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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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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
  • 김덕권
  • 승인 2021.01.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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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백의천사(白衣天使)는 간호사를 아름답게 부르는 말이지요. 요즘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1년이 넘도록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일산병원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일은 간호사들이 거의 뛰다시피 종종걸음을 치는 것을 목도(目睹)하며 간호사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은 것을 느끼게 되지요. 간호사는 간호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이나 의과대학 간호학과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인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병원에 근무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호사가 다른 전문직업인과는 달리 졸업 전에 선서식(宣誓式)을 치릅니다. 이렇게 특별한 의식을 반드시 치르는 이유는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 전문직업인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의식은 간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지식이나 기능 이외에도 사명, 책임, 헌신, 봉사, 긍지.... 등의 덕목들을 갖추고 실천하려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진리 앞에서의 맹세이고, 사회와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환자들과의 약속이며, 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의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성스럽고도 숭고한 의식인 것이지요. 어느 직업인들 힘들지 않는 곳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량은 상당히 어렵고 벅찬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15일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코로나 3차대유행’에 즈음한 현장 파견모집 4일 만에 간호사 1천41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9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울산 지역의 어느 간호사는 “위험한 데를 왜 가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대구 코로나19 유행 때 파견 경험이 있는 B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내가 한 번 더 가는 게 낫다”며 “당시 경험을 활용해 의료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간호사들은 주야(晝夜)를 넘나들며 근무해야 하는 물리적 어려움과 함께 온갖 병원균에 감염될 개연성(蓋然性)을 감수해야 합니다.

환자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천사와 같은 마음과 자세로 근무해야 하는 내면적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옛날 ‘등불을 든 한 간호사’가 있었습니다. 강자보다 약자의 편에 설줄 알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한 소녀이지요.

이 소녀는 자라서 영국과 독일에서 정규 간호교육을 받은 뒤 간호사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림반도를 둘러싼 전쟁이 발발하였습니다. 참혹하고 끔찍한 현장 소식을 들은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전쟁터로 달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쥐가 득실거리고 부서진 시멘트 바닥에 시트 한 장 없이 치료를 기다리는 부상병으로 가득 찬 야전병원 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녀는 ‘등불을 든 여인’으로 불리며 밤낮으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봤습니다. 또한 병원에 부족한 의약품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이 모아둔 돈을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사망률 43%’라는 참혹한 환경에서 ‘사망률 2%’라는 기적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기적의 등불을 밝힌 여인이 바로 ‘나이팅게일’입니다. 사상자의 비율이 높았던 전쟁이라 평가되는 상황 속에서 의료보급의 집중 관리, 오수처리 등 의료 개혁을 이뤄냈고, 이를 확대하여 빅토리아 여왕에게 병원 개혁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1860년 최초의 간호학교를 설립해 많은 제자를 배출했으며, 그녀가 쓴 책은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간호법, 간호사교육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물건의 쓰임새와 제 역할이 다 다른 것처럼 사람도 각자의 사명(使命)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사명이라는 것은 꼭 대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직장, 가정 등, 내가 속한 곳에서 맡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이팅게일’이 참전했던 야전병원은 좌절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이팅게일은 생명과 희망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좌절뿐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작한다면 그것이 기적의 날갯짓이 될 수 있습니다. 점(點)이 모여 선(線)이 되고, 하루가 모여 1년이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방역(防疫)이 작은 것이라 느껴질지라도 우리가 합력을 하면 방역의 최전선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겐 그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팅게일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주어진 삶을 살아라. 삶은 멋진 선물이다. 거기에 사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미증유(未曾有)의 환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 2월이면 코로나 19 백신도 접종이 시작 됩니다. 그러면 올 가을이면 코로나 19도 작별을 고할 것입니다.

우리 코로나 19를 물리치기 위해 사투를 벌리고 있는 백의의 천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에게 존경과 박수와 합력을 보냅시다. 그러면 그분들도 조금은 더 힘과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2021년, 원기 106년 1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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