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주무관, "부끄럽지만 그냥 시원하게 알려 주십시오"
[김해=뉴스프리존] 우성자 기자=김해시청 도로과 권오현(44) 주무관은 무한긍정의 성격이다. 하지만 그도 꽁지머리를 한 데 대해 '공무원이 이래도 되냐'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슬슬 지쳐가던 참이었다.
권 주무관이 거추장스럽게 기른 머리카락은 머리띠에다 뒷머리를 묶은 모습이다. 민원인이나 주면에서 머리카락을 왜 기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일이 설명하려니 힘들었는데 부끄럽지만 그냥 시원하게 알려 주십시오."라고 답했다.
그가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 환아들에게 가발을 후원하는 어머나(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권 주무관은 "주위의 시선이 아직은 힘든 어린 아이들에게 가발은 큰 도움이 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아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해도 되고 자연스럽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았다가 이 운동을 주관하는 단체에 보내 가발을 제작해 이들에게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러려면 머리카락 길이가 최소 25㎝ 이상이어야 한다.
권 주무관은 "간암이 재발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려 지난해 초 휴직을 했고 몇 달을 병원을 오가며 병원 내 소아암 병동에서 이 운동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권 주무관의 아버지도 병원의 판단과 달리 지속한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 굳이 간 이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때부터 그는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했다.
최근 복직한 그는 오는 6월경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잘라 기부할 생각이란다. 늘 쾌활해 건강한 에너지를 주위에 전파하는 그의 고운 심성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