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조합원 명단 절반 이상이 바뀐 이유는?
"재개발 분양권 불법 '쪼개기' 등으로 200억 착복"
벌금형 받고 해임됐던 전임조합장의 '화려한 복귀'

지난 23일 오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앞에서 ‘불법분양 주동세력을 엄벌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재개발조합 전임 조합장이 브로커와 짜고 ‘입주권 쪼개기’ 등을 통해 조합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이들을 모두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인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는 경남 창원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장이 1인 시위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창원 주택조합장이 부산지법에서 시위를 한 배경도 전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의 횡령 의혹을 밝히고 관계자를 구속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주택재개발조합과 관련된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는 조합원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히며 특정 지역이나 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지만,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프리존>은 부산경남지역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재개발 관련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가 어떻게 이뤄지고 대책은 무엇인지 연속 기획으로 보도한다. [부산=이미애 기자]

전임 조합장을 비롯해 불법 분양권 취득과 알선 등의 의혹을 받는 사람들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대연3지구 조합원들. ⓒ차재욱 기자
전임 조합장을 비롯해 불법 분양권 취득과 알선 등의 의혹을 받는 사람들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대연3지구 조합원들. ⓒ차재욱 기자

재개발 조합장과 브로커가 만나면...부동산 투기 '복마전'된 연산3지구

주택재개발사업의 취지는 원주민들의 낙후된 주거환경과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그럼에도 "재개발 조합장 치고 구속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고 할 정도로 재개발조합은 시행사와 시공사, 그리고 브로커와 부동산 투기세력의 '복마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3지구는 주택재개발을 둘러싼 불법, 비리, 특혜가 복합적으로 적용된 경우로 보인다.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조합장과 전문 브로커가 만나면 가능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조합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임 조합장 A씨는 대연지구 몇곳에서 불법 분양 등을 통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B씨와 '찰떡궁합'이었다. '작업'은 브로커 B씨가 주도하고, 조합장 A씨는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것을 넘어 직접 결재까지 한 사람이다.

이들의 '작업'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조합원 명단과 현재의 조합원 명단을 비교해 보면 무려 절반 이상의 조합원 명단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변경된 조합원들은 사실상 사업구역 내 거주했던 원주민들이 아니다. 인근 해운대나 광안리, 서면, 서울, 울산 등 외부의 부동산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들은 1억 원으로 평가된 부동산을 1억5000만원에 매입해 조합원이 된 다음, 관리처분인가가 끝나면 프리미엄으로 수억 원을 붙여 다시 되파는 방법으로 재개발사업을 투기판으로 변질시킨다. 

그 과정에서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해 보다 안락한 생활을 꿈꾸던 원주민들은 '웃돈' 얼마를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다시 '원주민의 삶'으로 돌아가야 했다.

'분양권 쪼개기'와 분양권 명의신탁, 그리고 '섭정'

그렇다면 전임 조합장 A씨와 브로커 B씨는 어떤 이득을 챙겼을까. 조합원들이 파악한 바로는 무허가 건물 소유권을 쪼개는 방법으로 분양권을 받은 내역은 확인된 것만 30건 이상, 분양권 명의신탁만 100건이 훨씬 넘는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20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조합원들의 주장도 나왔고, 이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조합원으로 등록된 명단도 일부 확인됐다.

결국 A씨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을 확정받아 조합장에서 해임됐고, 최근에도 같은 혐의로 부산고등법원에서 다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횡령혐의에 대해서도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조합 관계자가 밝혔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해임된 전임 조합장 A씨는 조합의 이사로 등록이 되고, 당초에는 없던 '자문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조합 운영과 관련한 회의가 열리면 A씨가 회의를 주도하고 새로 선임된 현 조합장 C씨는 A씨 주도의 회의나 운영 및 결정에 항변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현 조합장을 A씨가 내세운 '바지 조합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리고 자문위원장 A씨는 조합 운영에 자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거의 매일 조합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직책만 바뀌었지, 실세 조합장으로의 '화려한 복귀'가 이뤄진 셈이다.

부산 남구청 앞에서 전임 조합장과 브로커의 불법행위를 감독기관인 남구청이 묵인하거나 비호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조합원들 ⓒ차재욱 기자

상황이 이 지경까지...관리감독 기관과 사법기관은?

조합장 해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임 조합장의 '화려한 복귀'와 계속되는 전횡에도 관리감독기관의 적극행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A씨의 조합장직 해임이나 B씨의 구속수사 모두 조합원들이 증거를 찾아내고 정황을 설명한 결과였고, 남구청을 비롯한 어떠한 공적 기능도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조합원 D씨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현 조합장은 전 조합장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며 조합원들의 출자할 부동산을 담보로 운영되는 조합 사업비 및 운영비 등을 조합장 개인 사건의 변호사 비용, 조합장 반대 조합원들의 조합장 해임총회 방해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문제 삼아 일부 조합원들이 구청에 민원을 접수해도 남구청에서는 그저 조합원들간 이권 다툼으로만 판단하고 무조건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E씨는 "분양권 불법 쪼개기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청의 묵인이나 비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조합 자산을 (조합간부들이)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구청이나 경찰은 정황설명에도 적극적인 조사나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기판으로 만든 책임은 전임 조합장과 브로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구청과 경찰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주민으로 살다가 내집 마련의 부푼 꿈을 꾸고 있었던 선량한 조합원들, 이들의 높은 분담금으로 조성한 조합비가 정상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증발되다시피 했고, 지금은 조합 통장이 압류된 상태에 이르기까지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가운데 내달 8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는 구속된 브로커 B씨의 '불법 분양권 쪼개기'와 부당이득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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