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손님 끊긴 영흥도 진두항, 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새벽 5시,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는 살을 에는 바닷바람만이 불었다.

영흥도 진두항 출항 신고를 받는 인천해경 영흥파출소도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날 아침 출항 신고를 한 낚시 어선이 단 한 척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6천300명 남짓한 작은 섬 영흥도에는 낚싯배 90척이 군청에 낚시어선업을 신고하고 운영 중이다.

평소 같으면 낚싯배 서너 척 정도가 낚시철 막바지를 마무리할 뱃길에 나설 때지만 영흥도 낚싯배 사고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어선들은 모두 발이 묶인 채 부두에 정박해 있다. 

이날은 조금(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 전 물때인 '대객기'라 조류가 느려 조황도 나쁘지 않을 때다.

새벽 근무를 하던 해경 영흥파출소 관계자는 "사고가 난 3일 이후 출항한 낚시 어선은 한 척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한창 낚싯배가 출항하는 9∼11월에는 하루에만 40∼50척이 나간다"며 "낚시철이 거의 끝난 데다가 사고가 맞물려서 낚시객들 발길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오전 6시 30분이 넘도록 진두항을 나선 배는 조업 어선 2척뿐이었다. 낙지를 잡으러 가는 자망어선들이다.

보통 낚싯배들은 새벽 6시쯤 일찌감치 출항해 고기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들을 돌고 오후 4∼5시면 귀항하는 당일치기 일정이다. 

6t 복합자망 어선을 운항하는 선주 허미용(53)씨는 사고 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올해는 영흥도 쪽에서 주꾸미가 꽤 많이 잡혀서 낚시꾼들이 몰렸었는데 사고 때문에 내년에 어떨지 모르겠다"라며 "작년 같았으면 낚싯배가 서너 척 정도는 나갔을 텐데 올해는 뭐…"라고 말을 흐렸다.

▲ 인천 영흥도 진두항서 출항 준비하는 조업 어선 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조업 어선이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동이 트며 날이 밝았다. 

진두항 앞에 몰려있는 낚시 전문 업체 20여곳은 찾는 이 없이 썰렁했다. 문 닫은 가게가 대다수였다.

항구 앞에 줄지어 정박한 소형 어선 대여섯 척만이 배를 맞댄 채 조업을 기다리는 듯했다. 어느새 몰려든 갈매기 떼 울음소리만 고요한 선착장을 울렸다.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인 선착장 주변 식당가는 찾는 이 없이 조용했다.

새벽 4시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던 식당 주인들은 테이블 앞에 홀로 앉아 무료하게 TV만 바라봤다.

4년 넘게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한 송영화(69·여)씨는 "보통 단체 낚시객들이 와서 새벽 배를 타기 전 식사를 하고 가는데 사고 이후론 손님이 전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앞서 이달 6일 오전 6시 5분께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를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추돌해 승선원 22명 중 15명이 숨졌다.

해경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을 구속했다.

▲ 인천 영흥도 진두항에 정박 중인 어선들 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 소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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