짜뉴스의 한계

이처럼 가짜뉴스가 횡행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전달하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과 확증편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NS에서는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공유한 내용만을 접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던 정치적 견해를 재확인시켜주는 내용의 뉴스만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또한 SNS의 알고리즘 자체가 사용자의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소비하도록 만든다. 한편 대중이 기성 언론에 갖는 기대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정보를 접할 통로가 무수히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이 기성 언론사의 뉴스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낮아진 것이다. 또한 언론사 간 속보 경쟁이 가속화돼 후속 취재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뉴스를 내보내는 일이 잦아 기성 언론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심화된 탓도 크다. 실제 지난 2일 SBS의 <뉴스 8>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가 세월호 인양 지연에 관여했던 것처럼 보도해 오보 논란을 빚었고 사과 방송에도 불구하고 4일 만에 시청률이 2%나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 공영방송은 1962년 국영방송이었던 KBS가 시청료를 받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공영방송은 시청자로부터 받는 수신료 등을 주된 재원으로 삼아 공공의 복지를 위해 운영된다. 

이처럼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제재할 근본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짜뉴스를 부추기거나 매개하는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기관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대선 기간에 ‘팩트체크’ 콘텐츠를 통해 제휴 매체가 검증한 대선 후보자 관련 이슈의 결과를 일자별, 매체별로 제공했다. 카카오는 이용자가 미디어 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가짜뉴스 바로 알기’ 코너를 개설해 가짜뉴스 사례, 신고방법, 판별법 등을 알려준다. 한편 뉴스 수용자 역시 뉴스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반론할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도화하는 것은 물론 과거의 ‘TV 바로 보기 운동’과 같은 넓은 의미의 시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가짜뉴스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정치 의사를 왜곡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가짜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춰 진정한 언론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공공을 위해 운영돼야 함에도, 한국 공영방송의 경우 그 체계가 잘 운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언론학자들의 평가다. 공영방송은 가장 손쉽게 국민의 귀를 통제할 수 있기에 정치권은 정권의 유지와 연장을 위해 공영방송을 좌우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마동훈 교수는 “한국 공영방송은 공영적 가치에 입각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시작됐지만, 운영과정에서 주요 정치집단의 이해관계가 투영되면서 공공성이 무너졌다”고 현 사태를 진단했다.

심화된 공영방송의 수직지배구조

대한민국 3대 공영방송사인 KBS, MBC, EBS는 각각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운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영방송사 이사진을 선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방통위의 의결에 있어 여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총 5명으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여권 이사 3명, 야권 이사 2명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는 과반 찬성의 의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민정(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결국 방통위의 중요사안엔 대부분 대통령과 집권당의 의견이 관철된다”며 “여당에 유리한 의사결정 구조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과 사장 임명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서의 여야의 인사 추천 비율 또한 과도하게 비대칭적이다. KBS 이사진 11명은 관례에 따라 여권 추천 이사 7명, 야권추천 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MBC와 EBS의 경우 9명의 이사진 여야 비율은 6대 3이다. 관례로 이어져 온 이사회 여야 비율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이 없어, 법적 근거가 없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여야 인사 수에 더해, 공영방송 이사회 또한 과반 찬성 의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민정 교수는 “공영방송이사회의 여야 인사구성 비율과 과반 찬성 의결이 맞물려 ‘대통령·여당-방통위-이사회-사장’의 수직체계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MBC 장인수 기자는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정한 방송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공영방송제도의 장점이지만, 현 정치권의 이사선임 제도가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장악금지법’, 1년째 계류 중

공영방송사의 경영진 선임구조와 의결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되자 국회는 ‘언론장악금지법’이라 불리는 4개의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6년 7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박흥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본 법안은 △모든 공영방송사의 이사회 구성을 13명으로 증원 △여야 추천 비율을 7대 6으로 규정 △방통위의 공영방송 임원의 추천·임명권 삭제 △공영방송사 사장 추천과 임면 제청에 있어 2/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방통위 위원과 이사회의 비대칭적 구성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고 공정성, 공익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제안 이유를 명시했다.

다수 의원의 참여로 발의됐지만, 개정안은 1년 4개월째 계류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직을 맡고 있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현실적으로 방송법 개정은 1년 이내 요원하단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은 법률안이 계류되고 있는 이유로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찬반이 있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이사회 및 집행기관을 재구성하게 되는데, 이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공정한 공영방송 운영을 위한 논의 계속돼

'언론장악금지법’이 현행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률안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지만, 최소 의견만을 반영한 ‘소폭의 개정안’이라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김창룡(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행법이나 개정안처럼 국회의원과 정치인에게 공영방송사의 이사 추천 전권을 맡겨놓는 방식으론 정파성을 탈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운영에 방송사 내부구성원 참여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영수 협동사무처장은 법안에 대해 “이사 구성을 5대5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방송사의 내부구성원 3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입 방안 중 하나로, 독일의 분권적 시민 모델도 자주 거론된다. 독일의 공영방송 이사회는  방송사별로 최소 17명에서 최대 60명으로 구성되는데, 사회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직능단체의 대표가 참여한다. 대규모이면서 다원화된 구성으로, 독일 공영방송은 현재 가장 분권적으로 조직돼있단 평가를 받는다. 김창룡 교수는 “이사 수가 많아지면 비밀 유지와 청탁이 어렵다”며 “한국도 이사를 33인으로 늘려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지역대표 등 범위를 확대해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선 본 개정안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방송의 공정성을 우선시하는 경영진의 경영철학과 ‘임명하지만 관여하지 않는’ 선진 정치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지금까지는 이사가 공영방송사를 관리, 감독할 때 여·야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마동훈 교수는 “공영방송 임원진은 여·야의 추천으로 임명된 것이 아니고, 국민의 공영방송 운영권을 위임받은 것”이라며 “선출된 순간부터 이사와 사장은 공영적 가치와 국민의 뜻에 따라 공영방송을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태은 기자  mo58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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