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장딸 입시·입사 비리 제보자와 MBC 고소 전말
"사람들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끔 입막음시키는 용도로 고소 카드를 계속 꺼내는 것”

'하나고 입시 비리' 공소시효 3개월 남아.."거대언론·사학재단·검찰 공생 의심스러워"

"거대언론, 사학재단, 그리고 검찰이라는 우리나라 권력들이 카르텔처럼 얽혀 있다"

[정현숙 기자]= 동아일보는 2030세대 공정을 따지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확인 되지 않은 작은 의혹에 대해서도 특혜를 받았다며 끊임 없이 뉴스를 생산하던 대표적인 거대 보수언론 중의 하나다.

25일 방송된 MBC 'PD수첩' 방송화면 
25일 방송된 MBC 'PD수첩' 방송화면 

그런 동아일보가 사주 김재호 사장 딸에 관련된 하나고 입시 특혜와 동아일보 입사 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관련해서는 모조리 고소하고 법적으로 대응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이 모든 불법 특혜의 과정에는 명문 사립학교 하나고와 검찰, 동아일보의 거대 카르텔이 형성돼 있었다는 의혹이다. 일단 자사고인 하나고에 입학만 하면 명문대학교는 물론 취업까지 스트레이트로 전 생애에 걸쳐 특권을 받는다는 MBC 'PD수첩'의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보도 내용이다.

25일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딸 김새미(가명) 씨가 동아일보에 특혜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전 동아일보 인턴기자 노희철(가명) 씨를 반박이나 해명 등을 생략한 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형사고소해 연 이틀째 경찰 조사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MBC는 이날 PD수첩 외에도 지난 2019년부터 '뉴스데스크'와 '스트레이트' 등을 통해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딸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꾸준히 보도해 왔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과는 다르게 어떤 카르텔의 작용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도리어 MBC 사장과 보도국장,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기자 지망생인 노 씨는 지난해 동아일보에서 인턴으로 합격해 함께 일했던 김 사장 딸 김새미 씨가 정규직 기자로 채용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언론고시 준비생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가 동아일보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이다.

“동아사장 딸을 끼워 넣어서 합격시켰던데요.” “왜 공채로 남들 들러리 세우면서까지 뽑습니까?”

이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는 김새미 씨의 하나고교 부정 편입학 의혹을 제기한 교사도 똑같이 고소했다. 당시 김새미 씨 보다 성적이 더 높았던  학생은 떨어지면서 이날 방송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반고교에 다니던 김새미 씨는 2014년 8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자사고인 하나고에 편입학 전형으로 들어가는 심사과정에서 '면접 점수가 상향 조작되는 특혜를 받고 부정 입학했다'는 공익제보가 하나고에 재직 중인 전경원 교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하나학원 김승유 이사장 등 관계자 7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점수 기록 과정에서 오류는 있었지만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그사이 동아일보는 부정 입학 의혹을 제기한 전경원 교사를 형사고소 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후 3년이 지난 2019년, 새로운 단서가 등장했다. 당시 공개되지 않은 점수 평가표에서 심사에 참여한 평가위원과는 다른 필적의 글씨가 발견된 것으로 평가표가 사후에 수정되었을 가능성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김새미 씨의 편입학 당시 서류와 면접 평가표의 점수를 상향 조작해 평가위원이 아닌 제3자가 서명한 것이 드러났다.

PD수첩은 당시 편입학 전형에 응시했던 다른 학생의 서류 등을 확보해 전문가들과 함께 심사과정을 분석했다. 결과는 평가기준과 평가위원들의 점수에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당락이 뒤바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교조는 2019년 10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당시 하나고의 김승유 이사장, 이태준 교장, 정철화 교감을 업무방해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매체는 검찰과 하나고 사이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을 지적했다. 첫 번째 고발건이 진행되던 2016년 11월1일 하나고 이사장이 김각영 전 검찰총장으로 교체됐고, 같은달 30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이뤄진 점이다.

또한 PD수첩은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MB 인맥으로 알려진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의 인연과 함께 삼성그룹 등 각계에 화려하게 뻗힌 인맥도 예사롭지 않게 봤다. 특히 김재호 사장이 고려중앙학원재단 이사장에 오를 당시 김승유 전 이사장이 같이 재단이사를 맡았다는 것이다.

또한 김각영 하나고 이사장과 이들이 모두 고려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현직 하나고 이사장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고려대라는 학연으로 묶여 있음을 시사했다.

'PD수첩' 서정문 PD는 클로징멘트에서 “동아일보 사주와 그 딸이 얽힌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흔한 사건으로 보였다"라며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거대언론, 사학재단, 그리고 검찰이라는 우리나라 권력들이 카르텔처럼 얽혀 있다. 이들이 서로를 끌어주고 도와주면서 공생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진실 탐사보도, 르포 매체로 알려진 '셜록'의 김보경 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에 언론사인 동아일보가 사주 딸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을 고소·고발로 대응한 것을 두고 “동아일보의 목적은 사람들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끔 입막음시키는 용도로 고소 카드를 계속 꺼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은 현재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돼 재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지난 김각영 검찰총장 휘하에서 불기소 처분했던 김도균 검사가 현 수사팀의 직속상관인 차장검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7년 동안 이어져 온 동아일보 사장 딸의 부정 입시 의혹 공소시효는 오는 8월, 단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필적 조작 등 문서위조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공소시효 종료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하나고, 동아일보와 얽힌 검찰 인맥이 아직도 그대로 존치된 상태다. 과연 동아일보 사장 딸의 입시 비리와 관련해 불기소를 때렸던 김도균 차장검사가 제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인지 불신의 눈초리만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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