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인권의 완전 박탈과 사회적 보호막의 제거는 위헌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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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인권의 완전 박탈과 사회적 보호막의 제거는 위헌적 발상이다
  • 최자영
  • 승인 2021.11.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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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보호막의 완전 박탈은 중세 교회조직의 파문에서나 존재했다.
왕따당하는 흉악범을 변호하는 것 자체가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다.
흉악범에 대한 연민의 결핍은 기본소득을 필요로 하는 이에 대한 연민의 결핍과 같은 맥락에 있다.
사진출처: 뉴스프리존. 2021.11.10.
사진출처: 뉴스프리존. 2021.11.10.

최근 국힘당 대선후보 윤석열이 2분 침묵의 방송사고로 머리에 든게 있네 없네 항간에 소문이 파다한 와중에, 국힘당 대선 경선후보로 윤석열과 겨루었던 홍준표가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언을 하여 윤석열과 막상막하에 있음을 드러냈다.

홍준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조카의 살인 사건을 변호한 사실을 두고, "살인자 집안 출신 포악한 후보는 대통령 해선 안돼", "'조폭에 의한 연쇄 살인사건이다", “집안 전체가 폭력배 수준이다” 등으로 매도했단다.(프레시안, 2021.11.26.) 주로 한 집안을 도매금으로 몰아 욕을 한 것이다.

검사를 했고 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홍준표가 흉악범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위헌적 발언을 남발했다. 더구나 흉악범도 아닌 같은 집안사람을 다 같이 매도했다. 그러면 그 살인자 조카를 둔 이재명의 집안은 그 전체가 공직 진출이 금지된다는 말이다. 아니면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 같은 다른 공직은 해도 괜찮은데, 대통령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기준이 무엇이고,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가 모호해진다. 홍준표가 정하나?

국힘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물에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이 “다시 빨라진 플랜 B 이낙연의 움직임”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는데, 거기서 이재명을 두고 “조카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에 비유하며 변명하자 인터넷에서 후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살인변호 이재명 지원 어려울 듯” 하다는 말을 했단다.(MBN, 2021.11.27.)

이낙연 측 뿐 아니라, 이재명 캠프에서도 결은 같지 않지만 전전긍긍하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재명이를 과거 조카 살인사건을 변호한 데 대해 사과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었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재명이 "상승세를 타나 싶던 상황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은 아닌지“ 걱정한단다.(뉴데일리, 2021.11.26)

그런데 이재명 캠프가 느끼는 이런 곤혹스러움의 원인이 불분명하다. 이재명이 살인한 조카를 변호하여 ”‘충동 조절 능력 저하'를 주장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해 감형을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자친구를 흉기로 19번, 그의 모친을 18번 찔러 살해“한 그 참혹한 상황을 두고 이재명이 선정적인 ‘데이트 폭력’으로 표현했기 때문인지 하는 것이다. 아마 이것저것 가릴 것 없고, 그 두 가지가 다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담론은 시각 자체가 전도되어 있고,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그 고통의 정도에 비례해서 범죄자의 인권이 완전 박탈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권의 완전 박탈은 근대국가가 아니라 중세적인 사고방식이다.

서양 중세에 기독교 조직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라기보다 교회에서 일탈자 여부를 규정했다. 일탈자는 파문하는데, 파문당한 이는 인간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었고, 사회적 보호막을 박탈당했다. 그래서 누구라도 파문된 이를 죽여도, 사람 아닌 이를 죽였기 때문에, 살인죄에도 걸리지 않았다.

홍준표의 발언은 중세의 파문에 버금간다. 흉악범을 위해서는 아무라도 변호하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흉악범을 변호하는 이를 흉악범에 버금가는 것으로 보고 사회활동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했다. 홍준표의 사고는 흉악범의 인권은 차치하고, 흉악범 아닌 한 인간의 선택과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검사, 변호사 출신의 법조인이 자신의 편견으로 인해 자유민주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를 박탈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홍준표의 흉악범 매도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는 사실보다 더 근원적인 것에 있다. ‘범죄’라는 개념 자체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범죄’와 ‘범죄자’의 개념은 근대국가적 산물이다. 자연의 세계나, 약방에 감초같이 자주 인용되는 고대 그리스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다. 범죄란 근대국가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의 권력으로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그런데 범죄자가 되는 기준은 시대나 사회마다 같지 않다.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고대 그리스 비극 이야기는 엽기적 행각을 많이 담고 있다. 메디아는 변심한 남편 야손을 괘씸하게 여겨, 자신이 그를 통해 얻은 두 명의 친자식을 살해했다. 그뿐 아니다. 메디아는 야손이 새 장가 들려고 했던 공주에게 독약 묻은 멋진 결혼식 예복(드레스)을 선물했고, 그 옷을 입어본 공주는 독살당했다. 공주의 부모인 왕과 왕비도 메디아의 마술에 걸려 미쳐 다니다가 우물에 빠져 죽었다.

그런데 메디아는 흉악범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이 되어 지금도 예술로 환생하고 있으며, 메디아는 흉악범이 아니라 오히려 연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아가 인간의 본성, 감정의 극단적 발로의 한 예로서 인간성 탐구의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된다.

