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운항선박, 해양조선 분야 핵심 트렌드이자 성장동력
- 2022년 6월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 구축해 시스템 고도화

자율운항선박을 연구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의 김동함(좌) 선임연구원과 박정홍(우) 선임연구원.(사진=이기종 기자)
자율운항선박을 연구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의 김동함 선임연구원(좌)과 박정홍 선임연구원(우).(사진=이기종 기자)

[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해양자원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끌기 위해 빅데이터, 증강현실, 드론, 로봇 등의 첨단과학기술의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해양공간 활용과 해양 지배권을 둘러 싼 국가 차원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심해잠수정, 수중로봇, 무인선박, 자율운항선박 등의 분야에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3년 설립 이후 약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선박 및 해양공학기술을 개발해 온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 상황인식 시스템 개발, 자율운항 시스템 실증 및 성능시험 개발, 성능실증 인프라 구축, 국제 표준화 선도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해양과학’이라는 연재를 통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를 방문하고 박정홍 선임연구원, 김동함 선임연구원과 자율운항선박 관련 국내외 연구동향, 연구소의 연구성과 및 연구방향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자율운항선박이란?

▶ 조선해운산업계에서는 스마트쉽, 자율운항선박, 무인선박 등 다양한 용어들이 혼재되어 사용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서는 자율운항선박(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사람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하여 운항하는 선박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의 융합을 통해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하여 운항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유인으로 수행되던 업무들을 지능형 무인시스템으로 대체해 인적과실을 감소시키고 운항 효율을 증대하여 운항하는 선박을 자율운항선박이라고 한다.

다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는 완전 자율운항선박을 단기간 내에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이러한 이유로 국제해사기구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을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가장 기초적인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도의 수준이고 마지막 4단계는 완전 자율적으로 운항하는 수준이다.

중간 단계인 2, 3단계는 모두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단계로 선원이 승선해 비상 운항 상황 시에 즉시 개입하여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은 2단계, 선원 승선 없이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며 장애 예측 및 진단이 자동화되는 수준은 3단계로 보고 있다.

- 국내외 자율운항선박 정책 추진 현황은?

▶ 먼저 국외 현황을 보면 독일, 핀란드, 노르웨이, 영국 등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을 고부가가치의 산업분야로 인식하고 산·학·연 간의 유기적 협력을 위한 적극적 정책 지원과 더불어 다양한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을 시작해 대양에서는 IMO 자율운항선박 자율수준 3단계, 연안에서는 자율수준 2단계에 해당하는 핵심 요소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자율운항선박 시험선 건조와 성능실증센터를 구축해 자율운항선박 분야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더불어 국제표준을 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의 상황인식과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항해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 박정홍 선임연구원.(사진=이기종 기자)
자율운항선박의 상황인식과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항해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 박정홍 선임연구원.(사진=이기종 기자)

- 국내외 자율운항선박 연구 동향은?

▶ 앞서 말씀드린 주요 선진국 및 기관에서는 자율운항선박 개념들을 정립하고 자율운항선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들을 식별하여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실례로 KRISO도 실해역에서 운항 가능한 자율운항선박의 테스트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기술들의 일부를 플랫폼에서 구현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을 2022년도부터 수행할 계획이다.

또 IMO나 ISO 등 국제기구 및 다자간 국제협의체를 통해 개발 기술들을 국제표준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적극적 연구 개발 정책 지원 중 하나로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이 추진되어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국내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자율운항선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 기술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일부 실해역에서 검증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 자율운항선박과 자율주행자동차의 차이는?

▶ 먼저 자율주행자동차에서 개발된 일부 기술들은 자율운항선박으로 파생되어 적용이 가능한 점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자동차와 선박이 운용하는 기술적 또는 환경적 차이가 크기에 자율운항선박에 적합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선박은 자동차에 비해 조종에 대한 반응이 느리고 선회 반경 또한 크기 때문에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조타기를 미리 틀어야 수초가 지나서 천천히 선회해 회피할 수 있다.

특히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긴급하게 속도를 감속하거나 정지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고 관성에 의해 정지하더라도 운항 거리가 상대적으로 아주 길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율운항선박은 수 분 이후의 상황을 사전에 판단하여 회피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환경적 측면의 차이는 자동차의 경우 인위적으로 규격화된 도로 위에서 운용되는 반면 선박이 운항하는 해양 환경은 규격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율운항선박은 다양한 해양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 주요 항만이나 연안해에서 많은 선박들이 안전하고 원활히 통항할 수 있도록 각 선박들의 동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 등의 해상 교통 인프라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해양에서는 도로선이나 신호등과 같은 교통 통제 인프라 시설들이 상대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는 각 선박들과 무선으로 상호 통신을 함으로써 해상교통 상황을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자동차와 자율운항선박은 일부 혼용되어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도 있으나 운용 환경과 조건들이 다르기에 이러한 점들이 고려되어 자율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수행되어야 한다.

자율운항선박 기술의 시뮬레이션 및 실해역 실증 방안과 성능실증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 김동함 선임연구원.(사진=이기종 기자)
자율운항선박 기술의 시뮬레이션 및 실해역 실증 방안과 성능실증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 김동함 선임연구원.(사진=이기종 기자)

- 자율운항선박 관련 연구현황은?

