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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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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의 비극
  • 박종형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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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란 국가경제의 가장 요긴한 에너지 원(源)의 개발이다

작년 세밑에 우연히 통계청이 발표한 창업실적관련 통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창업이 법인기업과 개인기업 합해서 거의 1백만 개에 달했는데 생존율을 보면, 열의 셋이 겨우 5년을 버틴다. 창업이란 국가경제의 가장 요긴한 에너지 원(源)의 개발이다.
열의 여섯은 놀랍게도 1년 안에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업성공률은 겨우 5%, 95%가 실패한 셈이다.

박종형 칼럼니스트
박종형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창업의 특징이 열의 아홉이 1인 개인기업 형태에다 월간 매출이 4백만 원에 불과, 아주 영세한 규모인데 생존율마저 극히 단명해 창업 리스크가 매우 높은 것이다. 일테면 혼자서 외로운 창업을 해서 중소기업 부장 월급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데 급급 하느라 작은 재미(이익)도 보지 못하고 허덕이다 열 곳 중에 여섯 곳이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사실이 내게 가한 충격보다 더 심한 충격을 안긴 것은 거지주머니(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죽정이인 외화내빈 한 것) 창업풍토가 20여 년 전과 똑 같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정부조직을 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부로 격상시키고 지금은 중소벤처기업부로 비중을 강화하는 등 창업 및 벤처창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창업자들의 구태의연한 의식이나 추진 방식, 허술한 준비는 여전하고 창업풍토가 어수선하고 불안하기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 장구한 세월에도 창업풍토는 그다지 좋아지지 않아 창업은 열의 아홉이 실패의 고배를 마신다는 것이다.

적당히 준비해서 저 강력한 경쟁자가 선점한 영토(시장)를 빼앗거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단언컨대 무지한 도전(venture blind)은 틀림없이 창업을 망친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어려울 때 일어난 테헤란밸리의 비극도 졸속하고 무지한 정부정책이 부추겨 낳은 것이었다.
1997년 집권한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일대 국면의 반전을 초조하게 모색했다. 어느 참모의 발상에선가 ‘골드 러쉬 Gold Rush’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돼 금 캐러 가는 광부가 줄지어 갔던 일로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청바지 작업복 장수와 식료품상이었다.) 같은 창업바람이 갑자기 불었다. 전시행정 형 밴드왜건(서커스공연을 알리기 위해 동네를 돌며 선전하는 마차)이 강남을 누비며 정부가 벤처창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요란하게 나팔을 불었다. 외환위기 때문에 짓눌린 도전정신에 뷸을 붙였다.

하여 포이동 구룡산 산자락 일대에 몰려있던 어린 창업업체들이 대거 테헤란로로 옮겨 창업 깃발을 내걸었다.

테헤란로가 미국의 벤처창업의 메카라는 실리콘밸리처럼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거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창업깃발을 든 업체가 구름처럼 몰려왔다.
그로써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테헤란밸리가 등장했다. 일테면 의외의 장소에 벤처창업 촌(cluster)이 급조된 것이다.
원래가 강남의 중심번화가인 데다 대거 이주해온 창업자들로 북적거리고 처음 맛보는 긴장과 활기로 가슴 설레게 했다. 임대할 사무실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자 임대료가 올랐다. 거기 창업자들에게 거금의 지원금이 지원된다는 소문과 함께 곧 홈런을 칠 기업들이 속속 등장할거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때 필자는 중기청 산하 단체인 경영기술지원단 단장으로 대학에 창업보육센터를 세울 건가를 결정하기 위한 사업타당성 심사를 하던 중이었는데 테헤란밸리의 등장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테헤란로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된다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창업의 승패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초기 창업비에 있어 임차료가 비싼 도심번화가지역은 가서는 안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벤처창업의 선진국인 미국의 창업단지는 거의 대학촌에 가깝게 조성되어있다. 창업을 망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창업비용(창업기업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줌)이 있어 빌게이츠 같은 모범창업자도 창업을 임대료 부담이 없는 차고에서 했던 것이다.

