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5일까지 성남 운중화랑 초대전
"이제사 황홀한 동굴이었다" 절대긍정의 여유
"화려하게 삶의 충만, 마음껏 펼쳐 나가겠다"

다분히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양대원 작가. 그는 자신의 그림을 '추상문자풍경'이라 말한다. 언어의 제한성과 시각예술의 모호함을 결합시켜 독특한 조형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예술과 철학의 쓸모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다분히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양대원 작가. 그는 자신의 그림을 '추상문자풍경'이라 말한다. 언어의 제한성과 시각예술의 모호함을 결합시켜 독특한 조형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예술과 철학의 쓸모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이제 막 토굴살이에서 나온 느낌이다. 작가는 그동안 ‘동글인 ’캐릭터로 세상을 보고 자신을 다진 세월이었다. 이제 동굴인은 세상을 배경으로 다시 탁발수행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 지점에선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정래를 연상시킨다. 성과를 이루기 위해 20여년간 스스로 글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조정래는 자신의 서재를 '황홀한 글감옥'이라 불렀을 정도다. 양대원 작가도 ‘황홀한 동글인’으로 스스로를 칩거시켜 왔다.

희로애락의 과잉은 예술이 될 수 없다. 정제된 그 무엇으로의 승화가 예술이다. 잡다한 감정은 감성이 될 수 없는 이치다. 양대원 작가의 이전작들이 그랬다. 뭉방울같이 웅집된 표현들이 많았다. 판교 운중화랑이 개관 1주년을 맞아 12월25일까지 양대원 작가의 ‘나는 왕이로소이다’전을 마련했다. 토굴에서 나와 자신을 절대긍정하니 처처의 동글인이 자유로워졌다. 어떤 공간에서도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풍경처럼 스며들고 있다. 보는 이도 마음이 편해진다. 날을 세우고 발언하지 않아도 되려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벼운 것이 진정 무거움이될 때 마음을 동하게 된다. 세상살이가 그렇다.

전시제목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홍사용 시인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따왔다.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에서도 쫓겨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나의 작업은 내 삶의 곳곳에 스며 있는 아픔, 사랑, 욕망에 대한 표현이고, 내가 느끼는 인생 전반의 파노라마를 ‘슬픔’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시대를 아우르는 인간 본연의 슬픔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혹은 탈출구 앞에서 삶의 희망을 건져 올리는 기적의 힘을 보여주곤 한다. 예술과 철학의 소용 또는 쓸모가 삶과 죽음의 소통에 있다면 나는 그 슬픔을 들어올려 오늘 이곳에서 삶의 충만을 이야기한다. 홍사용이 산문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그리 했다고 믿는 것처럼.”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굳건히 걸어 두었던 자신의 빗장을 열고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특이하다. 광목천 위에 한지를 6~7겹 층층이 쌓아 붙여 만든 푹신한 표면 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이 밑그림을 송곳(針)으로 따라가며 눌러 새긴다(壓印). 여기에 아크릴 물감을 수차례 엷게 덧칠한 후 아교와 혼합된 토분을 화면 전체에 2~3회 도포하고 부드러운 젖은 천으로 흙물을 가볍게 닦아 낸다. 이 과정을 통해서 송곳 자리와 한지 질감을 따라 흙물이 자연스럽게 흡착되고 자연스러운 요철을 형성하는데, 일종의 상감법(象嵌法)을 적용시킨 것이다. 그 표면을 식물성 기름으로 부드럽게 코팅함으로써 양대원표 화폭과 드로잉이 완성된다.

작가은 비로서 자연과 삶을 제 멋대로 풀어내고 있다. 황토빛 배경도 검정의 형상들도 양대원의 세계에서는 모두 우주이고 자연이다. 황토빛 배경은 낮이고, 검정 형상들은 어둔 밤일 수 있다. 그가 그리는 어둠은 보이지 않음에서 오는 두려움을 넘어 무한대로 펼쳐진 자유로움으로 다가온다. 양대원의 검정에는 서구의 모노크롬화나 한국의 단색화에서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독자성이 있다.

그의 작업의 주재료인 겹겹의 한지들과 흙물은 말그대로 자연에서 나온 것들이다 흙물을 입힌 화폭은 땅에서 온 것이고 겹겹 한지는 닥나무에서 온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이자 화자(話者)로 등장하는 동글인은 작가 자신에 대한 메타포일 수도 있고, 세상 모든 사람일 수도 있다. 동글인은 분명하게 인체의 형상을 가질 때도 있지만, 형상성을 생략한 원의 도형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한글 문자의 기호로 이미지화되기도 한다. 우리 현실의 모습이 하나가 아니듯이, 작가에게는 다양한 모습의 동글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고자 무한대의 자기복제와 변형이 허용되는 그만의 특정한 이미지 패턴을 창조해 낸 것이다. 아바타로서 동글인이다.

화폭은 연극무대가 되고 동글인은 연기자가 된다. 인간사에 관한 끝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화폭에 그려진 어항, 계단, 커튼, 식물, 눈물방울 등은 무대에 등장한 실제 오브제와 대치할 수 있다. 동글인과 상징적인 오브제의 적절한 배치로 무대가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발표 신작을 아우르는 회화작품 17점과 입체작품 6점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 여러 점이 소개된다.

분당 운중동 동네화랑을 자처하는 운중화랑 김경애 대표는 “작가 양대원은 스스로를 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대하는 우리들 모두가 스스로를 왕으로 여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작가 스스로의 자존감과 주체성에 대한 표현인 동시에 '우리 삶에 대한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존중을 담은 표현'이라고 전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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