▶ KRISO에서는 자율운항선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 기술들인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 상황인식 시스템 개발, 자율운항 시스템 실증 및 성능시험 개발, 성능실증센터 구축 등의 연구를 주관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디지털 브릿지 시스템 개발 등의 연구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첫째, ‘자율운항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선박 운항자의 판단과 역할을 대체해 안전하고 경제적 운항 효율이 높은 항로를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선택하는 지능형 의사 결정 기능과 항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항법 및 유도 제어 기능을 포함한 시스템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둘째, ‘상황인식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자율운항선박에 탑재되는 레이더, 카메라, 라이다 등 다수의 인식 센서 및 항법 센서 정보들을 융합해 급변하는 해상 환경에 능동적/자율적으로 주변 해상 객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식별하며 자율운항선박의 운항 항로상에 잠재된 충돌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시스템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셋째, ‘자율운항 시스템 실증 및 성능시험 개발’에서는 시뮬레이션 또는 실선 시운전을 통해 자율운항선박에 탑재되는 시스템들을 실증 및 성능 평가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검증기반 테스트베드 시스템(S-TAS, Simulation-based Test-bed for Autonomous Ship)과 실해역 성능 검증 시험장비(VDGS, Virtual Data Generation System), 디지털트윈 브릿지 및 엔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넷째, ‘성능실증센터 구축’과 관련해서는 자율운항 시스템 및 선박의 성능검증, 시험평가, 인증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성능실증센터 건립, 25미터급 해상 테스트베드 시험선 건조, 해상 시운전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섯째, ‘디지털 트윈 브릿지’는 선박의 항해계통과 기관계통의 분산된 정보를 조합해서 가시화하고 판단, 예측,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 모니터링 기술로 자율운항선박의 자율운항 및 제어를 위한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 최근 자율운항선박과 관련한 KRISO의 성과는?

▶ 최근 KRISO에서는 앞서 소개한 자율운항시스템 개발의 일환으로 ‘지능형 항로 의사결정’ 알고리즘과 시스템에 관한 시험을 실시했다.

이 ‘지능형 항로 의사결정’은 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로 경제 운항 모듈, 안전 운항 모듈, 지능형 항로 결정 모듈 등의 자율운항 알고리즘과 시스템에 관한 연구 개발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경제 운항 모듈은 선박의 경제적인 최적 항로를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하며 안전 운항 모듈은 운항 경로 상에 잠재된 충돌 위험 회피 및 다른 선박의 통항 규칙 위반에 대한 대처를 고려하였다.

또 지능형 항로 결정 모듈을 통해 선박 운항자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율운항선박의 안전 운항 알고리즘의 성능 및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하고자 2m급의 모형선과 파도 등의 해양 조건별 조우 상황에 대해 안전한 항로를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운항을 제어하는 시험을 최근 KRISO 해양공학수조에서 진행했다.

- KRISO가 개발 중인 자율운항선박연구의 차별점은?

▶ KRISO가 개발 중인 자율운항선박 알고리즘 및 시스템은 세부 기술 측면과 검증 시험환경 측면에서 기존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주어진 항로를 따라 운항하는 과정에서 전방, 측면, 후면에서 조우하는 1척의 다른 선박에 대해서 피항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Preventing Collisions at Sea)의 한계를 벗어나 동시 3척 이상의 다른 선박과 조우하더라도 안전한 운항 경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추종하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 관련 참여기관 역할.(자료=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 관련 참여기관 역할.(자료=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의 역할은?

▶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은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2020년부터 시작돼 202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단계적 실증을 통한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로는 ‘지능항해시스템’, ‘기관 자동화 시스템’, ‘성능실증센터 및 실증기술’, ‘운용기술 및 표준화’ 등이 있으며, 국제 항해가 가능한 중형급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KRISO와 한국선급 외 총 51기관이 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고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 운용시스템 개발 및 구축’ 과제에서는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실해역에서 평가하고 검증하기 위한 25m급 시험선이 건조되고 있으며 올해 12월에 진수 예정이다.

아울러 자율운항선박 기술의 성능 검·인증을 위한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 역시 울산 동구 고늘지구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자율운항 시스템 실증 및 성능시험 개발 과제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실해역 시험을 수행할 때 운항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브릿지 및 엔진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울산 성능실증센터와 대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도 자율운항선박의 시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위한 미러 모니터링 시스템이 현재 대전 연구소에 구축되어 있다.

이처럼 건조한 시험선과 인프라를 통해 자율운항선박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검증함으로써 개발 기술들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고도화를 통해 국제적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KRISO는 1973년 설립 이후 지난 47년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선박해양공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온 국내 유일의 선박해양플랜트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특히 연구소는 빙해수조, 대형캐비테이션터널, 심해공학수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대전에 위치한 본소를 비롯해 고성에는 해수에너지연구센터, 거제에는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부산에는 심해공학연구센터 등 해안 지역에 지역거점 연구센터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시설 인프라와 지역거점 센터를 활용해 여러 연구개발과 실증 시험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며 이를 토대로 고부가가치 미래선박 중 하나인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함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기술들을 KRISO에서 주도하여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자율운항선박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외에서도 국제해사기구에서 정의한 자율운항선박 자율수준 4에 해당하는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파도, 바람, 조류 등 실제 해양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해양공학수조에서 핵심 알고리즘들의 성능과 시스템을 반복적 시험을 통해 검증함으로써 직면한 운항 상황에 따라 운항 경로를 능동적이며 지능적으로 결정하는 고도화된 항로 의사결정 기술의 신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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