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 정권마다 되풀이돼 온 대규모 빚 탕감 정책의 고리 사슬을 끊겠다고 천명했다. 대부업자 규율 강화, 채권 추심 및 매각 규제 법제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장기연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태를 사전적으로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과도한 부실채권 재매각에 따른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과 과잉 채권추심을 장기연체 발생의 원인으로 보고 대부업체의 자금조달을 제한하고 매입채권 추심업자에 대한 등록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영세 매입채권 추심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기 위해 등록 자본요건을 현행 3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5인 이상 상시인원을 두도록 하는 인력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매입채권 추심업자에 대한 등록 기준이 낮아 추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말 608개였던 등록 매입채권 추심업자는 올해 9월 기준 939개로 증가했다. 매입채권 추심업은 금융위에 등록만 하면 된다.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한도를 지금보다 낮추는 방안도 내놓는다. 대부업체가 보유 중인 부실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추가로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행위를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현재 행정지도를 통해 대부업체에 대한 저축은행의 대출한도를 총여신 대비 15%로 제한하고 있다. 매입채권 추심업체의 경우 15%에서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을 뺀 금액을 빌려줄 수 있다. 이 비율이 더 낮아지면 부실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 자체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현금으로 채권을 매입하라는 의미”라며 “진입규제 강화보다 업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채무조정 활성화를 위해 대부업체의 신용회복위원회 의무 가입대상을 늘리고 가입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당국은 의무 가입 자산기준을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하향하고 미가입시 과태료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신용위와 협약을 맺은 대부업체는 897개인데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30~40개가 추가로 의무 가입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또 채권 추심 및 매각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 중 법제화하기로 했다. 채권 추심과 매각 과정에서 채권 금융회사와 추심업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예컨대 연체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곧바로 매각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유한 후 매각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다.

성실상환자에 대해서는 상환기간에 따라 소액대출 및 신용카드 발급지원을 확대하고 법원 개인회생 및 파산시 발생하는 비용(최대 200만원)에 대한 지원 대상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차주의 상환능력 이상으로 대출해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시 감면 비율을 좀더 높게 적용해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대책이 장기연체 발생을 근절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활이 어렵고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장기소액채무가 사라져도 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다”며 “빚 부담을 절반만 줄여주더라도 소득을 늘려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제대로 된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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