아뿔싸!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우려는 엄연한 현실로 적중해 드러났다. 테헤란밸리가 약속의 땅인 창업의 요람이 될 수 없다는 판정이 나 창업 추진이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망하고 싫증이 난 기업이 속출, 곡소리가 낭자한 가운데 패자로 떠나는 기업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그 수효가 만 개에 달한다했다. 한 업체가 날린 투자액을 업체당 1억 씩만 잡아도 창업성공이라는 꿈 값으로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날린 것이다. 그런 금전적인 손실 못지않게 부정적 영향은 수천수만 명의 도전창업자들의 좌절과 창업열정의 상실 같은 부작용이었다.

어쩌면 창업기업의 성공률이나 수명, 망하는 원인과 그 패턴 등이 20여 년 전과 똑같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창업 풍토나 여건이 20년 전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거기다 창업자의 사고방식이나 의식도 예나 별 다름이 없다는 것은 창업성공의 절실함을 희석시켰다.

그리고 필자는 어마지두에 세 번째 충격을 받게 되었다.
막내아들이 친구의 권유로 테헤란밸리에 창업둥지를 틀었다가 쫄딱 망해 축 처진 패장 꼴로 돌아온 것이다. 창업에 도전한다는 기미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터라 저들의 패전에 가책할 게 없음에도 저들이 준비한 사업계획을 듣는 순간 그 청사진의 미흡함과 허술함에 성공신념까지 약했다는 사실에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창업은 합리적이어야 함 못지않게 실패하면 거덜이 날 것을 각오하고 덤벼야 하는데 그런 각오가 결여돼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창업에 실패하는 원인은 분명하다. 이렇게 창업하면 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누구나 다 하는 최선을 다 한다는 정신자세나 일반적인 창업 준비, 적당이 산출한 창업비 규모와 평범한 조달방법, 유능한 창업파트너와 요원의 미확보 등에 입각한 창업추진은 위험하고 실패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창업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선 창업해야 하는 필요성이 명확하고도 절박해야한다. 년 초에 흔히들 하는 결의 (resolution) 같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적 진단과 근거에 입각한 성공확신이 있어야한다. 거기에다 실패할 경우에 대처할 각오까지 확고하면 더 좋다, 그리고 창업자의 건전하고 올바른 창업철학이 필요하다. 창업에 상공하면 그것을 창업파트너와 정당하게 나눠 누리겠다는 철학이다. 공존공영 정신의 결여는 창업을 망치는 의외의 복병이다.

다음은 누구나 다 준수해야하는 데도 불구하고 예사로 소홀이 하는 필수과정을 밟지 않으면 창업아 실패할 확률이 증가한다. 그게 우리가 흔히 가볍게 말하는 ‘사업성 검토’다. 그건 세 가지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으로, 첫째 만들 수 있는가(생산가능성  P
Producibility)와 둘째로 팔수 있는가(판매가능성 M Marketability), 그리고 셋째로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는가(수익성 P Profitability)을 검증하는 것이다. 그 PMP는 사업성의 3대 축으로 그 측정은 창업성패 여부의 증명서 같다. 그런데 저 과정에 선행되는 중요한 과정이 있는데 ‘사업 아이템(상품)과 아이디어(기술, 노하우,, 서비스 등)’ 즉 사업거리의 검중이다. 장삿거리의 PMP를 입증해 확신을 갖지 못하면 창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복잡한 검증과정은 그 이후 밟아야 되는 검증과정에 비하면 약과다. 그러므로 창업실패자는 거의가 저 PMP 검증을 적당히 했거나 입으로만 했을 것이다. 창업자의
흔한 결함중 하나는 모르면서도 배우려하지 않는 곤이불학(困而不學)이라는 병이다.
이 첨단기술과 디지털 시대에 알거지가 될지도 모들 창업전쟁을 주먹구구 식 전투방식으로 하겠다고 도전함은 풍차를 향해 칼을 휘두르며 덤비는 돈키호테와 뭐가 다를 건가 생각하니 그 또한 안타까운 충격이다.

조 원 대의 엄청난 손실이 나고 있는데도 정부고 대학이고 관계기관이고 십년이고 이십 년이고 방치해 저 순수하나 모르는 젊은 창업자들이 줄줄이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방관하고 있다는 게 또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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