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서화협회 정신 계승...예화랑 ‘洄 지키고 싶은 것들’전

심전 소림 해강 소호 등 작품 출품

대부분 김방은 대표 증조부 수집품

이상현 ‘조선의 봄’엔 복사꽃 만발

안중식 '성재수간'
안중식 '성재수간'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오는 4월1일은 우리나라 민족 서화가들의 최초의 근대미술단체인 서화협회의 전시가 중앙중학교 강당에서 열린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강점기란 어려운 시대 속에서 글씨와 회화를 공부하고 이를 후대에 계승하고자 했던 뜻을 기려 강남 예화랑이 ‘洄(거슬러 올라가다) 지키고 싶은 것들’전시를 마련한다.

4월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1918년 창립된 서화협회 발기인 심전 안중식, 소림 조석진, 청운 강진희, 위창 오세창, 해강 김규진, 우향 정대유, 소호 김응원, 관재 이도영 등의 작품들과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정재 최우석, 수재 이한복 등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조석진 '팔준도'
조석진 '팔준도'

1921년 서화협회전에서는 조선시대 작가들의 작품들과 당대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여, 전통화맥을 잇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이런 선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전시에서는 현재 활동 하고 있는 이상현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출품작들 대부분 예화랑 김방은 대표의 증조부가 수집한 것들이다. 서화협회 전신인 서화미술회에서  서화를 배운 인물이다. 서화협회 창립맴버인 강진희는 김 대표 부친의 외증조부가 된다.

심전 안중식 (1861년 - 1919년) 작품 성재수간 (聲在樹間,나뭇잎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린다)은 미닫이문이 닫힌 서옥안에서 한 선비가 책을 읽다가 문득 밖의 소리를 느끼며 머리를 들고 앉은 모습이 어렴풋하다. 마당에 나와 선 동자는 소리가 나는 데를 알아보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자세를 취하며 화면의 중심을 이룬다. 수목과 바위와 나뭇잎 표현에서 수묵필치가 자유롭게 구사되면서 대단히 알찬 화면을 만들고 있다.

이도영 '선면산수'
이도영 '선면산수'

소림 조석진 (1853년 – 1920)의 팔준도 (八駿圖)는 여덟마리 준마를 소재삼은 그림이다. 세필선(細筆線)의 야생적인 움직임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투명하고 담백한 선묘 (線描) 담채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강진희 '매화도'
강진희 '매화도'

 

청운 강진희(1851년 – 1919년)의 매화도는 제목 ‘소영암향(疎影暗香)’처럼  그윽한 향기가 가득 회폭을 채운 듯 하다.

이밖에도 소봉 (小蓬 羅壽淵), 소호 (小湖 金應元), 해강(海岡 金圭鎭) 3인 합작 8곡 병풍(당시 서화협회의 제자였던 김규당에게 준 작품)과 소림, 심전, 소호, 해강, 관재 5인 합작 10곡 병풍,위창 오세창 서예작품,관재 선면산수 (扇面山水), 금성(우향) 서예작품(제자 규당(圭堂)에게 써서 준 예서체(隸書體) 글씨) 등이 출품 된다

이상현 작가의 ‘조선의 봄’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1906년 주일 독일대사관 무관인 헤르만 산더(Herman Sander)는 베를린 육군참모본부의 명령으로 러일전쟁의 격전지를 조사하기 위해 조선과 만주지방을 답사한다. 시절은 북방 조선 땅에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헤르만 산더는 함경도 길주를 지나면서 산골장터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이 작가는 이 흑백의 사진에 분홍색 복사꽃을 심었다.

”내 작업에서 복사꽃은 세종조 1447년 음력 4월 29일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시작된다. ‘정유년 음력 스무 아흐레 날 밤, 잠자리에 누우니 정신이 아른 하여 깊은 잠에 빠져 들자 곧 꿈을 꾸었다. 박팽년과 함께 어느 산에 이르니 뾰족뾰족한 산봉우리가 솟아나고 곳곳에 깊은 골자기가 있어 아름다웠다.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있었는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그 옆으로 시냇물이 흘러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산에 사는 듯한 노인이 이르길, 이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져 골짜기로 들어가면 도원이외다. 해서 박팽년과 함께 골짜기로 들어갔다. 도원(桃園)은 도가적 이상세계로 성리학적 질서의 조선에서는 원천적 불가능의 세계였으니,... 대군의 꿈은 다가오는 계유정란에 휘말리는 대군의 운명이 투사 된 것이리라. 1906년의 조선정세... 그리고 오늘... 무엇이 얼마나 변했을까? 작업을 하면서 나는 이렇게 읊조렸다.‘매화꽃 졌다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복사꽃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오.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1906년 빼앗긴 조선의 봄, 백년의 시간이 흐른 2021년 3월, 꽃이 피고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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