이렇듯 메디아의 행위는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이야기로 환원된다. 인간에게 보편적인 감정이 극단화되었을 뿐이다. 더구나 자연적 본성으로서의 인간성은 실로 개조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홍준표는 두세 가지 오류를 범했다. 하나는 흉악범이 이재명의 사촌이라 한 집안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이재명이 그이를 변호했기 때문에, 이재명을 짐짓 그 같은 흉악한 인품을 가진 것으로 매도하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래서 이재명이 공직에 나서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진태는 자신이 관할권도 없고 지킬 수도 없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의 정철승 변호사가 “흉악범이어도 변호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고, ”김진태 조카가 흉악범이라면 변호 안했겠냐“라고 한 데 대해, 김진태는 “내 조카가 흉악범이라면 변호할 것 같다. 하지만 내 조카 중엔 그런 연쇄살인범은 도저히 나올 것같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이 같은 김진태의 호언은 현실이 아니라 희망 사항이다. 그 집안사람은 원론적으로 하나같이 개체이며 김진태의 희망에 부합하여 행동하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인. 자식부터가 그러하다. 인간은 모두 자유로운 개체이기 때문에 김진태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이 아니다. 집안으로 사람의 공분모를 찾으려 하는 개념 자체가 봉건적 사고방식의 전형이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근대적 자유가 아니라는 말이다.

근대국가에서 교도소는 집안이 아니라 국가가 운영한다. 다시 말하면, 교도는 집안이 집단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또 할 수도 없다. 근대 민주 사회는 집안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다.

집안을 들먹거리는 홍준표, 김진태 등은 이 같은 기본 담론의 상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들이 검사를 역임했고 또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통령 하겠다고 대신후보로들 나오는 판이다. 이는 사회적 권리와 인간 자유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차치하고, 근본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빈곤한 한국 정치계의 야만적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이 이재명에게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떼라"고 했단다. 이재명이 조카의 살인사건 이외에도 또 다른 '데이트 살인'을 변호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한다.(시사뉴스, 2021.11.28.) 심상정은 이재명이 이들 범죄자를 변호한 것을 두고 ‘생업 변호사’로 폄하했다.

조카 외에 또 다른 ‘데이트 폭력’ 범죄자가 이재명이 횡재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이였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적어도 자신의 조카 관련해서 이재명은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무튼 돈 문제를 떠나서, 여기에 심상정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사회에서 왕따하는 범죄자에게 연민하고 변호하는 것 자체가 ‘인권 변호사’였음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개인의 본능, 감정에 의한 흉악 행위는, 그것이 아무리 거칠다해도, 권력의 오용, 남용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한데, 하나는 교정의 가능성이 있는지 하는 것, 다른 하나는 피해 범위의 광협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자연성에 입각한 행위는 아무리 흉악해도 교정하거나 근절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코로나19가 우리를 위협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감정적 인간 행위나 병균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만고불변의 자연성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원하는 쪽으로 조심하고 비켜갈 수 있을 뿐, 근원적으로 없앨 수가 없다는 점이다. 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기에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판단 기준인 도덕성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조카 중엔 그런 연쇄살인범은 도저히 나올 것같지 않다“고 호언한 김진태는 혹여 조카 중에 그 같은 흉악범죄자가 나온다고 한다면, 아마도 자신이 한 말이 부끄러워서라도 그런 사실을 숨기려고 애를 써야만 할 것 같다. 그 같이 무책임한 장담은 파생적 효과로서 위선을 부추긴다는 뜻이다. 인간 본성을 외면하고 도덕성을 가장하는 것은 위선을 조장할 뿐이다.

피해 범위와 관련하여, 개인의 감정적 흉악행위는, 물론 안 일어나면 더 바람직하겠지만 일단 발생한 경우라면 그것이 아무리 포학하다 하더라도, 일단 그 피해 범위가 한정적이고 또 가해자는 상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공권력의 오남용은 사회적으로 그 피해의 범위가 넓어 사회적 공분을 사야 하는 것이고, 바로 사회적으로 대응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전자가 이재명의 사촌이 사귀던 여자와 그 어머니를 수차례 찔러 죽였다는 것에 관련하고, 후자는 공권력의 검찰이 검찰총장 윤석열의 처와 장모가 무죄라는 취지로 고발사주 한 데 관한 것이다.

한국 위정자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거꾸로 간다. 개인적인 감정의 행위에 극도로 분노하고, 오히려 공권력의 오용 남용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침묵하기 때문이다. 피해가 개인적 차원에 한정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야단법석 떨고, 위중한 공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여 그 피해의 범위가 사회적으로 광범하게 확대되는 혐의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감정적 행위와 공권력의 남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아무리 고치고 교도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본능과 감정에 따른 행위이기 때문에, 언제나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자연의 힘을 거스르나? 감정의 발로는 자연적인데, 겉으로 안 그런 척, 또 해놓고도 안 한 척 거짓말하고 위선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권력의 오용 남용은 사회적으로 교정할 수 있고 또 교정되어야 한다. 권력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으므로, 그 권력의 사용도 사회적으로 재단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홍준표, 김진태, 장성민은 누가 사귀던 여자와 그 가족을 죽인 사건을 떠들어댈 것이 아니라 검찰의 고발사주의혹을 두고 철저하게 검증하고 단죄하도록 떠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권력의 언저리에 있는 위정자들은 그러지 아니한다.

흉악범에 대한 일말의 연민조차 없는 이들은 줄곧 편 가르기를 한다. 흉악범 없는 집안과 있는 집안, 검찰 권력을 뒷배로 가지고 있는 이와 없는 이, 도덕성 있는 이와 없는 이, 공직에 나아가도 되는 이와 나아갈 수 없는 이 등이다. 이들에게는 중세적 파문과 마찬가지로 근대적 흉악범의 구별은 구별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그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권력 획득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이들에게 사회적 단절은 부득이 개선 없이 고착되어 있어야 하고, 그것은 추호의 연민 없는 배척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흉악범에 대한 연민의 결핍은 기본소득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에 대한 연민의 결핍과 같은 맥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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