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점 붙여 작업 픽셀레이어 연상...보석 조형물도

‘색과 빛’의 미술사 명증적으로 통합...미술계 주목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색은 빛이 되려는 질료다.’ 미술사는 이 명제에 화답한 역사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그리기 시작했고 나중엔 땅에 떨어진 빛인 색을 그리기 시작했다. 근래들어선 다시금 역으로 색을 통해 빛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영훈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색을 통해 빛을 그리고 동시에 빛을 통해 색을 그리는 독특한 작가다. 미술사의 흐름을 하나의 캔버스에 통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의 흘러가는 이미지를 찍어 작업한 평면작품과 영상작품,설치작품 등에서도 은빛 색과 빛이 부유한다. 기하학적인 평면작업도 색을 집적해 빛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오감의 느낌까지 담으려는 박 작가의 화폭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가까이서 보면 색점들이 디지털이미지의 최소단위인 픽셀처럼 깔려있다. 색면추상을 보는 듯하다. 차츰 거리을 두고 뒤로 물러서면 그제서야 형태들이 어렴풋하게 드러난다. 빛이 드러나기에 비로서 형태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색을 그리면서 빛을 동시에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빛과 색의 관계성을 이처럼 명징하게 보여주는 예는 흔치 않다.

물론 미술사에서 점을 하나의 최소 추상 단위로 작업한 작가들은 많다.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부터 폴 시냑(Paul Signac),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등에 이르기까지 적지않은 예술가들은 점들로 발생하는 색채의 효과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우리에게 부여하였다. 또 디지탈 매체가 발달하면서 망점이나 픽셀이라는 디지탈 이미지의 최소 단위로 사용해서 작업하는 일도 흔해졌다.

박 작가의 주도면밀한 의도성은 색점들을 오려서 붙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색이 집적된 부피를 가진 존재가 됐다. 마치 픽셀의 레이어를 보는 듯하다. 색(픽셀)이면서 빛을 발해 형상을 보여주는 이치와 같다. 디지털시대상을 흠뻑 반영하고 있는 작업이다. 미술계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박 작가는 입체작품으로 이를 더욱 극명하게 한다. 빛이 되고 색이 되는 가역성을 즐긴다. 마치 보석 세공사의 모습이다. 보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투명하고 화려한 빛이다. 정교하게 깎아진 모양에서 나온다. 박 작가의 각이진 입체작품이 그렇다.

보석은 투명한 색의 결집체이자 반짝거리는 빛의 축적체다. 색과 빛의 가역성이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더 반짝거리고 더 작은 물질일 수록 더 좋은 보석이다. 다아아몬드의 경우 탄소덩어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성이 사라지고 반짝거림만 남아야 보석이 된다. 물질이 비물질로 전화되려는 그 지점은 마치 음식의 맛이 거품으로만 남는 것과 마찬가지다. 광석이라는 실체는 개념화되고 정신화 되면서 이 반짝거림은 일루젼이 된다. 잡을 수 없는 빛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다는 실체가 되면서 보석이 되고, 보물이 된다. 이 반짝거림이 의미 그 자체이고 가치이다. 예술에서도 그 의미나 가치도 광석덩어리가 보석이 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료나 물질성 자체가 예술품이 아니다. 변형되고, 조합되어 구성되면서 그 물성이 내포할 수 없는 어떤 의미나 가치를 뿜어 내는 것이 예술품이 된다.

보석의 형태가 사이즈가 커진 조형물이 되면서 반짝거림은 사라진다. 색만 부각될 뿐이다. 박 작가의 입체물들이 그렇다. 하지만 놓여진 공간과의 관계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 부활한다. 역시 빛과 색의 가역성이다.

공간에서 기하학적인 면들이 착시를 불러 일으키면서 생동감이 넘친다. 보석의 반짝거림 그 자체다.

물성이 작품으로 변하면 그 재료적 특성을 초월하는 새로운 개념적 가치나 의미가 생성된다. 보석이 반짝거림이라는 단순한 가치를 부여한다면, 예술품은 그 예술가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구체적이며 복합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더우기 그 가치의 불멸성은 시공을 초월하는 물리적인 것이라기 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의 삶을 초월하는, 우리와 함께 하면서 우리를 비추어 주어 우리의 삶을 더욱 충만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신외지물이다. 박영훈 작가의 예술적 지향점이다. 24일부터 4월 23일까지 갤러리 마리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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