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정부가 27일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정부는 보유세 인상 방안에 대해 신중론을 유지해왔지만,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고, 무인 외화 환전을 허용하는 등 여러 규제 문턱도 대폭 낮추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유세 개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첫번째 고려사항으로 다주택자의 조세부담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매우 낮아 시세차익 등을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어도 세부담이 크지 않다. 정부가 지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 4월부터 서울, 분당 등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최대 60%까지 중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을 때도, 보유세 부담이 낮은 만큼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보다는 버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분석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 수준에 그쳐, 스웨덴 0.43%(2012년)과 덴마크 0.69%(2011년), 미국 1.4%(2009년), 대만 0.32%(2004년) 등에 견줘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잇따르는 고강도 대책에도 투기 세력이 계속 버티기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우세하자, 정부가 결국 최후 보루인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냈다.

보유세는 토지나 주택에 부과하는 재산세와 개인별 자산을 합산해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로 나뉘는데,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카드는 종부세 인상이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행정안전부 소관인 재산세보다는 우선 국세인 종부세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보유세를 개편할지는 내년 조세·재정개혁특위 논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을 소유한 모든 개인에게 부과되는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또는 공시가격 총액 6억원 이상 다주택자들이 내는 세금이다. 정부는 올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할 때도 과세 대상을 넓게 잡기보다는 초고소득자·거대 법인에 초점을 맞춘 ‘핀셋 증세’에 나선 바 있다. 따라서 보유세 개편안 역시 고액 자산을 보유한 소수 다주택자에게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는 집을 보유만 해도 매년 세금을 물리는 만큼 강력한 투기 억제 수단으로 꼽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임대시장 위축 우려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보유세 개편안이 나오면 그에 따른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0.5~2% 수준인 종부세 세율을 높이거나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방안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여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야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보유세 인상안은 내년 초 조세재정개혁특위에서 윤곽이 나온 뒤, 8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 정책 방안에는 경제성장의 또 다른 축인 혁신 성장 지원안도 비중 있게 담겼다.우선, 주식시장 큰 손인 연기금을 상대로 각종 세제유인 등을 제공해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조세저항을 피해가기 위해, 명목세율 인상은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우선적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액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종부세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60%대 수준에 그친다. 이와 함께 현재 공시가격 중 6억원 초과분(1주택자는 9억원)의 80%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것도 시행령 개정만으로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다. 이밖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된 보유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기간산업· 대기업 지원에 머물렀던 산업은행을 혁신성장 전담기관으로 전환해 창업 또는 신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핀테크나 드론 등 신산업 분야 규제 문턱도 대폭 낮춰줍니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내년 1분기 안에 관련 규정을 고쳐 소액 거래에 한해 무인 환전을 허용하고,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공항에서 대금을 받을 수 있는 환전 방식도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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